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부락사회를 이룬 후 비록 생존을 위한다지만 이런 인위적인 활동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이 반환경적인 행동이다. 농업 또한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지만 어째든 자연의 입장에서는 개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의 개발과 보호사이의 균형은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는 한 늘 지녀야할 숙제이다. 이를 풀어보고자 하는 현재의 행동이 친환경농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 천년 동안 이 나라 이 땅에서 농사를 지은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개발과 환경보호라는 숙제를 풀어왔을까? 당시에는 비록 친환경농업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의 풍토와 자연조건에 맞추어 농업기술을 적용하여 농사를 짓었다. 풍토와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농법이야 말로 진정 친환경농업일 것이다. 이에 이에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한 농업고서에 대한 국역사업 중 유중림이 증보한 증보산림경제에서 환경농업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편집자 주>
농사짓기[治農]
ㅇ알맞은 곡식 심기 땅이 많이 습하고 기름지면 일찍 심어야 좋고, 땅이 많이 메마르고 굳으면 늦게 심어야 좋다. 흙이 습하고 기름지면 지력이 왕성하여 곡식작물이 빨리 자라고, 흙이 메마르고 굳으면 지력이 떨어져 곡식작물이 더디게 자란다. 흙은 기름진데 늦게 심으면 곡식작물이 지력을 따르지 못해 오히려 손해를 본다. 흙이 굳은데 일찍 심으면 흙이 곡식작물의 성질을 따르지 못해 이삭이 패지 않는다. 이런 것에 밝은 이는 상급 농부이고, 이런 것에 어두운 이는 하급 농부이다. 그 시기차이를 조금만 생각하면 몇 배의 이익을 거두니, 이것이 심는 시기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ㅇ알맞은 밭 갈기 봄갈이[春耕]는 늦게 해야 좋고, 가을갈이[秋耕]는 일찍 해야 좋다. 봄에 늦게 가는 것은 얼었던 땅이 점차 풀려 땅기운이 통하기 시작하면 설령 굳은 땅일지라도 쟁기질을 할 수 있어서이다. 가을에 일찍 가는 것은 날씨가 아직 춥지 않을 때에 태양의 따스한 기운을 흙 속에 갈아넣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리가 내릴 때는 해가 높이 뜨길 기다렸다가 밭갈이를 해야된다.
ㅇ밭 갈고 씨 뿌리고 가꾸기 밭을 갈 때는 천천히 갈아야만 흙이 부드럽다. 세상사람들은 밭을 깊이 갈아야만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 뿐, 곱게 갈아야 온전한 효과를 본다는 것은 모른다. 밭 가는데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싹이 비록 거친 땅에 뿌리를 내리더라도 벌레가 먹고 말라 시들어 버린다. 밭을 곱게 갈면 부드러운 땅에 뿌리가 내리니 아무 병도 생기지 않는다. 묵은 논밭은 7~8월 사이에 갈아 풀을 덮어두었다가 이듬해 얼음이 풀리면 다시 갈아 씨앗을 뿌린다. 대개 밭을 일구는 법은 가을갈이한 디에 겨울을 넘기는 것이 제일이다. 건조한 밭은 처음 갈이를 한 뒤에 풀을 깔아 불지르고 다시 갈면 그 밭은 자연히 좋아진다. 척박한 밭은 녹두를 갈아 무성해지길 기다렸다가 갈아엎어 버리면 가라지가 나지 않고 벌레도 생기지 않으니 메마른 밭이 좋게 변한다. 대개 좋은 밭을 만드는 법으로는 녹두가 제일이다. 팥이나 검은 참깨가 그 다음으로 5~6월 중에 씨앗을 흩어 뿌려두었다가 7~8월에 갈아엎어 없애고 봄 곡식 심을 밭을 만들면 1묘에서 10섬을 거두게 된다. 곡식을 심기에 적합하지 않은 습한 밭은 서리가 내린 다음에 풀을 베어 두텁게 깔고 보리를 심으면 보리가 아주 잘된다. 이듬해에 밭이 건조해지면 목화를 심으면 좋다.
씨앗고르기[擇種] 보통 씨앗은 너무 축축하면 싹이 나지 않으며, 설령 나더라도 결실이 되지 않는다. 씨앗이 고르지 못하면 곡식이 자라는데 시기가 고르지 않고 방아를 찧으면 또 수량이 감소하며, 밥을 지으면 잘 익지 않는다. 반드시 단색이고 단단하며 잘지 않거나 축축하지 않은 씨앗을 골라 키질하여 쭉정이를 날려 없애고 물에 담갔다가 뜨는 것을 걸러내어 완전히 습기가 없어질 때까지 볕에 말린다. 섬 같은 곳에 담아 높고 시원한 곳에 저장하거나 높은 대들보에 달아매어 쥐가 먹어치우는 것을 방지한다. 씨앗이 습기를 머금어 축축해져서 벌레가 생기면 눈 녹인 물[雪水]에 담가준다.
씨앗을 물에 담그는 법 대개 눈[雪]은 오곡의 정기이다. 겨울철에 큰항아리를 땅속 따뜻한 곳에 묻고 얼지 않게 한다. 12월에 눈을 긁어 담아 두터운 거적을 덮어 저장하되, 절대 빗물이 흘러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씨앗을 뿌릴 때에 씨를 그 속에 담갔다가 걸러내어 햇볕에 말린다. 이처럼 3차례 거듭하여 모를 심으면 추위를 잘 견디고 살져서 반드시 배로 수확하게 된다. 또는 나무 구유에 소나 말의 오줌을 담아 씨앗을 그 속에 담갔다가 걸러내어 햇볕에 말리되 반드시 3차례 해야 한다. 소오줌이나 고치번데기 삶은 물에 씨앗을 담그면 아주 좋다. 말뼈를 가져다가 잘게 부수어 삶고 찌꺼기를 걸러낸 다음에 시앗을 담갔다가 햇볕에 말린다. 날이 흐리면 절대 담그지 않는다. 이와 같이 3~4차례 한 뒤 파종할 때 남은 물로 적셔 심으며 모를 심었을 메뚜기의 해를 입지 않는다. 보리종자는 반드시 도꼬마리나 쑥을 잘게 부수어 더운 여름 볕에 잘 말려서 열기가 있을 때 거두어 질 그릇에 저장하되, 먼저 볏짚재를 항아리 밑에 깔고 다시 재로 덮으면 좀이 먹지 않는다. 또 다른 방법은 보리 1섬에 말린 쑥 1다발 섞어 질그릇이나 대나무그릇에 저장하였다가 때맞추어 심으면 보통보다 배나 수확하게 된다.
거름주기
ㅇ오줌재[尿灰] 만드는 법 외양간 바깥에 구덩이를 만들어 오줌을 저장하고 곡식의 짚?겨?쭉정이 등을 태워 재로 만들어 못에 저장한 오줌으로 골고루 뒤섞는다. 민간법으로는 측간 안에 큰 항아리를 묻고 그 앞에 비늘같이 기와를 깔아 대소변이 항아리 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 대소변이 가득 차면 물을 더 붓고 휘저어 표주박으로 장수병을 만들어 물을 길어 재 주변에 부어 적시고 볕에 쬐어 말리다. 마르면 다시 물을 뿌린다. 이와 ?이 3~4차례 한 뒤에 외양간이나 측간에 쌓아놓고 거적으로 덮어둔다. 논에 뿌리거나 가을보리와 목화를 심으면 아주 좋다. 벼의 못자리 거름으로 쓰는데 더욱 안성맞춤이다. 참깨각지를 잘게 썰어 소나 말의 외양간에서 밟게하여 쌓아 놓았다가 겨울을 난 것이나 목화씨를 외양간의 오줌과 섞은 것은 모두 논밭에 거름해도 된다. 모 낼 무렵에 연한 버드나무 가지나 참나무를 칼로 잘라 끊어내어 외양간 하수나 인뇨로 축축하게 적시거나, 소나 말에게 외양간에서 밟게하여 따뜻한 재와 인뇨를 함께 섞어 쌓고 거적을 덮어 잘 썩인다. 할미꽃 역시 괜찮지만 그것은 독해서 많이 주면 모를 상하게 하니 반드시 방초(芳草)를 섞어야 한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썩혀서 쓴다. 봄과 여름 사이에 가는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서 외양간이나 마구간에 깔아놓고 5~6일마다 거내서 쌓아두면 거름이 된다. 7월에 하양 양하[?]의 연한 가지와 잎을 잘라내어 외양간의 못에 쌓아두거나 소나 말이 밟게하고 썩기를 기다렸다가 논밭에 거름을 내면 여러 곡식작물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 것이 없고 특히 보리나 밀에 알맞다. 가을에 가지를 모두 딴 뒤에 줄기와 잎을 말려 저장하였다가 이듬해에 썰어서 못자리에 넣으면 매우 좋다. 갈대가 아주 좋지만 철 늦은 것이 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싹이 터 자라 나오면 날짜를 세어 옮겨 심으면 된다. 묵은 벽의 흙, 무너진 아궁이 속의 그을음[灰土] 및 방동사니나 누에똥?닭오줌 등은 각각 쓰기에 적합한 곳이 있으니 거두어두었다가 사용한다. 대개 농사짓는 집에서는 집안의 깊숙이 후미진 곳에 반드시 오지동이[瓦盆]나 나무 구유 같은 것을 많이 놓아두고, 밤낮으로 오줌을 받아 한 방울도 헛되이 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옛말에 ‘망하는 집의 아이는 주옥을 거름흙같이 여기고, 흥하는 집의 아이는 거름흙을 주옥처럼 여긴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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