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위기의 친환경농업 판로가 없다

날마다좋은날 2005. 11. 21. 09:23
 
강진신문  2005. 11. 17.

위기의 친환경농업 판로가 없다  
  
주희춘 기자 ju@gjon.com
  
친환경농업이 최대위기다. 농민들이 어렵게 재배한 친환경쌀의 판로가 꽉 막혀있다. 올해는 어떻게 풀릴지 모르지만 내년에가 더 심각하다. 친환경농업이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말이다. 최근의 친환경농업의 문제와 각국의 선진사례등을 통해 강진친환경농업이 나아갈 길을 5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1.위기의 친환경농업 판로가 없다
2.유기농업,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3.녹색식품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중국.
4.생활속에서 나오는 캐나다의 유기농업
5.일본유기농업, 땅과 사람, 도시인과 농촌사람이 함께 어우러진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업특구 1호로 통하는 옴천면 일대. 조그만 고을의 친환경 쌀 재배 면적이 260㏊에 이른다. 병영에서 옴천으로 넘어가는 기알재에는 이곳이 친환경농업1번지라고 알리고 있다.  

친환경농업특구에 대해 법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곳은 강진이 친환경농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일천한 친환경농업 역사에서 친환경 쌀 재배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이는 전국의 친환경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칭찬하는 부분이다.

그럼 올가을 수매폐지 원년을 맞아 일반 농민들이 쌀값하락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요즘 옴천 농민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한마디로 다른 농민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처지다. 오히려 친환경농업에 손을 댄 농민들이 더 많은 충격을 감내하고 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옴천지역 친환경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300세대가구의 회장인 오병집씨는 “이런 식이라면 내년부터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들은 씨가 마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회장은 “농약 안치고, 노동 더 들어가고, 수확량은 감소해서 얻은 수확인데 헐 값에 넘길 수는 없다. 친환경쌀에 대한 일정 정도의 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금의 농촌현실에서 친환경농업에 도전할 농민들이 없다.

농민들이 직접 판로를 개척하라고 그러는데 영세한 농민들이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옴천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은 2년 동안 전혀 농약을 쓰지 않은 무농약쌀만 1만여가마(40㎏ 기준). 여기에 고급쌀로 통하는 3년 동안 농약을 하지 않은 전환기 유기농 쌀이 5천가마에 이른다. 무농약 쌀의 경우 보통 일반벼보다 70%, 전환기유기농은 60% 정도 적게 수확 된 것이다.

이에따라 농민들은 무농약벼는 4만3천원하는 일반벼 보다 1만7천원이 높은 최소한 가마당 6만원까지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전환기 유기농은 8만5천원에는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시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옴촌의 무농약쌀을 매입해 주었던 관내 일부 농협 RPC들은 재고가 지금도 많다며 난감해 하고 있고, 그나마 지난해 외지에서는 유일하게 옴천쌀을 구입해 주었던 보성 별량농협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 벼도 소화하지 못했다며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어느 지역 특정쌀을 선별해 고가에 매입해 줄 여건이 도저히 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요즘 문제가 올해로 끝날 난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벼 가격은 지난해 보다 40㎏ 당 1천원이 떨어졌고 수입쌀 시중 유통은 시간문제다.

여기에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유기농쌀이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 대도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유기농쌀의 종류가 3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농약하지 않고 적게 수확해서 일정부분 높은 가격을 받아 손해를 벌충하겠다는 농민들의 작은 소망이 통용될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양적으로 확대되며 농촌을 살리는 구세주처럼 통용돼 왔던 친환경농업이 최대 위기를맞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전남도나 강진군은 친환경농업의 규모를 확대할 계획만 내놓고 있다.

강진군의 경우 무농약 이상 인증면적이 지난 2003년 86㏊에서 2년만에 221㏊로 4배가 늘었다. 전남도는 친환경농업을 빠른 시일내에는 전체 농업의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00년 이상의 친환경 농업 역사를 자랑하며 유기농업의 최대 선진지역인 유럽이나 북미지역이 전체농업의 7% 정도를 친환경농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목표가 아닐 수 없지만 이는 농촌 현실은 전혀 돌아보지 않은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늘날 친환경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중의 하나는 생산된 농산물을 어떻게 유통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여기에 어떻게 과학적인 생산 기준을 제시할 것이며,

또 어떻게 생산물의 다양성을 꾀할 것인가, 또한 친환경농업에 대한 농민들의 의식을 어떻게 전환 시킬 것이냐 하는 등의  대책이 함께 나오지 않고서는 친환경농업은 장기적으로 또 다른 골칫거리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유기농업으로 대변되는 친환경농업은 장기적으로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최근의 김치파동과 조류독감 위협에서 보듯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적인 팽창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개념정리와 체계적인 준비, 합리적인 기준, 장기적인 투자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친환경농업(여기서는 유기농업이라는 개념과 함께 사용한다)은 강진에서 그져 농약치지 않고 벼를 재배하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 개념들은 다양하다.

지금까지 유기농 제품이란 이름으로 국제시장에 나온 제품이 자그마치 3천500여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제시장에 유기농 브레지어 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유기농 제품의 무궁한 다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말해 쌀은 그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강진에서의 친환경농업은 쌀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광주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웰빙농산물 기획전에는 20여개 업체에서 30여개 품질인증 농산물이 선보였다.

유기농 쌀은 기본이고 방울토마토, 메론, 배, 밀감,오이, 애호박, 참타리버섯, 미니단호박등 강진에서는 아직 도입하지 못한 품질인증 농산물들이 농산물 품질관리원의 품질인증 마크을 붙이고 쏟아져 나왔다.      

광주신세계백화점 김형철 바이어는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쌀이나 쌈채류를 찾는 정도가 전부였으나 지금은 구매하려는 친환경 품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늘어나는 소비자들의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기대에 장기적으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의 개념 정립이 정확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이다.

단국대학교 유기농연구소 손상목 교수는 “친환경농업은 일순간에 어떤 것을 얻으려고 하면 많은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목표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자연(NATURE)"지는 지난 2001년 4월 호에서 순수한 유기농장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루기까지에는 평균 9년이 걸린다고 보도하였다.

이때쯤 되면 땅의 성질이 변해서 작물이 병충해에 아주 강해지고, 수확량도 회복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확충하기까지 일정한 시간도 필요한 것도 이 기간에 포함된다.

인터넷 상거래가 발전하고 식품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수입.지출의 균형기간은 이보다 빨라지고 있지만 친환경농업이 얼마나 끈기있는 집념이 요구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농업 성공을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을 접하다 보면 과연 친환경농업을 시도하면서 버텨날 농민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특히나 한해 농사지어서 한해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농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매년 제기되는 유통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이와관련 강진농업기술센터 오상동 담당은 “친환경농업이 일정부분 괘도에 오르기 까지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강조했다.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두고 오랫동안 유기축산을 연구해온 김명준 사장은 “채소와 축산, 쌀이 결합된 순환유기농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축산에서 나온 퇴비로 농사를 지어 유기쌀과 유기채소를 생산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볏짚을 다시 유기축산에 투입하는 순환유기농을 체계적으로 조성해 가야 친환경농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일관적인 정책 유지도 전문가들 사이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친환경농업이 성공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농민도 정부도 자치단체도 모두 절감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켜가는 가운데, 친환경농업이 결국은 농민들이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단계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다. 생산은 물론 판매도 궁극적으로 농민몫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농민들과 소비자와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게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