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4-11-15]
세계일보가 ‘농어촌을 살리자’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정한 ‘세계농업기술상’ 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세계농업기술상은 세계일보가 제정하고 시상하는 국내 최고의 민간 농업상으로, 그동안 130명의 큰 일꾼을 배출해 농업계의 등불이 돼 왔다. 제10회 협동영농·수출농업·기술개발 부문 수상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 친환경·규격출하로 해외시장 개척
대상/논산수박연구회
논산수박연구회 (대표 김동철·54)
충남 논산시 광석면 산동리에 들어서면 수박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수백만평의 너른 들에 마치 하얀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지천에 널린 시설하우스를 보면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논산수박연구회는 우리 농촌의 대표적 여름상품인 수박을 특화해 일가를 이뤄냈다. 수박은 여름철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먹는 과일이지만 이를 계절에 관계없이 생산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구나 수박은 아무나 쉽게 농사지을 수 있어 재배 농가가 많은 데다 전국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해 농가를 조직화하기 어렵고 가격 등락이 심한 과일이다.
논산수박연구회는 이런 수박 농가들을 한데 모아 잘사는 마을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수입농산물로 농촌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역으로 수출에 나서 농업인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연구회에 참여하는 농가는 광석면 일대 65농가. 이들이 짓고 있는 수박 밭만도 자그마치 100ha, 30만평에 이른다. 이 중 시설면적이 70%인 21만평이다. 농가당 평균 3500평 정도를 시설하우스로 짓는 셈이니 엄청난 규모다. 수박농사만으로 얻는 가구당 소득도 평균 3000만원을 웃돌 정도니 조직화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과잉상태인 국내 수박 공급망을 해외로 돌려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면서 외화 벌이 산업역군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동철 대표는 “수박농사는 그동안 홍수출하 등으로 가격 등락이 심한 데다 복잡한 유통 절차로 피해를 보는 농가들이 많았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연구회를 만들었는데, 수박 수출에 성공하는 등 의외로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구회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김 대표는 우선 농가들의 참여의식과 ‘하면 된다’는 의지를 꼽는다.
연구회가 모임을 결성한 것은 1999년. 수입개방의 위기 속에 농촌이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생각에 인근의 수박농가 22명이 모이면서부터다.
이들은 농사일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빠도 매월 둘째주 화요일 야간에는 어김없이 정기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회원간 재배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영농사례를 발표하고 한달간 재배상 문제점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농업기술센터 담당지도사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등 조직을 활성화해 나갔다.
당연히 회원들의 생산력과 수익이 높아지자 이들의 활동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회원 수도 늘어났다. 창립 이듬해인 2000년에는 40명으로, 또 올 들어 65명으로 늘었다.
연구회가 커지면서 이들의 경쟁력도 배가됐다. 이들은 조직을 이용, 일본 수출길에 나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166t 2억2000만원어치를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일본인들이 고품질을 고집해 수출길을 뚫기가 쉽지 않은 데다 국내 수박값이 일본 현지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그다지 많은 이득이 남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수박의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편 ‘한 통의 수박이라도 수출해야 우리 농산물 가격이 안정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수출하는 농산물이라는 차별화 전략이 먹혀들어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로부터 친환경농산물로 인증받아 일반 수박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으로 출하하게 됐다.
기존 벌크출하법 대신 팰릿을 이용한 규격출하법을 도입해 유통비용을 줄이는 한편 ‘논산수박’브랜드를 정착시켜 나갔다. 2002년에는 회원 80명이 3200t 35억원의 출하실적을 올리는 등 기존 밭떼기에서 계통출하를 정착시켰다. 또 거래처도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점 등으로 다양화해 과잉생산된 경우에도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연구회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농가들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연구회 발전을 위해 회원을 더 늘려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출하처를 다양화하는 등 ‘논산수박’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훈기자/kkkr@segye.com
농업기술센터 김종원 지도사
협동영농부문 대상을 수상한 논산수박연구회가 상을 타기까지는 논산시 농업기술센터 김종원(36·사진) 지도사의 숨은 노력이 컸다. 김 지도사는 논산수박연구회가 수상할 수 있도록 기술 토론은 물론 이들과 함께 지내다시피 하며 꾸준히 지원해 왔다. 김 지도사는 자신이 개발한 공동 선별·공동정산제를 수박연구회에 접목시켜 회원들이 소득을 올리는 데도 일조했다. 또 친환경인증 농산물 생산 지도를 통해 수박의 고품질화를 유도했으며, 그간 밭떼기하던 것을 공동출하로 전환토록 했다. 배재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김 지도사는 현재 충남대 대학원에 재학할 만큼 학구열도 남다르다.
------------------------------------------------------ "유기농 ''오대쌀'' 대히트 쌀농가에 희망 심었죠”
우수상 / 철원환경보전연구모임
▲양춘수 철원환경보전연구모임 회장이 추수가 끝난 논에서 퇴비로 쓸 볏단을 나르고 있다.
철원 ‘오대쌀’은 전국 최고 품질의 유기농 쌀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이 쌀을 개발하고 전국적인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한 게 바로 철원환경보전연구모임이다.
이 모임은 1996년 1월 양춘수 회장을 중심으로 11농가로 결성된 흑미작목반이 모태가 됐다. 이후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자 선호도가 높어지면서 참여 회원이 크게 늘었다. 2004년 7월 현재 오대쌀을 비롯해 잡곡 등 6개 분과에 걸쳐 모두 1575명에 달할 정도다.
연구모임은 우리 농업 현실에서는 척박하기만 한 쌀 보리 등 주곡 농가에 희망이 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따른 시장개방의 파고 앞에 말 그대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쌀 농가들에 ‘이렇게 하면 된다’는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국제경쟁시대에서는 고품질 쌀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며 “연구모임을 통해 농가들이 자신감을 같게 된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친환경 농법과 다품종 소포장을 원칙을 철저히 지킨 데 있다.
이들이 생산해 내는 품종만 해도 우렁이쌀 영양밥 철원흑미 찹쌀 등 120여종에 달한다. 또 이들 농산품을 도시인들의 구미에 맞게 500g 800g 1㎏ 2㎏ 4㎏ 10㎏ 20㎏ 등 소포장으로 철저하게 세분화했다.
이들은 또 환경농업을 고집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쌀 과잉생산 시대에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 변화까지 맞물려 제초제 등 농약을 쓰는 기존 재배법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약을 치는 데 익숙해진 농업인들이 친환경 농법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이에 양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밤이면 친환경농법을 연구하고 낮이면 판매처 확보와 농사일에 매달리기를 계속했다. 회원이 늘어날수록 거래처 확보 등으로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양 회장은 건강이 악화돼 실명 위기까지 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끈질긴 노력이 밑바탕이 돼 이들은 200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축분뇨 자원화 돈분액비’를 개발해 화학비료를 50% 이상 줄이는 친환경농법의 기틀을 닦았다. 돈분액비 공장은 전국적인 명소가 돼 견학하려는 이들이 쇄도해 지금까지 35회 1만3000여농가가 다녀갔을 정도다. 연구모임은 이 밖에 토양미생물 농법, 천적농법 등 다양한 친환경농법을 보급하기도 했다.
양 회장은 “자포자기에 빠진 쌀 농가들에 희망을 준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친환경농법의 지속적인 보급으로 국내 쌀 농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종훈기자 /kkkr@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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