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충격 인터뷰] 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 손상목 교수

날마다좋은날 2005. 11. 17. 17:05
Subject  
   [충격 인터뷰] 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 손상목 교수
비즈넷타임스. 2004.11.9.

“국제 규격에 맞는 국내 유기농산물은 0%”


글 홍기삼 기자 (argus@joongang.co.kr)
사진 안윤수 기자  

“우리나라에 진짜 유기농이 없다는 건 이미 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국내 유일의 유기농관련 연구기관인 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 손상목 교수는 최근 풀무원 녹즙 가짜 유기농 논란과 관련해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손교수는 아시아지역에선 2명, 세계에선 12명밖에 없는 세계유기농학회 상임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다음은 손교수와의 일문일답.

>> 최근 풀무원 녹즙 가짜 유기농 논란을 보고 느낀 점이 많으실 것 같다.

“이런 사건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적인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일이다. 더구나 풀무원은 2차 가공업자다. 녹즙 주문은 많이 들어오는데 유기농 1차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기농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 국내 유기농산업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기본적인 인증제도 자체가 잘못됐다. 인증하는 단체가 제대로 했다면, 풀무원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유기농 문제의 핵심은 인증이다. 유기농협회, 흙살림 등 생산자 단체가 그들의 회원들을 인증하는 것은 ISO65(유기농 국제 인증 기준과 요구 사항) 규정에 금지돼 있는 사항이다. A단체 회원이, A단체에서 교육을 받고, A단체 농자재를 쓰면 유기농 인증을 해주는 식이다. 인증은 객관적인 제3자 인증이 돼야 한다. 생산자나 가공업자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단체가 공정하게 인증을 해야 한다. 현 체계로는 사고가 터져도 책임소재 가리는 것조차 힘든 시스템이다.”

>> 인증 단체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현재 인증단체들은 그들대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인증수수료가 건당 3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단체의 유기농 자재와 교육을 받으면 인증을 해주는 식이다. 인증단체들은 사실상 이걸로 수입원을 삼고 있다. 특히 국제기준에 따르면 인증단체들은 유기농민들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유착관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증단체들은 교육까지 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증 수수료 3만원이 현실화돼야 한다. 현재 인증기관 8개가 있는데 1곳을 제외하곤 모두 제3자 기관이 아니다.”

>> 대안이 무엇인가.

“우리나라에도 이제 국제인증기관이 활동해야 할 시점이 왔다. 우리 유기농산물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꼭 필요하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국제 인증기관인 에코서트(Ecocert)만 하더라도 전세계 8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에코서트 인증을 받은 우리나라 농산물은 하나도 없다. 국제 인증을 받으면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정부에서 제3자 인증기관을 많이 육성하고 인증 수수료를 현실화하면, 국제인증기관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제정한 CODEX(유기식품규격)을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코덱스 기준을 적용한 유기농산물은 ‘0’다.”

>> 최근 유기농 2차 가공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1차 생산품에 대해서만 유기농산물 인증을 해주고 있다. 유기축산물, 유기가공품에 대한 인증은 못해 주고 있다.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유기가공품은 사실상 공식적인 인증을 받지 못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유통업자, 창고업자, 운반업자들도 모두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 라인이 유기농 시스템으로 가야 진정한 유기농이기 때문이다.”

>> 정부 정책의지도 중요한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농업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실천할 의지는 없는 것 같다. 인증 수수료 인상 건만 하더라도 누가 책임을 지고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공무원이 없다. 인증 수수료가 인상된다 하더라도 농민들이 내는 게 아니라 제품 가격에 포함돼 결국 소비자들이 내는 것인데 정책입안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또한 농림부는 항상 친환경 농업으로 끌고 가겠다면서, 정작 이를 교육하는 기관 하나 설립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정말 의지가 있다면, 전국 농과대에 유기농학과를 개설해야 한다.”

>> 유기농 전문가로서 관련 산업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심은 뜨거운 편이다. 지난해보다 3~4배의 농민들이 유기농작 교육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지고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본격적인 육성에 들어간다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호수 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