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교수의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12)스트레스를 즐겁게 받아들이자
<문화일보 2006/1/24/화/EZ23면>
마음다스리기는 ‘헬스’ 와 같아
근육 간련하는 것처럼 마음의 힘도 키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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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계산대의 줄이 길 때 짜증이 날 수 있지만, 이때 마음 다스리기 욕구가 있고 그 욕구가 활성화된다면 ‘아, 짜증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계산대의 줄이 긴 것이 단지 짜증만을 유발하는 조건은 아니게 된다. 이런 마음에서는 ‘도대체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저 아줌마는 웬 물건을 그렇게 많이 사가나?’, ‘저 점원은 왜 저렇게 계산이 느린 거야?’ 등을 생각하며 짜증을 증폭시키는 일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강도와 지속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마음 다스리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황도 되기 때문에 욕구충족을 예상하는, 즉 욕구기대의 웰빙 상태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적절한 방법의 사용과 어느 정도의 숙달이 이루어지면 실제로 짜증의 마음을 제거하거나 웰빙의 마음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음 다스리기 욕구가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두렵거나 싫지만은 않다.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반갑기까지 할 수도 있다. 왜?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근육은 지구 중력에 반해서 걷고 달리며, 일정한 무게의 물건을 들고 내리고 돌리는 등 힘을 가하는 행위를 하면서 강해진다. 이와 같이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근육은 서서히 쇠약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의 힘도 다스리지 않으면 점차 약해져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현대인은 점차 몸을 움직이는 일을 별로 하지 않게 됨에 따라 일부러 헬스장에 가거나 혹은 집에서라도 무거운 아령 등을 사용해서 몸을 단련시키려고 한다. 그러면 마음을 다스리는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마음을 다스리는 힘은 평소에도 기를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가장 잘 기를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이 있어야 들고 내리며 근육을 강하게 할 수 있듯이, 스트레스가 있어야 스트레스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짜증·분노·우울·긴장·불안·공포 등의 스트레스의 마음이 만들어져야 다스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스트레스 혹은 스트레스의 마음은 근육을 단련하는 데 필요한 무거운 물건처럼, 마음을 단련하는 데 필요한 도구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스트레스를 받는 바로 그 상황이 우리의 마음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진실을 달라이 라마(사진)는 ‘당신의 적이 당신의 스승입니다’라고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화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사건이나 사람이 바로 나의 화내고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니, 그러한 사건이나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스승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것을 스트레스와 관련지어 표현해 보면, ‘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통해 점차적으로 내 마음이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다스리기 욕구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스트레스는 단지 피하고 싶은 고통일 뿐이고 경험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김정호교수 /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건강심리전문가·‘스트레스는 나의 스승이다’(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