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대, 우리는 친환경으로 간다' … ⑦ 행복한 농사, 건강한 사람들(쿠바 현지르포-2)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글싣는 순서
1회:친환경만이 대안이다
2회:옥천의 친환경농업, 그 실태와 문제점
3회:친환경농엽, 자치단체의 경쟁력
4회:대한민국 유기농 1번지, 문당리의 교훈
5회:지역순환형 농업운동, 아산 생산자 연합회
6회: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쿠바현지르포-1)
▶7회:행복한 농사, 건강한 사람들(쿠바현지르포-2)
8회:‘유기농 옥천, 어떻게 가꿀 것인가?’
지난 ‘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 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쿠바의 농업환경은 우리 뿐 아니라 (북한 정도를 제외한)세계의 어느 나라와도 직접 비교를 하기는 쉽지 않다. 비록 외부에 의해 강요된 부분이 있지만 쿠바는 오직 그들만의 무역환경과 정치구조, 역사 등과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난 10여 년 간 유기농업을 성장시켜 왔다.
이런 그들만의 ‘유기농업’이 21세기, 생명의 시대를 맞는 우리들에게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도 다른 그들과 우리의 사회·경제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기농업의 정신이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행복추구’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굳이 화석연료의 고갈 등 에너지의 위기라든가 김치파동, 민물양식어류 파동 등이 보여주듯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쿠바국영 알라마르 협동농장과 상하이 농장, 우리의 농업기술센터 격인 컨설팅 사무소(C.T.A)등에서 유기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아바나 19번 거리에 있는 유기시장과 세사이오 페르난데스 초등학교 등 쿠바인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즐기는 모습을 만나보자.
◆`농약, 화학비료는 필요없다'
지난 1997년 문을 연 국영 알라마르 협동농장. 약 3.6ha에 이르는 이 농장은 아바나 시내로부터 약 15분 거리에 있는 알라마르지역에 위치한 유기농장이다. 8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토마토, 상추, 무, 오이, 약초 등 재배작목만 16종에 이른다.
“국영농장이란 의미는 정부가 최초에 설립했다는 뜻이고 그 운영은 자율에 맡겨 집ㄴ다. 농장소득 중 일부를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는 직원임금과 농장 운영비로 사용하죠. 50%는 농장계좌에 적립하고 50%는 직원들이 가져갑니다.”
알라마르 부지배인 노엘 뺀야(64)씨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 농장은 수도 아바나시에만 수 백 곳에 이른다고. 규모 차이는 있지만 크고 작은 도시농장들은 각 지역의 식량문제를 책임지는 생산기지인 샘이다. 쿠바의 농업에서는 약초가 농약을, 지렁이 똥이 화학비료를 대신하고 있었다.
“시금치를 알바카와 함께 심으면 알바카 향 때문에 해충이 사라집니다. 벌레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적당히 심어 녀석들을 유인하고 분변토(지렁이가 배설한 흙)로 흙을 건강하게 유지합니다. 분변토의 숙성과정에서 나온 액체는 액비로 쓰고 분변토와 소똥, 남은 농작물을 분쇄해 섞어 발효시킨 퇴비도 늘 공급하니 모든 작물이 병 없이 건강하고 맛있게 자랍니다.”
◆천적보다 좋은 농약 없다
아바나시 중심가에 위치한 상하이 농장도 알라마르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농장 어디든 분변토가 준비돼 있었고 해바라기를 심어놓은 모습도 그대로다. 상하이 농장에서 눈에 띄는 시설은 ‘천적배양실’이다. 이곳에선 아바나시 농업부 천적연구소에서 작물별로 검증된 천적을 전달받아 배양하는 곳이다.
이 농장 배양실에서 만난 호세 뻬드로(48)씨는 “천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이름도 없는 미생물에서 큰 곤충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다”며 “농약이 이미 병든 작물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면 천적은 처음부터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배환경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는 정부가 주도하는 농업생산을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국가는 국립연구소, 대학과 함께 농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및 인프라스트럭처 생산, 연구를 전담하며 생산현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바나 근교 쁠라야 마을에서 개인농장을 운영하는 비달(44)씨의 모습은 그 좋은 예. 비달씨는 시내 한가운데 1천여 평의 개인농장을 운영하며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농민이다.
“컨설팅사무소에서 씨앗과 분변토를 구입해요. 전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농업이 제 적성에 맞고 수입도 좋아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에 관한 부분은 컨설팅사무소에서 지도를 받으니 어려움이 없어요.”
비달씨의 경우처럼 개인 농가를 포함해 관할지역의 농민들에게 농자재와 농업기술을 공급하는 컨설팅사무소(C.T.A)는 아바나 시내에만 55곳이 운영되고 있다. 쁠라야 마을 C.T.A 직원 마가리(44.여)씨는 유기농업기술 보급이 컨설팅사무소의 운영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희는 쁠라야 지역의 농업과 관련한 모든 개인과 단체에 기술적 조언과 유기농지식 전달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기농업기술이 보급되면 출장근무자들이 바로바로 농가에 알립니다.”
보편화된 유기농장과 쿠바정부의 장관급 공무원들보다 높은 소득수준을 자랑하는 농민들과 곁에서 그들을 돕는 컨설팅 사무소까지. 쿠바가 농민과 유기농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좋은 농산물, 아이들부터
쿠바의 유기농산물은 병원과 학교에서 최우선으로 ‘무료급식’되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시장을 통해 시민에게 공급된다. 아바나 19번 거리에 위치한 유기농시장. 오전 9시30분쯤 찾은 시장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음에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추, 시금치부터 낯선 과일까지 다양한 종류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기다리는 이곳은 활기로 넘쳤다. 취재팀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자 한 판매상이 반갑게 맞이한다.
“가까운 곳에 북한대사관이 있어서 그곳 사람들이 자주 시장에 들릅니다. 주로 김치 재료를 구입해 가죠.”
이번엔 유기농산물이 우선 공급되는 학교를 찾았다. 아바나 중심가에 있는 세사이오 페르난데스 초등학교. 6세부터 12세까지의 아동 400여명과 교사 20명이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마침 고학년 어린이들의 ‘농업’수업이 학교 내 농장에서 한창이다.
“김매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 수 있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움베르토.6학년)”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밭의 풀을 뽑았고 잠시 작업을 마친 후에는 먹거리를 주제로 한 노래를 불렀다. 이 학교 교감 마리아 빅토리아(38)씨는 건강한 음식을 공급하는 것은 학교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건강은 학교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바른 식습관을 교육하는 것도 학교의 책임입니다. 우리 학교를 비롯해 아바나 전체 746개 초등학교 모두 이런 교육방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결과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학교 야외 수영장에서는 쿠바의 꿈나무들이 한창 수영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기농 급식을 먹고 자란 튼튼한 아이들이 남미의 따뜻한 태양아래 평등한 수업을 받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부족함을 모르는, 쿠바 어린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과밀학급, 분교 통폐합, 집단식중독에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이 떠오른다.
쿠바는 무의미한 욕심을 포기할 때 그 구성원들이 어떤 행복을 누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백정현 기자 jh100@okinews.com
글싣는 순서
1회:친환경만이 대안이다
2회:옥천의 친환경농업, 그 실태와 문제점
3회:친환경농엽, 자치단체의 경쟁력
4회:대한민국 유기농 1번지, 문당리의 교훈
5회:지역순환형 농업운동, 아산 생산자 연합회
6회: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쿠바현지르포-1)
▶7회:행복한 농사, 건강한 사람들(쿠바현지르포-2)
8회:‘유기농 옥천, 어떻게 가꿀 것인가?’
지난 ‘유기농 혁명, 나라를 살리다’ 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쿠바의 농업환경은 우리 뿐 아니라 (북한 정도를 제외한)세계의 어느 나라와도 직접 비교를 하기는 쉽지 않다. 비록 외부에 의해 강요된 부분이 있지만 쿠바는 오직 그들만의 무역환경과 정치구조, 역사 등과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난 10여 년 간 유기농업을 성장시켜 왔다.
이런 그들만의 ‘유기농업’이 21세기, 생명의 시대를 맞는 우리들에게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도 다른 그들과 우리의 사회·경제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기농업의 정신이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행복추구’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굳이 화석연료의 고갈 등 에너지의 위기라든가 김치파동, 민물양식어류 파동 등이 보여주듯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쿠바국영 알라마르 협동농장과 상하이 농장, 우리의 농업기술센터 격인 컨설팅 사무소(C.T.A)등에서 유기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아바나 19번 거리에 있는 유기시장과 세사이오 페르난데스 초등학교 등 쿠바인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즐기는 모습을 만나보자.
◆`농약, 화학비료는 필요없다'
지난 1997년 문을 연 국영 알라마르 협동농장. 약 3.6ha에 이르는 이 농장은 아바나 시내로부터 약 15분 거리에 있는 알라마르지역에 위치한 유기농장이다. 8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토마토, 상추, 무, 오이, 약초 등 재배작목만 16종에 이른다.
“국영농장이란 의미는 정부가 최초에 설립했다는 뜻이고 그 운영은 자율에 맡겨 집ㄴ다. 농장소득 중 일부를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는 직원임금과 농장 운영비로 사용하죠. 50%는 농장계좌에 적립하고 50%는 직원들이 가져갑니다.”
알라마르 부지배인 노엘 뺀야(64)씨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 농장은 수도 아바나시에만 수 백 곳에 이른다고. 규모 차이는 있지만 크고 작은 도시농장들은 각 지역의 식량문제를 책임지는 생산기지인 샘이다. 쿠바의 농업에서는 약초가 농약을, 지렁이 똥이 화학비료를 대신하고 있었다.
“시금치를 알바카와 함께 심으면 알바카 향 때문에 해충이 사라집니다. 벌레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적당히 심어 녀석들을 유인하고 분변토(지렁이가 배설한 흙)로 흙을 건강하게 유지합니다. 분변토의 숙성과정에서 나온 액체는 액비로 쓰고 분변토와 소똥, 남은 농작물을 분쇄해 섞어 발효시킨 퇴비도 늘 공급하니 모든 작물이 병 없이 건강하고 맛있게 자랍니다.”
◆천적보다 좋은 농약 없다
아바나시 중심가에 위치한 상하이 농장도 알라마르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농장 어디든 분변토가 준비돼 있었고 해바라기를 심어놓은 모습도 그대로다. 상하이 농장에서 눈에 띄는 시설은 ‘천적배양실’이다. 이곳에선 아바나시 농업부 천적연구소에서 작물별로 검증된 천적을 전달받아 배양하는 곳이다.
이 농장 배양실에서 만난 호세 뻬드로(48)씨는 “천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이름도 없는 미생물에서 큰 곤충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다”며 “농약이 이미 병든 작물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면 천적은 처음부터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배환경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는 정부가 주도하는 농업생산을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국가는 국립연구소, 대학과 함께 농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및 인프라스트럭처 생산, 연구를 전담하며 생산현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 아바나 근교에서 개인농장을 운영하는 비달(맨 왼쪽)씨가 친환경 병해충 방재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해바라기는 해충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점필정 기자 | ||
“컨설팅사무소에서 씨앗과 분변토를 구입해요. 전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농업이 제 적성에 맞고 수입도 좋아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에 관한 부분은 컨설팅사무소에서 지도를 받으니 어려움이 없어요.”
비달씨의 경우처럼 개인 농가를 포함해 관할지역의 농민들에게 농자재와 농업기술을 공급하는 컨설팅사무소(C.T.A)는 아바나 시내에만 55곳이 운영되고 있다. 쁠라야 마을 C.T.A 직원 마가리(44.여)씨는 유기농업기술 보급이 컨설팅사무소의 운영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희는 쁠라야 지역의 농업과 관련한 모든 개인과 단체에 기술적 조언과 유기농지식 전달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기농업기술이 보급되면 출장근무자들이 바로바로 농가에 알립니다.”
보편화된 유기농장과 쿠바정부의 장관급 공무원들보다 높은 소득수준을 자랑하는 농민들과 곁에서 그들을 돕는 컨설팅 사무소까지. 쿠바가 농민과 유기농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좋은 농산물, 아이들부터
쿠바의 유기농산물은 병원과 학교에서 최우선으로 ‘무료급식’되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시장을 통해 시민에게 공급된다. 아바나 19번 거리에 위치한 유기농시장. 오전 9시30분쯤 찾은 시장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음에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추, 시금치부터 낯선 과일까지 다양한 종류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기다리는 이곳은 활기로 넘쳤다. 취재팀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자 한 판매상이 반갑게 맞이한다.
“가까운 곳에 북한대사관이 있어서 그곳 사람들이 자주 시장에 들릅니다. 주로 김치 재료를 구입해 가죠.”
이번엔 유기농산물이 우선 공급되는 학교를 찾았다. 아바나 중심가에 있는 세사이오 페르난데스 초등학교. 6세부터 12세까지의 아동 400여명과 교사 20명이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마침 고학년 어린이들의 ‘농업’수업이 학교 내 농장에서 한창이다.
“김매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 수 있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움베르토.6학년)”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밭의 풀을 뽑았고 잠시 작업을 마친 후에는 먹거리를 주제로 한 노래를 불렀다. 이 학교 교감 마리아 빅토리아(38)씨는 건강한 음식을 공급하는 것은 학교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건강은 학교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바른 식습관을 교육하는 것도 학교의 책임입니다. 우리 학교를 비롯해 아바나 전체 746개 초등학교 모두 이런 교육방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 결과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학교 야외 수영장에서는 쿠바의 꿈나무들이 한창 수영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기농 급식을 먹고 자란 튼튼한 아이들이 남미의 따뜻한 태양아래 평등한 수업을 받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부족함을 모르는, 쿠바 어린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과밀학급, 분교 통폐합, 집단식중독에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이 떠오른다.
쿠바는 무의미한 욕심을 포기할 때 그 구성원들이 어떤 행복을 누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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