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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날마다좋은날 2005. 11. 30. 09:12
과자! 내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편집부 webmaster@agri-korea.org

 

*필자: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

워낙 건강체질이라고 자신하던 나에게도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찾아오는 건강에 대한 이상신호는 참으로 당황스럽고 힘든 경험이었다. 덕분에 나는 먹거리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는 경험을 갖게 되기도 하였으니 산 교육을 받은 셈이다.

소비자단체 활동을 막 시작하던 지난 2000년은 정기적으로 다니던 등산도 뜸해지고 어린시절부터 즐기던 수영도 제대로 못한지 3-4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왠만해서는 감기도 잘 앓지 않던 몸이 솜방망이처럼 무겁고 잠을 자도 머리가 가벼워지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새로 시작한 소비자단체 일이 너무 힘겨워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 넘기기에는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뭔가 대책을 찾아 여러 궁리를 하던 내게 어느 날 주말농장 운영이라는 사업이 주어졌다. 그때까지 주말농장에 가보지도 못했고 직접 채소를 가꾸어 먹어보지도 못한 나로써는 우선 주말농장에 가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서울시에 신청하여 받은 200여평의 땅이 있는 광주의 귀여리 농장에서 회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채소, 과일을 심고 가꾸는 일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우리 식구는 워낙 육류를 좋아하여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지는 날은 있어도 고기가 떨어지는 날은 없다고 할 정도였다. 나를 가졌을 때 어머니는 너무 고기가 먹고 싶어서 요리를 하기 위해 고기를 썰다가 기다리지를 못해 날고기로 절반은 먹어치우기 까지 했다고 한다. 육류를 좋아하는 것에 있어 나는 우리 식구들 중 대표주자이다. 그런데 주말농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몸도 생각도 몰라보게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주말농장에서 걷어온 (?) 채소들을 먹어 치우느라고 할 수 없이 채식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한달정도 지나니 자연스럽게 육식을 멀리하게 되고 마치 등산을 정기적으로 다닐때 같이 몸도 가벼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완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비싼 육류를 아주 귀하게 가끔 먹는 정도가 되었다.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은 단지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 소개하는 “과자! 달콤한 유혹”에서 저자는  슈크림회사 사장의 때이른 질병과 죽음, 아이스크림회사 사장들과 그 가족들의 사례를 들어 오늘날 산업이 만들어 낸 달콤한 음식들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실험에서는 영양적으로 결핍된 음식이 2대, 3대로 이어지면서 발육과 정신적인 장애를 나타내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범죄와 청소년 비행등 성격장애를 유발하는 문제이다. 저자는 건강저널리스트 이마무라 고이치 이론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정제당을 탐닉하게 되면 저혈당을 부른다. 저혈당 상태가 되면 인체는 에너지 쇼크를 막기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아드레날린은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체내에서 분해되면 아드레노크롬이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이 성분은 오래전부터 정신분열증의 원인물질로 의심되어 왔으며, 마약으로 분류되는 메스칼린의 유효성분과 동일하다”

혀를 즐겁게 하는 달콤한 각종 가공식품들은 이 맛에 탐닉하게 하고 어린시절부터 정제당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에게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과자...를 쓴 저자는 오랫동안 과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던 중견 간부사원이었다. 저자 역시 나와 같이 건강에 이상신호를 느끼면서 주변에 질병으로 쓰러져 가는 제과업계 사람들을 보아오면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부여를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산업이 만들어 낸 과자,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식품첨가제 등의 문제를 설명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 식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가공식품을 들여다보자면 한 가지 공통적인 트렌드가 있다. 인위적인 영양분 첨가가 그것이다. 웬만한 회사의 로고가 붙은 식품 치고 비타민이 첨가되었느니, 미네랄이 첨가되었느니 하는 표기가 없는 제품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유감스러운 점은 이때 사용되는 영양분들이 거의 대부분 정제물질이라는 사실이다. 정제물질이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성분을 가리킨다. 화학적인 방법에 의해 얻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이 준 영양분을 원료에서 빼내고 나중에 다시 강제로 첨가하는 일, 뭔가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일, 그 뒤에 생산자 마인드의 허황된 복선이 깔려있다”

저자는 식품업체가 판매하는 영양이나 건강으로서의 식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이 가게하는 제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가공식품업체는 첨가된 제품이 몸에서 어떻게 대사되는 지에는 관심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소비자의 선택이 남은 셈이다.

오늘날 사회를 지칭하는 여러 말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말이 “위험사회”라는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울리히벡은 전통적인 산업사회가 가고 후기 근대사회가 도래하며 이는 위험사회로 그 특징을 지칭하였다. 위험사회에 존재하는 위험은 개인적인 위난이 아니라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위험들로 발달된 과학기술이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실험장화 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의 문제라 한다. 유전자변형농산물, 가공식품 첨가제, 광우병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들 위험들은 또한 현시적이고 계산 가능한 위험이 아니라 잠재적이고 가능성으로서의 위험이다. 결과물들이 위험을 분명하게 인지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30% 가까이가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에 시달리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음식때문인지, 어떤 물질때문인지 직접적으로 알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도시를 벗어나 산속에서 살 수 만도 없는 현실이다. 현대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당면한 위험의 문제가 이렇듯 당혹스럽고 어려운 일들이다. 전문화되어 있어 자세히 알고 계산할 수 없으며, 부수적이고 간접적인 효과인 경우가 많고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우며, 우리가 믿어왔던 과학적 사실과 충돌되는 경험과 지식이 많다는 것 등이다.

위험의 혼돈 속에서 일상적인 소비로 영위하는 현대 도시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선택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답에서 저자는 “지금의 식생활을 슬로우푸드로 과감하게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제당과 나쁜지방, 식품첨가물이 한데 섞인 “가공식품”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은 가족들 간에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 하며, 작지만 풍요로운 즐거움을 준다. 저자는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는 우리가 누리는 문화의 하나이며, 문화는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명명한 것도 결국 문화, 생활양식이 바뀌어야만 건강한 나와 우리 아이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의 편리함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저자는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제 경고는 충분하다. ‘어떻게’에 답을 해야 할 때이다.

음식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사는것이라고 할 만큼 개인에게 큰 영향을 준다. 한꺼번에 새로운 음식문화로 바꾸어라 하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소비자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써 작은 몇 가지 실천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기업에서 제공하는 제품에 대한 표시와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부터 하자.

“제품의 원료리스트를 보자. 우선 각성제의 하나인 카페인이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카페인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성분이며, 우리가 그 유해성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다음 표기된 안식향산나트륨, 이물질은 소르빈산칼륨과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방부제다. 과즙을 5%사용했다는 표기가 크게 확대되어있다. 소비자는 이 음료를 마시며 과즙의 영양을 함께 섭취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음료에 첨가하는 과즙은 과일에서 착즙한 생과즙 그대로가 아니라 보관성을 늘리고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5배정도 농축한 과즙을 1%넣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눈속임 마케팅의 산물이다”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일은 주말농장에 발을 디디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나면 가급적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고 가족이 함께 요리하는 문화를 만들고 여건이 된다면 유기농식품을 선택하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다.

먹거리문화 면에서 우리는 그래도 유리한 처지에 있다. 우리 민족의 식단은 참으로 합리적인 철학과 신체 생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모델이 좋으니 실천도 쉽다.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가 찬찬히 따져보기를 바란다. 지금과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은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되어 사는 것과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