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성공을 위한 5가지 조건
최근 부실 기업 정상화와 기업들의 성장 의지 재점화로 국내 M&A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진정한 M&A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상 선정의 혜안, 강한 핵심 사업, 뚜렷한 목표, 사업에 대한 충분한 예습과 더불어 다양한 조직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 지속된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 그 자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경영자들의 머리 속에서 마치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M&A(Merger & Acquisition)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2년 무주 리조트 인수를 시작으로 쌍방울을 인수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소주 회사인 진로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LG전선도 선박용 전선 시장 진출을 위해 M&A에 나서고 있다. 롯데 그룹은 섬유화학 업종인 KP케미칼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화 산업에 까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모두 움츠리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M&A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M&A시장 활성화 원인과 M&A의 성공적 실행 방안을 살펴 보도록 하자.
외환 위기 이후 국내 M&A는 증가
과거 국내에서 M&A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80년대 초반 중화학 투자조정과 부실기업 정리차원에서 정부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M&A가 이루어진 것을 제외하면 M&A가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매물로 등장하자 M&A는 크게 증가하였다.
2000년을 정점으로 세계적인 경기하락, M&A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M&A 시장은 다시 위축되었으나 작년 국내 M&A시장은 금액 측면에서 크게 증가, 32조 8천억 규모에 이르러 M&A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외국기업간 M&A가 증가한 것이 최근 국내 M&A 시장 활성화의 주된 원인이었다.
매력적인 대어급 매물의 등장과 풍부한 자금이 M&A 활성화의 원인
하지만 최근 M&A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2002년 세계 M&A시장은 1조 2천억 달러 규모였지만 2003년에는 이보다 10.4% 증가한 1조 3천억 달러로 성장했다. 또한 올 들어서는 9월까지 M&A규모가 1조 3천억 달러에 달해 벌써 작년 전체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M&A시장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는 다음의 3가지 이유에 따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외환위기 이후 줄곧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부실 기업들이 정상화로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의 인수·합병(M&A)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우 계열사들이 속속 정상화되면서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으며,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와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등 해외 투자펀드들의 지분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감에 따라 차익 실현을 위해 이를 다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들 매물은 이른바 ‘대어’로서 규모 측면에서 주로 산업 내 Big 5에 속하고 있어 이들을 M&A할 경우 경쟁 판도를 한번에 뒤집거나 새로운 분야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다. 즉 많은 기업들에게 전략적 기회의 창(Strategic Window)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그 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이익 및 현금 창출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기업들이 보수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최근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등의 분야에서 M&A기회를 탐색하고 있으며 롯데 그룹도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 그룹은 외환 위기 이후 미도파, TGI프라이데이스, 동양카드, KP케미칼을 인수한 바 있다. 중견 그룹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두산은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으며,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를 인수하는 등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확보된 이익과 현금을 기반으로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오래된 불황과 시장 침체로 인해 벤처 시장을 중심으로 M&A매물들의 저가 메리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산업 내 리더가 되기 위한 M&A가 증가
최근 국내 기업들의 M&A를 살펴 보면 전략적 의도가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리스크 분산과 신성장 엔진을 찾기 위한 M&A가 많지만 산업 내 리더가 되기 위해 M&A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정 수준의 다각화를 이룬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다시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CJ의 경우 홈쇼핑 업체인 39 홈쇼핑을 인수한 이후 지방 CATV 업체를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으며, LG전선은 최근 특수전선업체, 무선통신 부품사업사, 2차 전지 개발업체 등을 인수하고 선박용 전선업체인 진로산업을 인수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두산 중공업은 대우종합기계를,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를 인수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의 M&A 내용을 살펴 보면 가치 사슬상의 전후방 통합이나 Top 5에 속하는 경쟁사의 인수가 대부분이다. 이는 M&A의 목표가 리스크 분산보다는 산업 내 리더가 되거나 산업 내 리더와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M&A 승리자가 되기 위한 조건
조건 1. 강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해야
M&A에 관한 사례나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M&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원이나 역량 측면에서 강한 시너지가 핵심적인 성공 요건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엔론사는 자신들의 핵심 역량과 크게 관련 없는 34개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이들 분야에서 기대했던 수익은 올리지 못하고 많은 손실을 감내해야 했으며 분식회계로 인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자 파산하고 말았다.
K 마트 또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도서, 스포츠 용품, 백화점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이들 사업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해 시너지를 창출하기보다는 이들 사업을 관리하는 데 많은 경영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핵심 사업이 월마트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는 순간에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하지 못해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이런 사실은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일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비관련 다각화를 추구한 결과를 우리는 외환 위기를 겪으며 충분히 보아 왔으며 피인수 기업들의 역사를 살펴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건 2. 강한 핵심 사업은 필수
한편 국내 M&A 역사에서 기존 사업과 크게 연관이 없는 분야에서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도 있다. SK그룹과 CJ그룹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SK그룹은 초기에는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을 제조하던 섬유기업이었다. 하지만 대한석유공사, 한국이동통신을 효과적으로 인수, 지금의 SK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CJ그룹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밀가루, 식용유와 같은 기초 식품 원료를 생산하던 제일제당은 80년대 말부터 제약 사업, 생활화학, 영화, 미디어 분야에 뛰어들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홈쇼핑 업체인 39쇼핑을 인수, CJ그룹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사업과 크게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서 M&A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강한 캐시 카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SK의 경우 섬유 사업에서 확보된 자원은 정유 사업이 기반을 잡는 동안 확실한 캐시 카우 역할을 수행해 줬으며, 정유 사업에서 확보된 자원은 다시 통신사업에서 사업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실수와 막대한 초기 투자를 커버해 주었다.
이는 해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Bain)이 미국과 영국 181개 기업의 다각화 과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핵심 사업이 강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성공률은 3배 가까이 차이가 났으며 핵심 사업이 약한 기업의 다각화 성공률은 22%에 불과했다고 한다. 새로운 분야에서 M&A를 추구하는 것은 많은 자원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른바 수업료를 내고 배워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강한 핵심 사업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성공적인 M&A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조건 3. 얻고자 하는 Value가 뚜렷해야
설비나 브랜드 같은 특정 자산의 확보가 M&A의 목적이 될 수도 있으나 피인수 기업의 R&D나 영업 부문의 핵심 인재 확보가 더 중요한 목표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각종 자산의 확보가 중요한 목표였다 할지라도 이들 자산에 체화되어 있는 구성원들의 지식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래서 피인수 기업의 인적 자원 관리는 시너지 창출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190여 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왓슨 와이어트(Watson Wyatt)사의 설문 조사 결과는 M&A를 통해 기대하는 시너지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딜로이트 컨설팅의 조사에 의하면 M&A 이후 피인수 기업의 임원은 47%가 1년 이내에, 75%는 3년 이내에 회사를 떠나고 대부분 통합 후 최초 4∼8개월간 생산성이 50%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그 결과, 전체 M&A 건수의 약 70%는 당초 기대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단지 23%만 투자자본 수익률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M&A는 M&A 전략수립, 목표기업선정, 거래실행, 통합 관리의 4단계를 거치게 된다. 전략적 의도가 가장 근접한 대상 기업을 선정해서 적정한 가격에 거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마지막 단계인 통합 관리는 M&A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통합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핵심 인재 유지나 조직 문화 통합이 잘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M&A를 통해 얻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가 불명확했거나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M&A에 대한 목표가 뚜렷한 경우 통합 과정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팬택앤큐리텔은 잘 보여 주고 있다. 휴대폰의 R&D 강화가 필요했던 팬택은 큐리텔을 최근 전격 인수한 바 있다. 많은 큐리텔 직원들이 구조조정을 예상하며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지만, 팬택은 오히려 급여 수준이 낮았던 큐리텔 직원들의 급여를 약 30% 가량 올려 팬택의 수준으로 맞추었고 정리해고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큐리텔의 직원들은 자신의 앞날(me issue)을 걱정하지 않고 R&D에 매진할 수 있었으며 조직 통합 또한 조기에 이룰 수 있었다. 이는 팬택이 큐리텔에서 얻고자 했던 가치가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뚜렷한 목표 없이 단순히 통합 과정을 강조했다면 이런 과감한 결단과 실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건 4. 사업에 대한 예습이 충분해야
M&A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M&A는 이미 일정 궤도에 올라 있는 기업을 바로 자신의 조직 내부로 끌여 들어 사업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사업 추진의 속도는 분명히 처음부터 스스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빠르다. 그러나 이는 최고 경영진이 새로운 사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를 필요로 한다.
M&A는 자체 조직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띤다. 자체 조직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중요한 의사결정의 실패는 사업에 대한 경험이 아직 부족한 사업 초기 단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실수를 범하더라도 ‘수업료’가 비교적 저렴하며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체험하면서 사업을 성장시키기 때문에 경영진은 사업과 경쟁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M&A의 경우 이미 사업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을 가져 오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은 사업을 이해할 시간이 없다. 기업을 인수하자마자 곧바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인수한 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예습’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의 M&A 실패 사례를 살펴 보면 공통적으로 최고 경영진이나 스탭들의 ‘예습’은 충분하지 못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기도 한데 M&A거래 과정이 어렵고 파급 효과 또한 커 경영진이 주요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고 경영진은 M&A거래 자체에 몰입하고 거래가 성사된 이후에는 거시적인 전략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M&A 자체의 성공을 위해 매달리기 마련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조직 통합의 이슈는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고 사업에 대한 이해나 전략적 의사결정은 우선 순위에서 점차 밀려나게 된다. 그 결과 고객 기반이나 시너지 창출의 기회는 점차 사라져 의도했던 M&A의 목표를 상실하기 쉽다. 그러므로 새로운 산업분야의 기업을 M&A할 경우 M&A를 하고 나서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는 느슨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신사업을 추진할 때 보다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기울여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만 M&A가 성공할 수 있다.
조건 5. 조직적 대안은 다양하다
M&A 이후 조직 구조를 통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성숙기에 있는 기업은 신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생애주기(Business Life Cycle)의 도입기나 성장기의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자신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좀 더 젊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성숙기나 쇠퇴기에 있는 인수기업의 경우에는 그 특성상 경쟁의 핵심적인 요소가 규모의 경제와 같은 원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요구되는 성장기나 도입기의 피인수 기업과는 기업 내부 관리 시스템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정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합성이 많이 떨어지는 기업을 인수할 경우 피인수 기업을 인수기업의 시스템 아래로 통합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면밀히 검토해 보고 경제적 측면, 의사 결정 측면, HR적 측면을 고려해서 다양한 조직 대안을 가져가야 한다.
철저한 준비 통해 M&A 추진해야
현재의 자리에 가만히 안주했던 기업들은 한 때의 포만감에 안주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으며, 자신의 역량을 벗어 나는 M&A를 추구한 기업들은 성장통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사업 분야에서 마저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반면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세계적인 기업들은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M&A를 통해 과감히 진출해 갔다. 그리고 진출한 분야에서 다시 시너지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뻗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이니셔티브를 놓치기 싫어하는 기존 조직의 저항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사온 역량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나갔다. 이를 통해 핵심 사업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갔다. M&A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막연한 거부감이나 환상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M&A라는 카드를 다시 한 번 바라 볼 때다.
(출처) LG경제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