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영양소나 영양보조식품을 섭취하여 정신분열병이나 헌팅턴무도병 암 등의 발병과 관계가 있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듯한 일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과학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최근 호(11월 19일 호)에 따르면 11월 초 노스캐롤라이나주 던햄에서 열린 환경 에피제노믹스(environmental epigenomics)에 관한 회의에서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학의 모시 스지프(Moshe Szyf)교수는 실험용 쥐들을 사용한 실험에서 특수한 영양소와 영양보조식품이 쥐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유전자 특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실험 결과는 사람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활동을 일시적이 아닌 평생 중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람에겐 유전자와 관계 있는 질병이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동안 이들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인자를 알아내려는 연구를 해 왔으며 식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가 동물 실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 듀크대학병원의 랜디 저틀(Randy Jirtle) 등 연구진은 마우스의 유전자 활성이 어미 마우스가 임신 전이나 임신 초기에 먹은 사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003년 8월 9일 호 뉴 사이언티스트지에 발표한 바 있다.
동물이나 사람의 체내엔 수 천 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들이 모두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엔 스지프 교수팀이 어미 랫드가 핥아 주고 품어 주고 젖을 잘 먹여 주는냐에 따라 새끼 랫드의 유전자 발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엔 메틸기가 특정 유전자의 DNA에 부착되어 유전자의 발현 방식이 다르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지프 교수 팀은 최근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생후 90일이 된 잘 먹여 기른 건강한 랫드들의 뇌에 함황산 아미노산인 엘-메티오닌(L-methionine)을 주사한 결과 랫드들의 행동이 변화된 것.
이는 엘-메티오닌이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인 당류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 수용체의 유전자를 메틸화하여 스트레스 호르몬 생성이 증가됐기 때문이라고 스지프 교수는 설명했다.
엘-메티오닌을 뇌에 주사한 쥐들의 행동은 사료를 잘 주지 않은 굶은 쥐들의 행동과 거의 같았다고 스지프 교수는 말했다. 이 실험 결과는 건강한 쥐들이 장애를 일으킨 것이지만 스지프 교수는 그 반대의 결과도 가능하다는 것을 또한 실험에서 입증했다. 스지프 교수팀은 사료를 잘 주지 않고 굶기다시피 기른 랫드들을 사용한 실험에서 트리코스타틴A(TSA)란 천연의 물질이 유전자에서 메틸기들을 떼어내어 엘-메티오닌과 정반대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영국의 비영리 식품 연구기관인 인스티튜트 오브 푸드 리서치(Institute of Food Research)의 아이언 존슨(Ian Johnson) 교수 팀은 현재 사람의 결장암이 어떻게 영양소에 의해 DNA가 메틸화되어 발생하게 되는지를 결장암이 발생하기 전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존슨 교수는 “영양소가 DNA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식사로 섭취하는 영양소가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