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일반

농약 없는 풀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 윤상연 대표

날마다좋은날 2008. 5. 6. 13:47

농약 없는 풀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 윤상연 대표

맛 좋기로 소문난 평택 소사뜰쌀

요리의 성공 여부는 좋은 재료가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식탁에서 제 1 메뉴는 단연 '밥'이고 밥의 주 원료인 쌀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옛 어른들은 좋은 쌀을 가리켜 '기름기 자르르 흐르고 윤기 난다' 는 표현을 썼다. 먹을 것 부족하던 시절 귀했던 '흰 쌀밥'에 대한 추억과 동경 때문이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일단 밥을 지었을 때 맛있는 쌀이 좋은 쌀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좋은 쌀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맛보다 몸에 좋은 쌀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 친환경’, ‘ 무농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쌀의 등급이 달라진다.

소사뜰은 맛 좋기로 소문난 평택쌀을 대표할 만한 영농조합법인이다. 다섯 농가로 시작한 소사뜰영농조합은 쌀작목반에 16개 농가, 친환경농업 쌀연구회에 23개 농가가 참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재배한 쌀은 탈곡, 건조, 도정, 포장,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며 완전위탁70ha, 부분위탁 340ha의 대지에서 연간 2,000여 톤의 쌀을 생산한다.

소사뜰은 우리 쌀의 브랜드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1997년 경기도 특화 사업에서 1읍면 1명품 사업장으로 선정됐고 1996년 쌀부분 경기도농어민 대상(개인상), 1998년 경기도농어민대상(단체상)을 수상했다.

때때로 쌀밥보다 라면, 햄버거, 피자, 냉면 등의 음식을 찾는 자녀를 보면서 윤 대표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음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주식인 쌀을 대체하는, 맛있는 음식이 풍부해지고 있다. 국내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드는데 언제까지나 애국심에 기댈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농민의 자식’이라며 농업에 대한 부채 의식을 계속 부추길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끊임 없이 쌀 소비량을 늘릴 방법을 모색하고 활로를 찾아 움직이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 는 없다. 쌀은 우리의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윤상연 대표는 전형적인 농민의 아들이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배 과수원, 양돈, 수도작 등의 복합영농을 하고 있었던 그는 1987년 농어민 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최고의 농업 경영인이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쌀 농업에 집중하기 시작해 보니 현실은 온통 난관투성이었다. 농기계 운전, 수리반 교육, 정보화 교육 등 각종 교육으로 농한기를 보냈다.

1995년 윤 대표를 비롯한 평택 농어민 후계자 5명이 모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쌀 부족 문제에 본격적으로 직면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다수확 품종을 권장했다. 다수확 품종은 말 그대로 생산량을 늘리는 품종이다.

이들 다섯 명은 이 다수확 품종이 나라 전체의 쌀 부족 문제는 해결해 줄 수 있더라도 갈수록 까다로워질 소비자 입맛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농민들이 서로 다수확 품종으로 생산한 쌀을 앞세워 경쟁하다 큰 낭패를 볼 것 같았다. 의견은 자연스럽게 ‘고품질 쌀’로 차별화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소사뜰은 우선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해 쌀 품종부터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이천쌀의 주요 품종인 ‘추청’이 최고로 여겨지고 있었다. 소사뜰도 추청은 기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천쌀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을 쌀을 생산해야 했는데 같은 품종으로는 늦게 시작한 쪽이 불리하리라는 건 뻔한 이치다. 추청을 넘어 설 품종을 찾아야 했다.

대안은 고시히까리에서 찾았다. 고시히까리는 윤기 좋고 맛 좋은 일본 최고의 쌀 품종이다. 소사뜰영농조합은 이 품종을 들여와도 좋은지 연구를 시작했고 우리 물, 토지에 맞게 개량할 필요를 느꼈다. 3~4년 연구 끝에 우리 농가에 보급할 만한 품종으로 ‘고시+기누히까리’ 품종을 만들어냈고 계약 농가에 무상 제공해 재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추청과 고시 기누히까리를 모두 생산하고 있는데 추청은 일반쌀로, 고시+기누히까리는 고품질쌀로 차별화하고 있다.

농약 없는 ‘풀과의 전쟁’ 선포

좋은 품종을 찾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르느냐는 문제다. 고품질 쌀로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이상 재배 과정도 남들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소사뜰영농조합은 여러 가지 환경 농법을 이용해 무농약 또는 저농약 친환경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과연 농약을 쓰지 않고 벼농사를 할 수 있을까?’ 원칙은 세웠지만 조합원에게는 의구심이 생겼다. 관건은 제초 기술이었다. 무지막지하게 자라는 잡초만 억제할 수 있다면 농약은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연구 끝에 네 가지 억제기술을 조합해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네 가지 억제기술은 경종적 제초법, 물리적 제초법, 제초자재 투입법, 공생 동식물 이용법으로 구분된다. 경종적 제초법은 프라운경운, 써레질법, 심수관리, 녹비 갈아엎기 등이고 물리적 제초법은 중경제초기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김을 매는 방법이다. 제초자재 투입법에는 쌀겨, 목초액, 식초, 종이멀칭법 등이 있다. 공생 동식물 이용법은 오리나 왕우렁이, 잉어, 개구리밥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제초라고 하면 단순히 잡초가 자라나는 것을 막거나 이미 자란 잡초를 뽑아내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벼농사에 필요한 제초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소사뜰은 제초에도 선택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녹비 갈아엎기는 유기산을 발생시켜 표층에 있는 종자의 발아를 억제하는 방법인데 물달개비나 올챙이고랭이에는 효과가 있지만 올방개, 벗풀 같은 여러 해살이 잡초에는 효과가 없다. 심수관리법은 피와 같이 산소가 부족하면 자라기 어려운 습생 잡초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산소가 부족할 때 발아가 촉진되는 수생잡초들에는 오히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게 된다.

또 오리, 우렁이, 잉어 등의 공생동물을 길러 풀을 뜯어먹게 하는 방법이나 중경제초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이로운 풀이든 해로운 풀이든 가리지 않고 없앤다. 잡초가 많이 자라는 논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데다가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소사뜰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초법을 조합해 적용했다.



재배하는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언제 수확하고 어떻게 가공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서리 맞히면서 수확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우리는 90% 이상 익었을 때 수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수확 후 곡물온도를 섭씨 40~50도 정도로 유지하면서 바람에 말려 건조시킵니다. 밥맛을 결정하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도정이죠. 도정 후 15일 내에 먹어야 적절한 수분 함량이 유지되어 밥맛이 좋습니다. 우리는 되도록 주문 후 도정하거나 출하 직전 도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소사뜰 유기농법의 핵심 ‘쌀겨농법’

소사뜰쌀을 특징짓는 환경 농법은 ‘쌀겨농법’이다. 쌀겨농법은 제초 효과는 물론이고 쌀겨에 함유된 인산, 마그네슘이 맛 좋은 쌀을 재배할 수 있게 도와준다. 논에 쌀겨를 뿌리면 미생물이 쌀겨를 먹고 급격히 증식해 표층 부분의 산소가 감소한다. 따라서 표층에 묻혀 있는 피, 밭뚝외풀 등의 습생 잡초들이 자라지 못한다.

또 쌀겨는 기름기가 많아 얼마 동안 물에 떠 있는데 이것이 수분을 머금으면서 가라앉아 지표면을 덮고 햇빛을 막는다. 유기산 분해로 당류와 아미노산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조류나 부초 역시 차광효과를 내 제초작용을 돕는다. 쌀겨는 투입 시기가 중요하다. 잡초 씨앗은 물에 들어간 지 2~5일 사이에 발아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모내기와 동시에 혹은 모내기 직후에 쌀겨를 뿌려야 한다. 모의 뿌리는 땅 속 2cm 정도에 자리잡기 때문에 쌀겨를 먹고 활발하게 번식하는 미생물이 유기산을 발생시켜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활착 상태가 나쁜 모는 함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실제로 모내기 직후 쌀겨를 뿌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소사뜰은 모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 시기, 모내기 후 10일경 쌀겨를 뿌리는 방법을 시도했다. 10일 이내에 잡초가 발아하면 나중에는 쌀겨 살포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끈적끈적한 층을 만드는 써레질법과 심수관리를 앞서 실시했다.

윤상연 대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잡초와 싸우는 과정을 통해 우리 농업이 지향해야 할 길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제초제에 기대느라 무시해 왔던 생물들, 미생물을 복원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조류와 부초류는 벼의 중요한 영양공급원이기도 합니다. 제초제로 단번에 없앨 일이 아니죠. 막상 유기농법을 해보면 제초제를 쓰지 않는 것이 생각만큼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윤상연님의 기사는 계속 됩니다. / 출처 : 농촌정보문화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