자유게시판

입소문 마케팅

날마다좋은날 2005. 11. 19. 13:46
우리 속담 중에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속담의 탁월한 비유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발이 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음을 의미하고, '발 없는 말'이란 아시다시피 '[말](馬)'이 아니라 '[말:](言)'을 의미합니다. 즉 입소문은 그 만큼 빠르고 강력하게 전파된다는 비유일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 '입소문 마케팅'과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강사 섭외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오프라인(Offline) 측에서 입소문이 가장 잘 먹히고 있는 분야가 어디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3군데였습니다. 영화, 증권, 정치가 아닐까요? 마케팅과 관련된 세미나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가 재미도 있고 관심도 높겠다 싶어서 이쪽 관련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을 섭외하려고 알음알음을 통해 대한민국의 난다긴다 하는 분들을 거의 다 컨텍해 봤습니다만 끝끝내 찾지를 못했습니다. 음... 하도 답답해서 검색엔진에서 키워드를 통해 몇 분을 찾아서 다시 섭외하여 보았지만 강의는 자신이 없다고 대부분 거절을 하시더군요. 그 만큼 입소문 마케팅과 관련된 분야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반증이겠지요. (아마 '영화에서의 입소문 마케팅'과 관련해서 누군가 논문을 쓰시면 꽤나 불려 다니실 것 같은데... ^^;)

작년 최고의 화제작이자 국내 최다 관객동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친구(곽경태 감독)'도 좀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입소문의 산물이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당시 '친구'라는 영화가 처음 개봉을 했을 때 돈을 지불하고 관람을 해야 할 매력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유오성과 장동건을 제외하고는 이름도 별로 듣지 못한 배우들도 없었고,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나 웅장한 스케일도 아닌 것 같았고, 1980년대 초중반의 깡패영화라면 TV에서 보았던 '모래시계' 이상의 재미를 얻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주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서울 사람들의 '내가 니 시다바리가?', '친구 아이가!' 하는 약간 어눌한 '서울식 경상도 사투리'(제가 고향이 경상도인지라 그렇게 들리더군요. )가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친구' 신드롬이 파고드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친구'를 관람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후배와 대화 도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녀석은 '친구'를 2번이나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소주를 마시면서 자기 친구와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면서 장엄한 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심하다는 투로 '할 일도 없다. 영화를 보면서 우냐?'하며 핀잔을 주었더니 그 녀석이 대뜸 '형, 형은 남자의 세계를 몰라!'하면서 항변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 다음 날 당장 '친구' 보러 갔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까지 입소문 마케팅의 활성화가 어려웠던 이유는 '효과 측정'이 힘들었기 때문

기업의 상품들도 입소문 때문에 성공한 사례들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만도의 '딤채' 김치 냉장고가 강남역 거주 주부들에게 체험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을 유발한 사례, 르노삼성자동차의 SM5가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에 의해 초기의 부진을 떨쳐내고 히트상품으로 등극한 사례, 매킨토시의 아이맥(iMac)이 탁월한 디자인으로 입소문이 퍼져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사례 등등... 우리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히트 상품들의 성공 요인들을 살펴보면 '입소문(口專)'은 기업의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변수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국내에서도 입소문과 관련된 번역서들이 소개되기 시작하고 관련된 세미나도 열리면서 관심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이미 입소문의 효과에 대해서는 익히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왜 '최근'에 와서야 '뜨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입소문의 위력이 쎄다는 것을 이미 주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커뮤니케이션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이론적인 연구나 실제적인 활용 사례들의 소개가 여전히 미진한 답보에 그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시대 최강의 프로모션 방법으로 생각되어지는 '광고(廣告)'의 영향력이 '입소문'이라는 놈에게는 쓴맛과 단맛을 다 보여주게 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매스미디어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이에 편승한 기업의 광고도 여느 다른 수단에 비해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구가해 왔습니다. 광고가 힘이 쎄다는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직감하실 겁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상품의 질(quality)이나 회사의 공신력에 대한 판단마저도 TV커머셜을 통해 접해본 적이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 버리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록 광고가 과연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고 있는지의 마케팅 효과에 대한 검증은 논외로 하더라도, 인지도 회상도 등 광고집행 결과에 대한 데이터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광고주에게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광고는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 직장 상사에게 측정 데이터를 들고 보고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데 반해, 입소문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입소문 때문에 마케팅(매출) 효과가 발생한 것 같기는 한데, 과연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어떤 경로로 유발/유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근거가 마땅치 않습니다. 즉, '효과 측정'이 힘드니까 효과 검증을 하기 어렵고, 효과 검증이 어려우니까 설득력이 약해지고, 설득력이 약해지니까 이러한 입소문을 마케터들이 통제(기획-집행-관리)한다는 생각은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광고, 입소문 마케팅을 조연배우로 등극시킨 견인차가 되다
그러나, 이제 입소문은 오히려 광고로 인해 거듭나는 양상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프로모션의 주연배우는 여전히 광고가 독식을 하고 있지만, 무대가 디지털로 바뀜으로써 새로운 신인배우들이 대거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Digital Paradigm Shift)'은 주지하다시피 광고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촉발하였습니다. 비록 기존의 매스미디어 광고를 대체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불과 몇 년 동안 보여준 파워플한 성장속도는 속된 말로 장난은 아니었지요...

모바일, 웹, 이메일 등의 새로운 프로모션 수단들은 '디지털'이라는 무대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는 무대배경에서 '측정가능성'이라는 강력하고 새로운 재질로 무장된 강력한 핀포인트(pinpoint)형 소품들입니다. 기존 광고의 측정가능성은 이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만약 기존 광고도 이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한물간 왕년의 스타로 취급받거나 조연배우로 낙마할 날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지의 여부는 그 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혹시 이러한 미래형 광고의 모습에 대해 알고 싶다면 '마이너리티 리포트(탐 크루즈 주연)'나 '여섯번째 날(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주연)' 등의 영화를 한 번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 통합환경에서의 입소문은 온-오프 라인의 경로 뿐만 아니라, TV 컴퓨터 모바일 등 수단을 믹스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1980년대 초 컴퓨터와 정보기술의 잠재가능성을 감지하고 돈 슐츠(Don Shultz) 등이 제창한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의 개념은 이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더 한층 관심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Interactive Communication)'은 현실화 되고 있고, 따라서 매출/결과 중심의 마케팅 방법론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접하게 되는 모든 생활 수단들(TV, 자동차, 컴퓨터, 핸드폰 등등)은 독립된 별개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리게 되는 매체 통합환경(Ubiquitous Network)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실현 단계에 도달해 있습니다. 기존의 매스미디어 광고가 전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기존 광고에 대한 모반의 조짐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능력도 없는 놈이 여전히 주연배우를 독식하고 있는 거 아냐?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라고 하는 주위의 의심과 쑤근거림과 함께, 광고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에 대해서 하나씩 들춰내려 합니다. 입소문도 이에 가세하여 한몫 잡으려고 준비를 하나 봅니다. 입소문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면서 새로운 무대에서 중요한 배역을 꿰어차려고 하고 있습니다.

첫째, '광고의 효과가 계속 저하되고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눈만 뜨면 하루에도 수천 개는 접하게 되는 광고물 중에서 정작 소비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상당수의 기업은 돈을 허공에 날리고 있으며 게다가 주요 매체의 광고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슈퍼볼이나 올해 월드컵 기간 중의 광고 단가 상승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결국 광고가 제품의 질까지 보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광고 이외의 다른 프로모션 방법들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입소문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둘째, '입소문은 프로모션 비용을 상대적으로 억제하거나 절감한다'라고 주장합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발적이고 우호적으로 전파가 되므로, 매체의 공간/시간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이벤트에 돈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으니 상대적으로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핫메일(hotmail), 넷스케이프(Netscape), 냅스터(napster.com) 등은 흔해빠진 매스미디어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입소문을 통하여 브랜드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입소문의 강효과(强效果)를 이미 기업에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록 지금까지 입소문이 체계적으로 기획-집행-관리되어 온 사례를 발견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간에 입소문이 음으로 양으로 기업의 마케팅에 일조를 했던 사례들이 속속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필연적으로 입소문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보다는 통합적으로 마케팅 하여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으므로, 입소문은 당연히 기업의 마케팅 계획의 요소로 반영되어야 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넷째, '소비자 문화의 대두로 인해 이제 입소문을 중시할 수 밖에 없는 토대가 구축되었다'라고 주장합니다. 독일의 미래학자인 다비트 보쓰하르트(David Bosshart)는 그의 저서 '소비의 미래'에서 "우리는 마케팅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초대한 주인이고 광고가 그 진행을 맡은 다중매체 시대에 살고 있다"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마케팅의 역할과 비중은 확대일로에 있습니다. 이제 상품 뿐만 아니라 사람 정치 환경 스포츠 비영리 분야까지도 마케팅을 통해 성공/실패가 좌우되는 시대가 아닌가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대화'도 이제 '소비자들의 대화'로, 사람들이 영위하는 문화도 '소비자 문화'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지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친구들과 만나서 술 한 잔 하면 하던 이야기들은 인생이니 철학이니 사회니 하는 좀 고차원적인 이야기들이 주였던 것으로 기억 납니다. 요즘은요? '너 TTL존 가 봤냐?' '맥주는 역시 Budweiser가 짱이지!' '입고 있는 Ralph Lauren 얼마짜리야? 디자인 좋은데?' '이번에 나온 삼성카드 광고에서 히딩크 진짜 멋있지 않냐?' 등 상품에 대한 소재로 대화가 진행됩니다. 쭈~욱... 결국 이러한 '소비자들의 대화'에서는 입소문 마케팅의 여지가 갈수록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서 광고 쪽에 계시는 분이라면 반박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광고를 적(敵)으로만 생각하고 이에 대한 반론을 주장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논리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차라리 광고를 친구로 생각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한다면 '정(正)-반(反)-합(合)'의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도 같습니다만, 어떠세요?... ^^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의 가능성과 사례들
앞에서 제가 말씀 드린 글을 가만히 읽다 보면 입소문은 이제 '효과측정'이 가능하다는 의도를 감지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효과측정이 가능하다면, 마케터가 이를 '기획-집행-관리'함에 있어서 통제(controllable)를 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게 될 가능성은 커지겠지요? 즉 입소문은 우발적으로 발생하고 막연하게 효과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비 효과(ROI)'에 대한 측정이 가능한 영역으로 점차 귀속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가능한 분야라면요.

비록 오프라인의 입소문 영역까지도 감히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요.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입소문도 기획과 집행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관리와 통제는 현재로서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입소문에 너무 막연하고 지나친 기대는 걸지 마십시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

인터넷 마케팅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웹로그 분석(Web Log Analysis)'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웹로그란 고객이 어떤 홈페이지로부터 들어와서 어떤 내용을 보고 떠났는지를 기록하는 데이터로서, 이를 통해 많은 마케팅 활용자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웹 이메일 모바일 등을 통해 전파되는 메시지에 대해 기술적인 조작을 가함으로써 '디지털 입소문'의 경로와 효과를 측정할 수 있을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입소문의 시발점의 메시지에 점 하나를 표기해 둡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사람에 의해 전파가 되거나 수신이 되었을 때는 점 2개를 자동 표기하도록 합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점 3개를 자동 표기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러한 데이터들을 실시간 모니터링함으로써 입소문이 전파되는 경로와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실제로 이렇게 집행이 된 예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한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여기서는 온라인을 통해서 실제로 입소문 마케팅을 전개한 사례를 간단하게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온라인의 입소문 마케팅을 다른 말로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혹은 '바이러스 마케팅'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컴퓨터나 파일을 손상시키는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처럼 전파 속도가 빠르게 유포되는 마케팅 방법을 말합니다. 즉 '마인드 바이러스(Mind Virus)'라고 이해를 해 두십시오.

a. 핫메일(www.hotmail.com)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바이러스 마케팅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웹메일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발신자가 이메일을 수신자에게 보내게 되면 항상 하단 태그(tag)에 "Get your private free email at http://www.hotmail.com"이라는 메시지를 자동으로 첨부되게 하여 약 1년 만에 1,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노다지'라는 국내 사이트의 경우 이메일을 발송할 때 태그에 복권을 첨부하여, 수신자가 그 복권을 긁어 당첨이 되면 발신자 수신자가 함께 경품을 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더욱 많은 이메일을 송수신하게 되었으며 결국 이것은 노다지 사이트의 홍보에 일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b. 넷스케이프(www.netscape.com)
지금은 국내 사용자의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어(Explore) 웹브라우저를 사용하지만 웹 초창기에는 대부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사용했었죠. 넷스케이프를 무료로 사용자에게 배포하자 사람들은 입소문을 통해 사이트에서 브라우저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였습니다. 결국 넷스케이프는 당시 웹브라우저의 표준이 되었으며, 넷스케이프사는 사용자들에게 브라우저를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기업용 서버 제품군들을 팔아 수익을 올렸습니다.

c. '추천 프로그램(Recommand Program)' 혹은 '친구에게 이야기하기(Tell a friend)'
'친구 3명을 가입시키면 600분 통화무료'(SK텔레콤), '친구 한 명을 가입시키면 1개월 간 회비 무료'(유니텔) 등이 오프라인의 추천 프로그램의 예입니다. 이것은 입소문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효과 측정이 가능'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웹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에게 추천하기' 등도 약간 유사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d. '제휴 프로그램(Affiliate Program)'
아마존(www.amazon.com)은 자사의 로고 배너를 홈페이지에 달 수 있도록 해서, 사용자가 이 배너를 클릭하여 아마존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책을 구매하면 약 5~15% 정도의 커미션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지급하였습니다. 이러한 제휴 프로그램에 세계 약 30여만 개의 사이트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마존은 이를 통해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무료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커미션 수입을 바라고 자발적으로 아마존의 배너를 게재함으로써 자발적인 입소문을 발생시킨 것이죠.
 
 

(그림 : 아마존의 홈페이지에 설명되어 있는 제휴프로그램의 프로세스)

e. '다단계 판매(MLM)'
퀵스타(www.quixtar.com) 등의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 회사들은 등급을 두어 수익에 대해서 분배를 합니다. 따라서 가입자들은 자신의 수익을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가입시키거나 추천을 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요... ^^;)

또 다른 예로, 미국의 레퍼럴스닷컴과 같은 회사는 헤드헌팅 서비스를 이와 유사하게 활용하였습니다. 즉 어느 기업이 인재추천을 의뢰하기 위해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레퍼럴스닷컴은 자체 회원을 통해 인재를 물색하고, 만약 거기서 적합한 인재가 발견되지 않으면 회원들의 인맥을 통해서 다시 물색을 하는 일종의 인맥 다단계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추천자는 인재가 발견되면 그 단계(레벨)에 따라 커미션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구조입니다.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의 기획을 위한 나침반
제가 위에서 사례를 설명하기 전에 '바이러스 마케팅'이라는 말을 했을 겁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참 탁월한 용어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입소문이라는 것을 생물학적 바이러스의 전파과정에 비유를 해보면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은 인간이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도 탁월한 조어 능력이 돋보이지요.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가 이러한 '마인드 바이러스(Mind Virus)'도 여타 바이러스처럼 생성/조작/대응/소멸 등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인간의 장난끼는 과거에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백제의 서동왕자가 선화공주를 배필로 맞이하기 위해 일부러 퍼뜨렸다는 서동요, 촉(蜀)의 제갈공명이 적국의 군사인 사마중달을 두려워 하여 '사마중달이 왕을 없애고 조(曺)나라를 삼키려 한다'는 입소문을 퍼뜨려 유배를 유도했던 사례 등... 뭐, 최근에도 있습니다. 주가조작을 위해서 루머를 퍼뜨린다든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등의 추잡한... (쩝... 마케팅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죠. ^^;)

이러한 입소문 마케팅의 기획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위의 그림과 같은 대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도입해 볼까 합니다. 1971년에 Wilbur Schramm과 Donald Roberts가 제시한 모형인데, 기본적인 설명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입소문'이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 이 모델을 적용하여 입소문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에서 보시듯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요소로서 커뮤니케이터(송신자 및 수신자), 메시지, 미디어, 잡음, 경험의 장 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면 관계상 다음 절에서는 이중에서 특히 '메시지(Message)' 요소 만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a.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예를 들어 의견선도자(Opinion Leader), 조기수용자(Early Adoptor), 전문가, 유명인 등의 입소문에 대한 영향력은 일반인들보다 큽니다. 최근에는 사이버 커뮤니티의 발전에 따라 입소문의 영향력은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그 역의 흐름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소비자가 부당한 처우에 격분하여 인터넷에 올린 글이 소문을 통해 확대되자 큰 반향을 일으켜 결국 회사 측으로부터 공개적인 사과를 받아낸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b. 메시지(message)
전파되는 메시지가 입소문을 유발할 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에 따라 그 영향력과 확장속도는 천차만별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스운 것은 평범한 것보다 쉽게 전파됩니다. 개그맨들에 의해 퍼뜨려지는 유행어는 일반적인 드라마의 대사보다 훨씬 더 인구에 회자되죠. 뒤에서 좀더 보충 설명을 하겠습니다.

c. 미디어(media)
이제 입소문은 단순히 mouth-to-mouth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메일이나 모바일이나 유선전화도 확장된 입소문 매체라 할 수 있으며, TV 등의 매스미디어도 입소문의 촉발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통합환경에 대한 언급을 잠시 했었습니다만, 각 미디어들이 믹스되면서 입소문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d. 잡음(noise)
잡음은 주위의 소음 때문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합니다. 여기서는 또 다른 해석으로 '부정적 바이러스'라고 해석하겠습니다. 즉, 자사 상품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음해성 입소문이 유포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영역을 의미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에이젼트(Agent)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위기관리(Risk Management)가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됩니다.

e. 경험의 장
공통된 문화/언어/관심/경험 등을 가지고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전파가 용이합니다. 예를 들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에 적합한 상품이라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입소문이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전파될 것입니다.

입소문을 자극하는 메시지의 특성
바이러스가 복제가 되기 쉬우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아마도 숙주의 체질에 맞아야겠지요? 숙주(소비자)가 어떤 것에 대해 얼마나 열광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약간의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입소문이 잘 퍼지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편익, 감성, 충격, 일탈 등의 심리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효과적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러한 인자 중의 하나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a. 편익

기존의 것보다 더 편리하거나, 이익이 되거나,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거나, 무료혜택을 제공하게 되면 입소문은 더욱 강해집니다. 무료 웹메일을 제공한 핫메일(hotmail), 광고를 보면 공짜로 PC를 주었던 FreePc.com, 무료 영화시사회 등이 예가 될 것입니다.

b. 감성

사람들에게 유머, 감동, 재미 등을 줄 수 있다면 입소문은 더욱 강해집니다. 엽기토끼의 경우 플래시 에니메이션으로 된 몇 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계기가 되어 관련 캐릭터 상품이 급성장을 하게 되고,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조연으로 CF에도 출연했죠. (기억나시죠? 주연은 이영애였고...

c. 충격

엽기적이거나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사건 등의 경우 부정적인 입소문이 더욱 강해지고 변형에 변형을 거듭하여 결국은 이상한 괴물이 되기도 합니다. 연예인들의 섹스비디오도 처음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가 나중에는 누구의 첩이었느니 섹스광이라느니 하면서 가공할 스피드로 번식하게 되지요... 전화위복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인가요?... 오히려 이것 때문에 더욱 상품성이 있어지는 예도 몇 가지 있군요. 백지영의 컴백이 그렇고, 최규선이 소지하고 다녔다는 보이스펜이 동이 나는 것을 보면... (참고로 한마디. 지난 월드컵 때 한국이 4강에 오르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일부 사람들은 히딩크가 외계인이라는 황당무개한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퍼진 적이 있었죠. 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소문을 농담보다는 진실에 가깝게 느꼈다고 하던데요?… ^^)

d. 일탈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상품이거나 경험으로 인해 새로움, 신기함, 독특함, 차별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입소문은 더욱 강해집니다. 포라로이드 카메라, 아이맥(iMac), 김치냉장고 등이 이러한 예가 될 것입니다. MBC에서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방영했던 게릴라 콘서트를 생각해 보십시오. 몇 시간 동안 가수가 무개차를 타고 목놓아 공연소식을 알리고 나서 공연 시간이 임박하면 어디서 들었는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공짜로 이색적인 콘서트를 경험하게 됩니다.



맺는 말 : 입소문, 그래도 너의 운명은 '조연배우'일 뿐이야!...
제가 앞에서 입소문에 대해서 꽤나 능력 있고 비전 있는 친구로 소개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입소문은 아무리 제 잘났다고 해도, 주연배우는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즉, 제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입소문으로 극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며, 입소문은 독자적이기 보다는 다른 수단들과 믹스가 되면서 상승작용(Synergy Effect)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혼자서 영생을 구가할 수는 없습니다. 입소문은 다른 여러 수단들과 마찬가지로 마케팅프로모션의 중요한 일부는 될 수 있지만, 전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극 무대로 비유하자면 현재 광고는 굳건한 주연 배우요, 입소문은 무대 경험은 많지만 비중 있는 역할은 제대로 맡아보지 못한 떠오르는 조연 중의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이름 모를 '지나가는 행인 1'의 역할이었지만요. (그래도, 입소문은 조연배우일 때 더 빛이 납니다. ^^)

입소문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입소문 마케팅은 오랜 숙면으로부터 이제 막 깨어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남들이 아직 채 건드리지 않은 처녀지이도 합니다. 유망한 신인 배우 하나 키운다는 심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매진해 볼 만한…

마지막으로 여성을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 활용사례를 하나 살펴보고 마치겠습니다. 일본의 '도 하우스'라고 하는 회사는 주부들을 활용한 리서치 대행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주부 모니터들을 활용하여 소비자 조사를 하거나 매장 조사를 위탁합니다. 의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부들을 활용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전국적인 시장조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장조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상품에 대한 주변에 입소문을 유발하는 전위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을 TV광고 등과 결부되어 설계를 한다면 강력한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입과 손가락이 퇴화되지 않는 한 '(디지털) 입소문'은 언제나 마케팅의 이슈로서 존재하고 진화해 갈 것입니다…

출처:광고저널/Ad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