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쿠바의 교훈

날마다좋은날 2005. 11. 21. 09:27
Subject  
   쿠바의 교훈
영남일보  2005. 11. 9.
  


가끔씩 젊은이들의 티셔츠에서 발견되는 혁명가 체 게바라. 쿠바는 검은 베레모에 아무렇게나 기른 긴 머리카락, 덥수룩한 턱수염, 그리고 열정적인 눈빛, 굳게 다문 입술을 한 그의 모습과 항상 겹쳐 떠오른다.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이상사회를 꿈꾸며 게바라가 부르짖던 '푸른 혁명', 그 정신을 잇는 의미있는 혁명이 쿠바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극도로 식량사정이 어려웠던 쿠바가 자급률 100%를 달성하는 농업혁명을 이뤘다. 성공 비결은 유기 농업에 기반한 과학적 농업기술. 쿠바는 친환경 농법에 농업의 사활을 걸었다. 단순히 '무농약, 무비료'가 아닌 '자연과 인간의 순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했다. 가족농 중심의 토지개혁, 직거래 유통중심의 시장개혁, 지렁이 퇴비 등을 이용한 흙 살리기 운동, 윤작·간작·휴경작 등 순환농업의 정착 등이다. 도심의 자투리 땅에서도 깨끗한 채소를 생산하고, 6천종의 지렁이를 연구해 비옥한 땅을 만들어냈다. 친환경 농업은 국민 건강을 놀랍도록 개선시켜 질병 발생률을 30%나 낮췄다고 한다.

한국의 유기농 80%는 임대농지에서 농사를 짓는다. 3~4년 뼈 빠지게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나면 주인이 나타나 땅을 매각해 버린다. 세계적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로도 꼽힌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천년 농업역사에서 농약의 역사는 40~50년에 불과하고 두세배 가격이 높아도 유기농 제품의 소비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의 확산은 유기농 활성화의 출발점이다.

농약·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깨끗한 농산물이 넘쳐나는 쿠바의 농업혁명은 농산물 개방 등으로 농민시위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깨끗한 음식을 먹으면서 사람도 건강해지고, 먹거리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는 쿠바의 농업은 분명 우리농업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재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