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5. 11. 7.
유기농을 가장 잘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주지하다시피 현재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친환경적인 농업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를 따질 때 쿠바에 미치지 못한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는 미국의 무역봉쇄로 벼랑 끝에서 유기농을 시작했다. 이후 과학적인 영농기술을 개발해 식량자급률 100%를 이뤘다.SBS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다큐멘터리 ‘쿠바의 농업혁명'(13일 오전6시50분·사진)을 방영한다. 1950년 후반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정치혁명으로 유명한 쿠바는 현재 농업혁명이 한창이다. 쿠바는 구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철저한 경제 봉쇄로 인해 극빈에 시달렸다. 국민들이 우유 한 잔으로 며칠씩 버텨야 할 정도로 절박했던 쿠바는 식량자급을 위해 몸부림을 쳤다. 전국 121개의 농민 직판소를 마련하고, 국영방송을 통해 첨단 농법을 교육하는 등 농정의 전 국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제작진은 쿠바의 농업계몽 프로그램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쿠바 농림부는 전국 50개 소에 달하는 농업 컨설팅 숍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농촌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전통농업에 생명과학을 결합해 한 줌의 흙만 있으면 도시에서도 건강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게 한 점도 큰 성취다. 또 전 세계 6000종에 달하는 지렁이를 연구해 쿠바 토지에 가장 적합한 분변토를 생성하는 종을 가려냈다. 친환경적 농법의 도입은 농약의 변화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쿠바의 농부들이 사용하는 농약은 맨손을 담가도 될 정도로 인체에 무해하다. 유독한 화학농약 대신 쌀 뜨물이나 양파를 썩힌 물 등으로 해충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화학농약의 사용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계획적인 농업개혁의 결과 쿠바는 10년 만에 질병 발생률을 30%나 줄였고, 영아 사망률을 세계 최저로 낮췄다.
연출을 맡은 이홍기 PD는 “농업과 관련해서 말이 많았지만 정작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먹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던 차에 쿠바의 놀랄 만한 농업혁명에서 충격을 받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심재천 기자jayshim@segye.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