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와 유기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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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저널(2003/11)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
우리 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을 넘고, 남성은 72세를 넘었다고 하는데도 건강과 장수에 대한 우리의 욕심은 그야말로 그지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음식은 무엇이 좋고, 약은 어떤 것이 좋으며, 운동은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음식이다.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를 넣어서 끓인 "부대찌개"에 열광하던 것이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정체 불명의 사자성어를 내세우면서 "우리 먹거리"를 찾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벌레 먹은 채소가 더 환영을 받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극도로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농부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화학비료와 농약은 '공짜'가 아니다. 사실은 농민들에게 심각한 부담이 될 정도로 비싼 공산품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값만 비싼 것이 아니다.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일도 그저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맹독성 농약을 뿌리는 일은 목숨을 건 모험에 더 가깝다. 농약을 뿌리는 농민이 감수해야할 위험은 소비자들이 농산물에 조금 남아있는 농약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위험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실제로 농약을 뿌리다가 중독이 되거나 목숨을 잃게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유기 농업은 정말 매력적이다. 냄새가 좀 나기는 하지만, 퇴비를 만드는 일은 낭만적이기도 하다. 비싼 비용을 들여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구입할 필요도 없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맹독성 물질도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다가 농약 대신 메뚜기, 미꾸라지, 오리 등을 키우면 별도의 소득도 올릴 수 있다. 메뚜기는 좋은 안주감이고, 미꾸라지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은 토종 건강 먹거리다. 황토를 발라서 구운 오리 고기도 건강에 좋은 별미로 소문이 나있다. 물론 그렇게 키운 유기 농산물은 값도 더 비싸다. 그러니까 그야말로 일석삼조인 셈이다. 그렇게 좋은 유기 농업을 외면하는 농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유기 농업을 권장하는 소위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확량도 그렇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정말 그렇다면, 결국 유기 농업을 외면하는 농민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인 셈이다. 그러나 화학적으로 보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써야하는 이유를 분명하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지구상의 원소를 근거로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과 식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SAR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까지도 원소들로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있고, DNA라는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화합물이 포함된 화학 반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삶을 이어간다. 물론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총량은 지구가 생성된 46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다만,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에서부터 우리 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생물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정된 원소들을 서로 공유하고, 재활용하면서 살아가도록 진화했을 뿐이다. 그래서 지구촌의 모든 생물은 동일한 원소의 재활용 과정에 이용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공동체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질소를 재활용하는 "질소 순환과정"은 생물의 총량을 결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구의 대기 중에는 엄청난 양의 질소(N2)가 존재하지만, 그런 질소는 반응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동물이나 식물이 활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동식물은 모두 단백질과 DNA 등을 만들기 위해서 질소를 필요로 한다. 식물의 경우에는 흙 속에 녹아있는 암모니아(NH3)나 질산 포타슘(KNO3)과 같은 질소 화합물을 이용해서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동물은 땅 속에 있는 그런 질소 화합물을 직접 활용하지는 못하고, 식물의 열매, 뿌리, 줄기, 잎이나, 다른 짐승의 고기를 통해서 필요한 단백질과 같은 질소 화합물을 흡수한다. 식물이나 동물이 죽고 나면, 그 속에 들어있던 질소 화합물들은 미생물이나 자연에 의해서 분해되어 암모니아나 질산 포타슘과 같은 형태로 땅 속으로 스며들어서 다시 식물에 의해서 재활용된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질소 순환과정"이다. 사실은 퇴비도 바로 그런 재활용의 과정을 촉진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연에서의 그런 재활용 과정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재활용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암모니아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거나, 질산 화합물들이 땅 속 너무 깊은 곳으로 스며들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버리거나, 또는 광물(미네랄)이 되어 버리면 더 이상 생물이 활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따라서 자연의 질소 재활용 과정에만 의존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물이 활용할 수 있는 질소의 양은 점차 줄어들고,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물의 총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자연에는 그런 손실을 보충해줄 장치가 존재한다. 뜻밖에도 번개가 바로 그것이다. 번개가 치면 공기 중에 있는 안정한 질소 분자(N2)가 깨어지면서 산소 분자와 결합해서 질산 이온(NO3-)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빗물에 섞여 땅에 떨어지면 식물이 이용하게 된다. 그런 화학적인 이유 때문에 오염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빗물은 약간의 산성을 나타내게 된다. 또한, 콩과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 박테리아"도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활용할 수 있는 화합물로 바꿀 수 있는 신비의 능력(질소 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 번개와 박테리아가 푸른 지구를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인 셈이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공기 중의 질소와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은 수소를 결합해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런 하버법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한 것이 사실은 현대 화학비료의 시작이었다. 그러니까 화학비료는 자연에 존재하는 질소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워주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유기 농업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상관없이, 우리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의 양은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논과 밭에서 자라는 식물이 활용할 수 있는 질소 화합물의 양은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 퇴비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생산량을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겠지만 번개의 횟수가 늘어나거나 뿌리혹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늘어나지 않는 한 유기 농업의 생산량은 더 이상 늘어날 수가 없다. 더욱 확실한 것은 그런 전통적인 방법만으로는 역사상 가장 많은 60억의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녘의 동포들에게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화학비료를 대량으로 보내는 이유도 바로 유기 농업만으로는 식량난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화학비료와 농약을 마구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지혜로 만들어낸 성과를 무시해버리는 것도 과학기술중심 사회를 사는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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