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4-11-25]
북제주군 한경면 '진지향 영농조합' 김찬오대표
“감귤에도 친환경 시대가 왔습니다. 친환경 감귤은 맛이 좋아 경쟁력이 있고, 땅의 힘도 살려줍니다.”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에서 감귤농업을 하는 김찬오(66) 진지향 영농조합 대표는 올해 무농약 감귤로 5억원의 수입을 올 렸다. ‘백록향’이란 이름의 고급 감귤은 전국 생산량의 50%가 김씨 농장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다.
현재 김씨의 2만3000여평 귤 농장에는 오리떼가 쉴새없이 돌아다 니며 잡초와 풀벌레를 잡아 먹는다. 귤나무에는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우유와 고등어, 당밀 등을 발효시켜 김씨가 직접 만든 퇴 비를 뿌린다.
김씨는 “오리와 자연퇴비로 인해 병해충이 거의 안생긴다”며 “비싼 농약 구입비가 들지 않아 소득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귤은 값도 비싸 일반 귤 에 비해 산지가격으로 1.5배이상 더 돈을 받는다.
김씨의 성공에 고무된 영농조합 회원 50여명 중 6명이 이미 ‘무 농약’농업으로 전환했으며 친환경농업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농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일본인들까지 답사를 다녀갔다.
김씨는 농장 안에 마련한 교육장에서 이웃농가들에 친환경 농업 기술을 가르치고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된 감귤은 일정가격을 보장 해주고 있다.
이렇게 성공한 김씨의 귤농사도 처음 20년간은 가시밭길의 연속 이었다. 정부의 귤 장려정책으로 고향 서귀포에서 시작한 귤농사 는 68년 중간 유통상이 돈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부도가 났다. 풍 비박산이 난 가계를 정리해 고향을 등진 김씨는 값싼 땅을 찾아 저지리로 이사했고, 가족들은 전깃불도 없는 집에서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며 겨우 살았다.
다시 시작한 귤농사도 82년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부도가 나면 서 매번 김씨의 발목을 잡았다.
김씨는 “애들 학비를 제때 내본 적이 없었다”며 “80년대 중반 아이들이 자라 돈을 벌어오면서 형편이 겨우 나아지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돈이 조금씩 모이면서 김씨는 시설투자를 시작했다. 비바람의 영 향을 줄이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만들었고, 출하시기가 조금씩 다 른 4개 품종의 귤을 들여와 1년내내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매 출이 어느 정도 올라가자 90년대말부터는 아예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했다.
김씨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귤은 당도가 높고, 땅의 재생 산 능력도 키우는 1석2조 효과가 있다”며 “친환경농업으로 전 환한 뒤 비로소 귤농사의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5 년후 매출목표는 30억원이다.
제주〓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