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전국 농민들 "죽지말고 싸우자"

날마다좋은날 2005. 11. 21. 16:29
전국 농민들 "죽지말고 싸우자"
[아펙] 18일 부산 광안역 '전국농민대회'…"'80년 광주' 첫 표적이 언론사임을 명심하라"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18일 정오부터 부산 수영구 광안역 삼거리에 모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윤금순) 소속 농민 5000여명(주최 쪽 추산)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농민들의 자결에 "죽지말고 싸우자"는 뜻을 모았다.

▲ 18일 정오부터 부산 수영구 광안역 삼거리에 모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농민들이 “죽지말고 싸우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정부와 여당이 '쌀개방 국회비준동의안' 강행처리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전남 담양의 농민 고 정용품씨에 이어 17일 경북 성주의 농민 고 오추옥씨가 쌀개방에 반대하며 스스로 음독한 지 나흘만에 숨졌다. 또한 경기도 수원시에서 친환경 채소류를 경작하던 농민 한모(58)씨가 농가부채에 시달리다 음독한 지 나흘만인 17일 숨졌고, 포항의 한 농민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 17일 경북 성주에서 쌀개방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나흘만에 숨진 고 오추옥씨에 대한 영결식에서 한 농민이 고 오추옥씨 영정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ya.co.kr
'쌀개방 저지 부시반대 아펙반대 전국농민대회'에 앞서 1시부터 진행된 '고 오추옥 여성농민 추모식'에서 윤금순 회장은 "저 세상으로 간 오추옥씨가 수해로 쓸려간 하우스 대신 보상받은 것은 쌀 10kg뿐"이라며 "오씨는 면사무소 등으로 뛰어다녔지만 어려운 농민의 현실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남편에게 '정말로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동지는 갔지만 우리는 결코 동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농민들을 죽이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아펙과 WTO, 부시에 맞서 죽지말고 싸우자"고 말했다.

국제농민조직 '비아 깜페시나(Via Campesina)' 대표단은 "한국정부가 무엇이 두려워서인지 다른 많은 동지들의 입국을 거부했다"며 "아펙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농민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신자유주의정책이 계속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농민들이 죽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연대 정재동 대표는 "농업을 포기한 정부가 농민마저 포기하고 있다"며 "죽지말고 살아서 다함께 싸우자"고 재차 강조했다.

"폭력시위 초점 맞춘 언론, 역사의 심판 받을 것"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ya.co.kr
한편 농민대회의 과격성에 초점을 맞춘 언론보도에 대해 문경식 의장은 "농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목숨을 끊을 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언론들은 농민들이 아파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나 경찰이 주장하는대로 폭력시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언론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농민노래패 '청보리사랑'의 오은미(41)씨도 "15일 여의도 무대에서 바라본 것은 경찰의 광기어린 진압작전이었다"며 "'80년 광주'에서 가장 먼저 표적이 됐던 곳이 언론사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낮 2시50분께 농민대회를 마친 집회참가자들은 현재 국민대회가 예정된 수영강변로까지 행진하고 있다. 경찰은 광주시 해남군 진도군 무안군 순천시 등 광주전남 10여개 시군지역과 함안군과 진주시 등 경남지역 곳곳에서 부산 농민대회로 출발하는 농민들을 막아 현지와 부산에 모인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