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slow food)와 패스트푸드(fast food).
의미로만 본다면 정반대의 개념으로 어느 한쪽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쪽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동안에는 우리주변에 패스트푸드가 만연해 슬로푸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편리하고 간편한 음식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대안으로 패스트푸드가 우리사회 깊숙히 파고든 것이다.
특히 패스트푸드의 대표로 일컬어지는 햄버거는 젊은이들 사이 큰 인기를 끌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국민들의 입맛이 슬로푸드인 우리의 전통음식대신에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이같은 음식문화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특정제품으로의 집중화에 따른 영양 불균형, 위해성 등이 내재돼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슬로푸드쪽으로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단순히 패스트푸드를 반대하는데서 운동체의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는가하면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지키자는 범세계적인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슬로푸드 운동이란
슬로푸드운동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만은 아니다. 슬로푸드 운동의 지향점은 현대 속도문명에 대한 대안이다. 따라서 슬로푸드운동은 환경운동과도 바로 연결된다.
김종덕 경남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생산성 향상이란 명분과 빠른 생활패턴이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슬로푸드운동의 확산뿐”이라고 말했다.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도 “슬로푸드우동은 단순히 우리먹거리를 살리자는 운동이 아니라 다양성이 상실되는 시대에 지역과 환경을 복원시키는게 근본목적”이라고 밝혔다.
속도전쟁의 산물인 패스트푸드는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을 추구해야 하며 그 대안을 슬로푸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슬로푸드운동의 지침에서도 슬로푸드운동이 추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소멸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음식, 음식재료, 포도주(wine) 등을 지키고, 품질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보호하며, 어린아이들 및 소비자들에게 미각(taste)을 교육한다는게 슬로푸드 운동의 지침.
# 농업과 슬로푸드
2000년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열린 슬로푸드 시상대회에서 영예의 슬로푸드상을 수상한 사람들은 모두 전통적인 생활을 유지, 발전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모리타니아의 넨스 존스(Nancy Jones)는 낙타사육과 우유공급으로 유목민의 생활에 기여한 공적으로, 터키의 벨리 규라스(Veli Gulas)는 전통적인 꿀벌의 보존과 꿀 추출방법을 고안해 상을 받았다.
스페인의 예수 가존 헤이드(Jesus Garzon Heyde)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가축의 계절이동법을 되살려 스페인의 자연경관을 보존한 공로로 수상했고, 러시아의 마리아 미카이(Maria Mikhai)는 평생에 걸친 식물보존 노력을 인정받았다.
수상자의 업적에도 나타나있듯이 슬로푸드 운동은 전통적인 영농과 생활방식의 보존, 식물과 작물의 보존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기농업이나 환경농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 슬로푸드운동의 범위
슬로푸드운동은 `우리는 유전자 조작 포도와 포도주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전자 조작식품 반대운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은 단순히 식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운동의 목적이 식·문화·자연의 다양성을 복원하자는데 있는 만큼 운동의 범위 역시 생활 전반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슬로푸드운동 프로그램에서도 잘 나타나 포도 농장 방문 시음, 특정 나라의 음식으로된 저녁식사, 토론회, 칼로리 저녁식사, 시음 및 시식회, 생산자들과의 대화, 술과 음식 궁합 찾기, 음식구성의 역사·식사 습관·요리의 역사적 발전 등 관련 간담회, 크리스마스 디너, 발렌타인 디너 등 지역사정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농산물 알리기나 유기농업에 의한 연계활동, 산지직거래운동 등 지역·문화·환경을 유지·복권하려는 지역별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슬로푸드운동의 범위로 볼 수 있다.
# 슬로푸드운동의 과제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에 양질의 우리 농산물을 써서 자라는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농산물에 익숙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무리 질적으로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무관심하면 생산을 계속할 수 없고 이는 농업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슬로푸드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 과제가 있다.
우선 전통적인 농업생산에 대한 재평가 부분이다. 사실 그동안 영농비용만을 고려해 농업구조 역시 대량생산·연중생산을 목표로 해 왔다. 이로 인해 다양한 농산물이나 전통식품이 점차 사라져 가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비록 전통방식으로 철 따라 소규모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식품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또 전통식품이나 농업에 대한 다각적인 교육을 통해 우리 전통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관련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는 도농교류운동와 같은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교류를 확산시켜 지역유통을 정착시키고 농업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길경민 기자(kmkil@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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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상품화 사례
`할머니의 손맛, 전통의 향내, 그리고 즐거운 기다림.'
슬로푸드(slow food)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잘먹고 잘살자는 웰빙(well-being)바람이 지난 한 해를 강타한 가운데 우리 농산물을 직접 만들어 먹는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슬로푸드는 깊은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직접 만들어 먹기에는 품과 시간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슬로푸드의 맛과 정성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을 찾아봤다.
# 한국민속촌 / 된장·고추장
한국민속촌은 순수 국내산 재료만을 이용한 전통 장류제품을 올해로 5년째 선보이고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 직거래한 콩과 고추를 이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든다.
특히 가마솥에 콩을 6~8시간 푹 삶아 부드러운 맛이 살아나도록 했으며 메주를 짚으로 매다는 전통 방법을 따르고 있다. 또 메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김영순 한국민속촌 식품사업부 주임은 “오랫동안 콩을 삶아 된장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2년간 숙성시킨 뒤 선보이기 때문에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충북단양 청솔농장 / 버섯장아찌
청솔농장의 버섯장아찌는 몸에 좋은 버섯을 고온 살균 건조해 고추장에 버무린 고농축 장아찌 제품이다.
청솔농장은 1997년 버섯 가공식품에 뛰어든 이후 자체 연구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품개발을 하고 있다. 표고·느타리·팽이·양송이·새송이 등을 이용하고 있으며, 포장규격도 100g에서 7kg까지 다양하다.
조순호 청솔농장 대표는 “버섯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높은 반면 가공식품은 그간 개발되지 못했다”며 “버섯 장아찌는 건강과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 충북 옥천농협 가공공장 / OPC포도원액
옥천농협의 OPC포도원액은 몸에 좋은 포도에 씨까지 함유된 제품이다.
포도즙을 착즙해 급속냉동으로 보관한 뒤 자연해동해 60~65℃ 저온으로 추가 농축과정을 거쳐 포도원액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포도씨에서 추출한 노화방지 항산화 물질인 OPC가 첨가됐다.
포도는 충북지역 농가에서 연간 1000톤 정도 수매하고 있으며 많을 때는 2000톤까지 늘어난다.
임락재 옥천농협 농산물가공공장 소장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이후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기타/ 경기도 슬로푸드 특구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슬로푸드 운동과 전통음식, 친환경 웰빙 농산물을 연계해 그린투어리즘을 추진하고 있다.
슬로푸드는 김치, 장류, 젓갈, 사찰음식, 한과, 콩 등 전통적이면서도 국제화가 가능한 음식을 중심으로 지정됐다.
슬로푸드로 지정된 곳은 △특구=연천·청산김치 △명소=안성·서일농원, 평택·수도사 △마을=가평·영양잣마을, 양평·보릿고개마을, 여주·오감도토리마을, 이천·부래미우렁마을, 파주·장단콩마을, 포천·도리돌한방마을, 화성·서해일미마을 등 총 10곳이다.
김경임 기자(kki@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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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인터뷰 / 신세대 슬로푸드 까페지기 오희영씨
“햄버거는 절대로 안 먹습니다.”
`슬로푸드와 컬러과일'이라는 까페를 운영하고 있는 오희영(26)씨는 예전에는 햄버거와 패스트푸드 음식을 달고 살 정도로 즐겨 먹었지만 우연히 TV에서 슬로푸드에 관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본 이후로는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 음식들과는 작별을 고했다.
“얼마전에 극장에서 상영하던 `Super Size Me(슈퍼 사이즈 미)' 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
그 영화를 보면 패스트푸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인 모건은 영화촬영 전까지 세명의 의사들로부터 건강상태가 매우 좋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를 단 한달간 섭취했을 뿐인데 체중이 약 12kg까지 늘어났고 마치 알콜중독자처럼 간이 부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태리식당에서 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무리 바쁘고 배가 고프더라도 인스턴트 음식은 사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대신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 직접 요리해 먹는다고.
주로 무슨 요리를 즐겨 먹느냐는 질문에 싱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직업이 이태리요리사이다보니 피자나 파스타 등도 만들어 먹고 된장찌개나 김찌찌개 등도 자주 해 먹는 요리중에 하납니다.”
“보통 슬로푸드 운동을 한다고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무척 거창한 식습관을 지녀야 하는 걸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슬로푸드는 어렵고 복잡한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은 원래 슬로푸드 운동과 딱 맞아 떨어진다.
우리의 전통 식품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 청국장, 김치, 젓갈 등 발효 식품 뿐만 아니라 순두부, 떡, 묵 등 우리 땅에서 생산된 전통 먹거리들은 모두 슬로푸드가 될 수 있다는 것.
신세대인 그가 햄버거를 집어 던지고 슬로푸드운동의 전령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다 이때문이다.
“그냥 원래 우리가 즐겨 먹던 것들을 찾아 먹으면 온통 다 건강식품인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인스턴트 음식을 사 먹습니까?”
오희영씨가 인터넷에 까페를 만든것은 1년전.
100여명 가까운 회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사실 까페는 활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까페를 만들었을때는 회원들도 모두 저처럼 건강과 요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가입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슬로푸드 운동이란게 하루이틀 반짝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보니 사실 조금 시들해진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희영씨는 “천천히 먹자는 슬로푸드 운동이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식탁에 건강을 되살려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고추장과 된장을 담그고 김치를 담가 먹는 것 모두가 아주 훌륭한 슬로푸드 운동입니다.”
그는 또 “바쁘다. 바쁘다 하며 패스트푸드 음식으로 식습관을 잘못 길들이다보면 삶의 시간이 아주 짧게 끝날 수도 있다”며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지만 건강보다 우선시 될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희영씨는 “슬로푸드 운동은 이름처럼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우리의 식문화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슬로푸드 단체의 상징물인 달팽이처럼 슬로푸드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천천히 그리고 많이 늘어나 모두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죠”라고 밝게 웃었다.
신성아 기자(ruruseonga@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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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특별기고 /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농업은 세계화라는 강력한 힘에 의해 개성이나 다양성이 소멸되고 있다. 생산의 탈 자연화에 의한 반계절성 농산물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유전자조작 식품 등이 다량 확산되는 흐름이 주류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파생된 사고가 패스트 푸드적인 발상이다. 패스트 푸드는 편의성이나 가격의 안정성 등으로 세계 어디든 편리하게 소비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정 제품으로의 집중화, 영양 불균형, 위해성이 내재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같은 패스트 푸드적인 사고에 대한 반성에서 등장한 것이 슬로우 푸드 운동이다.
이 운동은 첫째 사라져 가는 전통 농산물과 요리, 질 좋은 식품을 지키자, 둘째 이러한 농산물이나 식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지키자, 셋째 어린이와 소비자에게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자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지역 농산물이나 맛을 소중히 하고, 다양성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배경으로 이 운동의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동시에 지역농업 활성화 등의 관점에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우선 전통적 농업생산의 재평가이다. 농업생산이 그동안 비용만을 고려, 대량 생산에다 연중 생산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래서 종전의 다양한 농산물이나 전통식품이 사라져 가고 있다. 소규모 생산, 다양한 생산, 철 따른 생산에 대해 높게 평가해야 한다.
둘째 지역농업 진흥과 연계하는 것이다. 잡곡이나 된장·젓갈류·김치 등의 발효식품을 포함하여, 지역의 다양한 농산물이나 특산품이 소비자에게 재평가되면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농업 진흥에도 직결된다.
셋째, 식품이나 농업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다. 어린이에 대한 식문화에 관한 교육을 통하여 영양 불균형 등 패스트 푸드의 문제점을 개선,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넷째, 도농교류 등을 통한 지역유통 정착이다. 학교 급식 등 지역농산물의 지역소비를 중심으로 하고, 생산자·소비자간 교류확산에 의한 농업과 소비와의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 교류의 소재는 대규모 농지가 아니라 텃밭이나 다락논 등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자원에서 아름다움이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국민의 소비와 국내생산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지역농업을 진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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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특별기고 / 김종덕 경남대 교수
슬로푸드 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지도 19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슬로푸드 운동은 전 세계에 7만5000명의 회원을 가진 국제운동으로 발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7차 교육과정에 슬로푸드 운동이 포함되었고, 슬로푸드 운동 한국지부인 슬로푸드 한국위원회가 생겨나 활동을 하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그 외연이 넓기 때문에 그 운동의 방향은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압축적 과정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생활전반에 빨리 빨리가 일상화 됐다.
그런가하면 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농산물의 수입개방과 패스트푸드의 확산으로 국민들은 슬로푸드로부터 멀어져 정체불명의 먹거리를 먹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슬로푸드운동의 방향은 생활에서 제대로 된 속도를 찾고, 음식에서는 슬로푸드를 더 가까이 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했기 때문에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 관행이 자리하고, 효율성은 지상의 가치가 되었다. 느림은 게으름으로 낙인찍혔고, 생활전반에 빨리 빨리가 자리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제일먼저 듣고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가 되었다. 빨리 빨리를 통해 그 동안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각종 사고로 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속도와 리듬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슬로푸드 운동은 슬로라이프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래 음식은 슬로푸드이다. 각종 발효음식, 김치, 막걸리, 장류, 젓갈류 모두 살아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우리 전통음식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슬로푸드 운동은 우리의 전통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되살리는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농업이 좋은 식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 농업의 회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빠른 속도가 효율성은 보장하지만, 삭막한 생활을 가져온다.
또 패스트푸드가 건강, 환경, 가족 등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슬로푸드 운동의 메시지는 앞으로 더욱 더 호소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슬로푸드 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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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인터뷰 /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
“슬로푸드운동은 단순히 우리 먹거리를 살리자는 운동이 아니라 다양성이 상실되는 시대에 지역과 환경을 복원시키자는 문화 복권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1986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슬로푸드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며 “슬로푸드운동은 미국형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효율지상주의의 식품산업이나 식문화에 대항해 전통적인 식품제조기술과 그 식품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지키는 운동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황 부소장은 “현재 식문화에 관련한 문제는 식료자원에 있어 다양성이 상실되는데 있다”고 우려하고 “세계각지에는 7000여종의 재배작물이 있으나 현재 우리가 먹는 식품의 90%는 30여종에서 얻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수에 의해서만 슬로푸드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정의 자체도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다행히 지난해는 웰빙열풍으로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어느해보다 높았고 친환경농산물의 확산과 도농교류 의식의 고조 등을 생각할 때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 부소장은 “패스트푸드의 넘람속에서 슬로푸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스스로의 조직적인 노력이 선행되야 하며, 지역내 생산물을 외부로 부터 지키기 위해 지리적 특성·전통문화 등의 특별표시·라벨링제도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별로 수 많던 재래품종을 지금은 거의 찾기 힘들다”며 “지역별 우리 고유의 품종을 철저히 조사해 유지·보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힘들게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기 않으면 소용 없다”면서 “정부난 지자체가 품질을 인증해 줄 수 있는 별도의 인증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유신 기자(yusinya@aflnews.co.kr)
의미로만 본다면 정반대의 개념으로 어느 한쪽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쪽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동안에는 우리주변에 패스트푸드가 만연해 슬로푸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편리하고 간편한 음식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대안으로 패스트푸드가 우리사회 깊숙히 파고든 것이다.
특히 패스트푸드의 대표로 일컬어지는 햄버거는 젊은이들 사이 큰 인기를 끌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국민들의 입맛이 슬로푸드인 우리의 전통음식대신에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이같은 음식문화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특정제품으로의 집중화에 따른 영양 불균형, 위해성 등이 내재돼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슬로푸드쪽으로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단순히 패스트푸드를 반대하는데서 운동체의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는가하면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지키자는 범세계적인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슬로푸드 운동이란
슬로푸드운동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만은 아니다. 슬로푸드 운동의 지향점은 현대 속도문명에 대한 대안이다. 따라서 슬로푸드운동은 환경운동과도 바로 연결된다.
김종덕 경남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생산성 향상이란 명분과 빠른 생활패턴이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있고,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슬로푸드운동의 확산뿐”이라고 말했다.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도 “슬로푸드우동은 단순히 우리먹거리를 살리자는 운동이 아니라 다양성이 상실되는 시대에 지역과 환경을 복원시키는게 근본목적”이라고 밝혔다.
속도전쟁의 산물인 패스트푸드는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을 추구해야 하며 그 대안을 슬로푸드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슬로푸드운동의 지침에서도 슬로푸드운동이 추구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소멸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음식, 음식재료, 포도주(wine) 등을 지키고, 품질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보호하며, 어린아이들 및 소비자들에게 미각(taste)을 교육한다는게 슬로푸드 운동의 지침.
# 농업과 슬로푸드
2000년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열린 슬로푸드 시상대회에서 영예의 슬로푸드상을 수상한 사람들은 모두 전통적인 생활을 유지, 발전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모리타니아의 넨스 존스(Nancy Jones)는 낙타사육과 우유공급으로 유목민의 생활에 기여한 공적으로, 터키의 벨리 규라스(Veli Gulas)는 전통적인 꿀벌의 보존과 꿀 추출방법을 고안해 상을 받았다.
스페인의 예수 가존 헤이드(Jesus Garzon Heyde)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가축의 계절이동법을 되살려 스페인의 자연경관을 보존한 공로로 수상했고, 러시아의 마리아 미카이(Maria Mikhai)는 평생에 걸친 식물보존 노력을 인정받았다.
수상자의 업적에도 나타나있듯이 슬로푸드 운동은 전통적인 영농과 생활방식의 보존, 식물과 작물의 보존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기농업이나 환경농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 슬로푸드운동의 범위
슬로푸드운동은 `우리는 유전자 조작 포도와 포도주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전자 조작식품 반대운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은 단순히 식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운동의 목적이 식·문화·자연의 다양성을 복원하자는데 있는 만큼 운동의 범위 역시 생활 전반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슬로푸드운동 프로그램에서도 잘 나타나 포도 농장 방문 시음, 특정 나라의 음식으로된 저녁식사, 토론회, 칼로리 저녁식사, 시음 및 시식회, 생산자들과의 대화, 술과 음식 궁합 찾기, 음식구성의 역사·식사 습관·요리의 역사적 발전 등 관련 간담회, 크리스마스 디너, 발렌타인 디너 등 지역사정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농산물 알리기나 유기농업에 의한 연계활동, 산지직거래운동 등 지역·문화·환경을 유지·복권하려는 지역별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슬로푸드운동의 범위로 볼 수 있다.
# 슬로푸드운동의 과제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학교급식에 양질의 우리 농산물을 써서 자라는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농산물에 익숙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무리 질적으로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무관심하면 생산을 계속할 수 없고 이는 농업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슬로푸드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 과제가 있다.
우선 전통적인 농업생산에 대한 재평가 부분이다. 사실 그동안 영농비용만을 고려해 농업구조 역시 대량생산·연중생산을 목표로 해 왔다. 이로 인해 다양한 농산물이나 전통식품이 점차 사라져 가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비록 전통방식으로 철 따라 소규모로 생산되는 농산물이나 식품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또 전통식품이나 농업에 대한 다각적인 교육을 통해 우리 전통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관련 최근 급속히 퍼지고 있는 도농교류운동와 같은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교류를 확산시켜 지역유통을 정착시키고 농업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시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길경민 기자(kmkil@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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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상품화 사례
`할머니의 손맛, 전통의 향내, 그리고 즐거운 기다림.'
슬로푸드(slow food)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잘먹고 잘살자는 웰빙(well-being)바람이 지난 한 해를 강타한 가운데 우리 농산물을 직접 만들어 먹는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슬로푸드는 깊은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직접 만들어 먹기에는 품과 시간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슬로푸드의 맛과 정성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을 찾아봤다.
# 한국민속촌 / 된장·고추장
한국민속촌은 순수 국내산 재료만을 이용한 전통 장류제품을 올해로 5년째 선보이고 있다.
강원도 인제에서 직거래한 콩과 고추를 이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든다.
특히 가마솥에 콩을 6~8시간 푹 삶아 부드러운 맛이 살아나도록 했으며 메주를 짚으로 매다는 전통 방법을 따르고 있다. 또 메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김영순 한국민속촌 식품사업부 주임은 “오랫동안 콩을 삶아 된장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2년간 숙성시킨 뒤 선보이기 때문에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충북단양 청솔농장 / 버섯장아찌
청솔농장의 버섯장아찌는 몸에 좋은 버섯을 고온 살균 건조해 고추장에 버무린 고농축 장아찌 제품이다.
청솔농장은 1997년 버섯 가공식품에 뛰어든 이후 자체 연구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품개발을 하고 있다. 표고·느타리·팽이·양송이·새송이 등을 이용하고 있으며, 포장규격도 100g에서 7kg까지 다양하다.
조순호 청솔농장 대표는 “버섯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높은 반면 가공식품은 그간 개발되지 못했다”며 “버섯 장아찌는 건강과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 충북 옥천농협 가공공장 / OPC포도원액
옥천농협의 OPC포도원액은 몸에 좋은 포도에 씨까지 함유된 제품이다.
포도즙을 착즙해 급속냉동으로 보관한 뒤 자연해동해 60~65℃ 저온으로 추가 농축과정을 거쳐 포도원액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포도씨에서 추출한 노화방지 항산화 물질인 OPC가 첨가됐다.
포도는 충북지역 농가에서 연간 1000톤 정도 수매하고 있으며 많을 때는 2000톤까지 늘어난다.
임락재 옥천농협 농산물가공공장 소장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이후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기타/ 경기도 슬로푸드 특구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슬로푸드 운동과 전통음식, 친환경 웰빙 농산물을 연계해 그린투어리즘을 추진하고 있다.
슬로푸드는 김치, 장류, 젓갈, 사찰음식, 한과, 콩 등 전통적이면서도 국제화가 가능한 음식을 중심으로 지정됐다.
슬로푸드로 지정된 곳은 △특구=연천·청산김치 △명소=안성·서일농원, 평택·수도사 △마을=가평·영양잣마을, 양평·보릿고개마을, 여주·오감도토리마을, 이천·부래미우렁마을, 파주·장단콩마을, 포천·도리돌한방마을, 화성·서해일미마을 등 총 10곳이다.
김경임 기자(kki@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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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인터뷰 / 신세대 슬로푸드 까페지기 오희영씨
“햄버거는 절대로 안 먹습니다.”
`슬로푸드와 컬러과일'이라는 까페를 운영하고 있는 오희영(26)씨는 예전에는 햄버거와 패스트푸드 음식을 달고 살 정도로 즐겨 먹었지만 우연히 TV에서 슬로푸드에 관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본 이후로는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 음식들과는 작별을 고했다.
“얼마전에 극장에서 상영하던 `Super Size Me(슈퍼 사이즈 미)' 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
그 영화를 보면 패스트푸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주인공인 모건은 영화촬영 전까지 세명의 의사들로부터 건강상태가 매우 좋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를 단 한달간 섭취했을 뿐인데 체중이 약 12kg까지 늘어났고 마치 알콜중독자처럼 간이 부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태리식당에서 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무리 바쁘고 배가 고프더라도 인스턴트 음식은 사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대신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해 직접 요리해 먹는다고.
주로 무슨 요리를 즐겨 먹느냐는 질문에 싱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직업이 이태리요리사이다보니 피자나 파스타 등도 만들어 먹고 된장찌개나 김찌찌개 등도 자주 해 먹는 요리중에 하납니다.”
“보통 슬로푸드 운동을 한다고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무척 거창한 식습관을 지녀야 하는 걸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슬로푸드는 어렵고 복잡한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은 원래 슬로푸드 운동과 딱 맞아 떨어진다.
우리의 전통 식품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 청국장, 김치, 젓갈 등 발효 식품 뿐만 아니라 순두부, 떡, 묵 등 우리 땅에서 생산된 전통 먹거리들은 모두 슬로푸드가 될 수 있다는 것.
신세대인 그가 햄버거를 집어 던지고 슬로푸드운동의 전령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다 이때문이다.
“그냥 원래 우리가 즐겨 먹던 것들을 찾아 먹으면 온통 다 건강식품인데 뭐하러 비싼 돈 주고 인스턴트 음식을 사 먹습니까?”
오희영씨가 인터넷에 까페를 만든것은 1년전.
100여명 가까운 회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사실 까페는 활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까페를 만들었을때는 회원들도 모두 저처럼 건강과 요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가입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슬로푸드 운동이란게 하루이틀 반짝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보니 사실 조금 시들해진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희영씨는 “천천히 먹자는 슬로푸드 운동이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식탁에 건강을 되살려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고추장과 된장을 담그고 김치를 담가 먹는 것 모두가 아주 훌륭한 슬로푸드 운동입니다.”
그는 또 “바쁘다. 바쁘다 하며 패스트푸드 음식으로 식습관을 잘못 길들이다보면 삶의 시간이 아주 짧게 끝날 수도 있다”며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지만 건강보다 우선시 될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희영씨는 “슬로푸드 운동은 이름처럼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우리의 식문화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슬로푸드 단체의 상징물인 달팽이처럼 슬로푸드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천천히 그리고 많이 늘어나 모두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죠”라고 밝게 웃었다.
신성아 기자(ruruseonga@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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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특별기고 /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농업은 세계화라는 강력한 힘에 의해 개성이나 다양성이 소멸되고 있다. 생산의 탈 자연화에 의한 반계절성 농산물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유전자조작 식품 등이 다량 확산되는 흐름이 주류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파생된 사고가 패스트 푸드적인 발상이다. 패스트 푸드는 편의성이나 가격의 안정성 등으로 세계 어디든 편리하게 소비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정 제품으로의 집중화, 영양 불균형, 위해성이 내재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같은 패스트 푸드적인 사고에 대한 반성에서 등장한 것이 슬로우 푸드 운동이다.
이 운동은 첫째 사라져 가는 전통 농산물과 요리, 질 좋은 식품을 지키자, 둘째 이러한 농산물이나 식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지키자, 셋째 어린이와 소비자에게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자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지역 농산물이나 맛을 소중히 하고, 다양성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배경으로 이 운동의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동시에 지역농업 활성화 등의 관점에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우선 전통적 농업생산의 재평가이다. 농업생산이 그동안 비용만을 고려, 대량 생산에다 연중 생산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래서 종전의 다양한 농산물이나 전통식품이 사라져 가고 있다. 소규모 생산, 다양한 생산, 철 따른 생산에 대해 높게 평가해야 한다.
둘째 지역농업 진흥과 연계하는 것이다. 잡곡이나 된장·젓갈류·김치 등의 발효식품을 포함하여, 지역의 다양한 농산물이나 특산품이 소비자에게 재평가되면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농업 진흥에도 직결된다.
셋째, 식품이나 농업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다. 어린이에 대한 식문화에 관한 교육을 통하여 영양 불균형 등 패스트 푸드의 문제점을 개선,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넷째, 도농교류 등을 통한 지역유통 정착이다. 학교 급식 등 지역농산물의 지역소비를 중심으로 하고, 생산자·소비자간 교류확산에 의한 농업과 소비와의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 교류의 소재는 대규모 농지가 아니라 텃밭이나 다락논 등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자원에서 아름다움이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국민의 소비와 국내생산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지역농업을 진흥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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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특별기고 / 김종덕 경남대 교수
슬로푸드 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지도 19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슬로푸드 운동은 전 세계에 7만5000명의 회원을 가진 국제운동으로 발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7차 교육과정에 슬로푸드 운동이 포함되었고, 슬로푸드 운동 한국지부인 슬로푸드 한국위원회가 생겨나 활동을 하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그 외연이 넓기 때문에 그 운동의 방향은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압축적 과정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생활전반에 빨리 빨리가 일상화 됐다.
그런가하면 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농산물의 수입개방과 패스트푸드의 확산으로 국민들은 슬로푸드로부터 멀어져 정체불명의 먹거리를 먹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슬로푸드운동의 방향은 생활에서 제대로 된 속도를 찾고, 음식에서는 슬로푸드를 더 가까이 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했기 때문에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하는 관행이 자리하고, 효율성은 지상의 가치가 되었다. 느림은 게으름으로 낙인찍혔고, 생활전반에 빨리 빨리가 자리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제일먼저 듣고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가 되었다. 빨리 빨리를 통해 그 동안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각종 사고로 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속도와 리듬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슬로푸드 운동은 슬로라이프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래 음식은 슬로푸드이다. 각종 발효음식, 김치, 막걸리, 장류, 젓갈류 모두 살아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우리 전통음식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슬로푸드 운동은 우리의 전통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되살리는 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농업이 좋은 식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 농업의 회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빠른 속도가 효율성은 보장하지만, 삭막한 생활을 가져온다.
또 패스트푸드가 건강, 환경, 가족 등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슬로푸드 운동의 메시지는 앞으로 더욱 더 호소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슬로푸드 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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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인터뷰 /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
“슬로푸드운동은 단순히 우리 먹거리를 살리자는 운동이 아니라 다양성이 상실되는 시대에 지역과 환경을 복원시키자는 문화 복권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1986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슬로푸드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며 “슬로푸드운동은 미국형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효율지상주의의 식품산업이나 식문화에 대항해 전통적인 식품제조기술과 그 식품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지키는 운동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황 부소장은 “현재 식문화에 관련한 문제는 식료자원에 있어 다양성이 상실되는데 있다”고 우려하고 “세계각지에는 7000여종의 재배작물이 있으나 현재 우리가 먹는 식품의 90%는 30여종에서 얻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수에 의해서만 슬로푸드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정의 자체도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다행히 지난해는 웰빙열풍으로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어느해보다 높았고 친환경농산물의 확산과 도농교류 의식의 고조 등을 생각할 때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 부소장은 “패스트푸드의 넘람속에서 슬로푸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스스로의 조직적인 노력이 선행되야 하며, 지역내 생산물을 외부로 부터 지키기 위해 지리적 특성·전통문화 등의 특별표시·라벨링제도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별로 수 많던 재래품종을 지금은 거의 찾기 힘들다”며 “지역별 우리 고유의 품종을 철저히 조사해 유지·보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힘들게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기 않으면 소용 없다”면서 “정부난 지자체가 품질을 인증해 줄 수 있는 별도의 인증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유신 기자(yusinya@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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