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 확대 속의 수입 유기농식품 급증

날마다좋은날 2005. 11. 30. 09:24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 확대 속의 수입 유기농식품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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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조완형 (사단법인 한살림 상임이사)


수입 유기농식품 급증, 국내 친환경유기농식품 주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소득수준 향상, 건강 및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 증대, 농약 과다 사용에 대한 위험성 고조, 생태환경에 대한 의식수준 향상 등에 힘입어 친환경유기농식품 수요량은 해마다 30~40%씩 꾸준히 늘어왔다. 근래 웰빙이니 로하스니 하는 새로운 문화코드가 가세하면서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수요량을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대형 식품·유통업체들이 친환경유기농식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유통경로도 한살림이나 생협 등의 직거래만이 아니라 전문유통업체나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판매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들은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또한 중소 전문유통업체의 인수합병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유기농식품 시장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친환경유기농산물 생산기반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전체 농산물 생산량 중 친환경유기농산물의 비중은 약 2.5%, 유기농산물만의 비중은 약 0.3% 수준임) 대형 식품·유통업체들은 주로 외국산 유기농산물을 들여와 가공하거나 완제품 형태의 유기가공식품을 수입하여 시장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유기농식품의 수입물량은 2000년에 약 570톤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에 10,020톤으로 무려 17.6배나 늘어났다. 한편 유기농식품의 수입금액도 2000년 780천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 14,290천 달러로 무려 18.3배나 늘어났다.
2004년의 경우 수입 유기농식품의 주요국별 비중을 살펴보면 수입량에서는 중국 63.8%, EU 13.9%, 미국 12.7% 등으로 나타나고, 수입액에서는 EU 42.5%, 미국 27.3%, 중국 11.2% 등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수입금액의 비중보다 수입물량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은 최근 2~3년간 콩을 비롯한 가공원료 유기농산물의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관원에 따르면 수입 유기농산물은 2003년 904톤에 불과했으나 2004년 5,313톤(콩 4,420톤, 밀 570톤, 참깨 183톤 등)으로 급증하였다. 더욱이 올 상반기 수입 유기농산물은 7,945톤(콩 6,460톤, 옥수수 144톤, 참깨 108톤 등)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3년간 국내 유기농산물 생산량 대비 수입 유기농산물 인증량의 비중을 보면 2003년 2.4%, 2004년 14.5%, 2005년(상반기) 59.1%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수입 유기농산물의 대부분은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되어 국내 식품기업의 유기농 두부, 콩나물, 두유, 참기름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어 국내에서 유통된 유기가공식품은 2004년 한해동안 863개 품목에 이른다. 그 중에서 특수영양식품, 과자류, 음료류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산 유기농산물이나 1차 유기가공식품을 가공원료로 수입하여 국내에서 가공되는 수입 유기가공식품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여 두부, 두유 등을 가공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실정이며, 음료류(주스류)의 수입도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산 유기농식품 성장세는 주춤하는 반면 외국산 유기농식품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국내산 유기농식품보다는 외국산 유기농식품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듯하다. 국내산 인증 유기농산물(전환기유기농산물 포함)의 물량 증가율 추이는 오히려 2002년 이후 97.9%, 57.7%, 10.4%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있다. 이에 반면 수입 유기농산물과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물량은 매년 2~3배정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외국산 유기농산물을 들여와 가공하거나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입 유기농식품의 시장규모는 약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수입 유기농식품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국내 유수한 식품 가공·유통 기업들이 앞장서서 수입 유기농식품의 가공 및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유기농식품 전문판매점이나 백화정할인점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농협하나클럽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에서도 수입 유기농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 있는 국내농업에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대안농업으로 시작된 친환경유기농업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입 유기농식품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한적이나마 몇 가지 대응과제를
제시해본다.

첫째, 일정한 지역 범위에서 친환경유기농업 실천 농가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경종, 축산, 임업부문, 가공부문을 잘 결합시키는 ‘지역 복합형·순환형 농업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지역의 농업자연조건과 농업자원조건, 지역의 친환경유기농업 기술역량 등을 고려한 다양한 작목 및 부문을 도입하고, 유통관계에서도 지역농업 전체를 염두에 두는 지역종합거래를 도모해야 한다.

둘째, 친환경유기가공식품을 적극 개발하는 일이다. 이것은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소비기반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국내산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잠재수요를 잠식하는 수입 유기농식품에 적극 대항하는 길이다. 친환경유기가공사업은 농가공 형태로 생산자나 생산조직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도농 간 삶의 연대 폭을 확대하는데 집중 노력하는 일이다. 단순히 소비자를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이용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참여하는 친환경유기농식품 개발·공급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성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에서 도농교류활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이것은 친환경유기농식품 유통조직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수입 유기농식품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친환경유기농업운동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넷째, 수입 유기농식품에 대한 활발한 견제활동을 전개하는 일이다. 국내 친환경유기농업의 육성·발전에 반하거나 무관심한 채 오로지 이윤창출에 혈안이 되어 수입 유기농식품 가공·유통 기업에 대한 사회적 견제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기업이 ‘친환경유기농업 육성에 의한 국내농업 활성화’라는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가 연대하여 사회적 견제세력을 굳건히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식품 가공·유통 기업들이 국내산 친환경유기농식품의 개발·취급을 늘려 국내 친환경유기농업의 육성·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섯째, 친환경유기농식품 직거래운동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시장개방 속에서 정부나 농가 수준에서 UR 대응작물이나 대안농업이라는 인식에서 친환경유기농업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해외유기농식품의 수입이 급증하는 속에서 친환경유기농업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그러므로 국내산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생산·소비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토대로 하는 직거래운동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도 직거래유통을 우선으로 하면서 일반소매유통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책적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여섯째, 유기가공식품 유통관리체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최근 수입 유기가공식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가공원료인 유기농산물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의무 인증표시제를 도입하여 국내 및 수입 유기가공식품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친환경농업육성법, 식품위생법, 농산물가공산업육성법, 축산물가공처리법 등에 분산되어 있는 유기농산물 및 유기가공식품 관련규정을 한데 모아 통일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통합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친환경유기농식품에 대한 이용촉진활동을 강화하는 일이다. 국내산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안전성·친환경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평가를 얻지 못해 구매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므로 좀더 구체적인 사실을 가지고 소비자 인식을 전환시키는 이용촉진활동을 강화하여 소비자의 이해와 신뢰를 높여가야 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교육의 기본으로 삼았던 지육(智育), 덕육(德育), 체육(體育)에 부가하여 식농(食農)교육 내지 식육(食育)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여덟째,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안전성과 친환경성 가치에 걸맞는 이미지 작업(포장디자인, 포장재질, 홍보매체, 매장 현판, 공급차량 등)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진부하다는 평이다. 그러므로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안전성과 친환경성 가치를 잘 드러낼 수 있는 포장디자인, 포장재, 홍보매체, 매장 현판, 공급차량 등의 이미지 작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유기농식품을 잘 소개할 수 있는 사이버매체(인터넷 홈페이지)를 잘 구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