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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교동서 유기농쌀 재배하는 이찬성씨

날마다좋은날 2006. 1. 25. 19:52
수원일보  2006. 1. 19.

하광교동서 유기농쌀 재배하는 이찬성씨
"못생긴 쌀이지만 구수한 맛 일품"  


"이 공기좋은 광교산 자락 마을을 유기농 마을로 만드는 게 꿈이지요"

동네에서 '광교산 통장님'으로 더 잘 통하는 이찬성(52)씨는 인구 100만의 수원 허파 광교산 자락 하광교동에서 유기농쌀을 가꾸며 친환경농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씨는 수년간 마을 농민들과 함께 친환경 저농약 '반딧불이쌀'을 생산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처음으로 논 1천평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 쌀을 키웠다.

다른 논의 농약 섞인 물이 내려오지 않게 산밑에 마련한 다랑논 1천평은 이씨가 짓는 다른 논밭 1만여평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이씨에겐 신경 쓰이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모내기 전 썪힌 풀로 만든 퇴비를 논바닥에 20t 넘게 뿌려주는 수고를 시작으로 여름철에는 벼를 포위하듯 웃자란 대사리, 물달개비 같은 잡초들을 일일이 뽑아줘야 했고 나방이 논에 내려앉아 번식을 시작할 땐 속이 바짝바짝 탔다.

그래도 가을이 되자 이씨 속을 태웠던 다랑논은 80㎏ 9가마의 쌀로 보답했다.

이씨는 "관행농법을 따랐으면 25가마는 나왔을 것"이라면서도 "모진 시련을 견디고 나온 쌀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며 지난 가을 수확의 기쁨을 회상했다.

겉보기에는 보통 쌀보다 '못생긴' 쌀이지만 화학비료에서 나오는 질소 성분이 적어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고 이씨는 귀띔했다.

자매결연을 한 시민단체 수원KYC를 통해 일반 쌀가격의 갑절인 1㎏당 4천300원씩 받고 팔고 있지만 '광교산 통장님'에 대한 입소문 덕분에 이제는 3가마밖에 안남았다.

이씨는 "기존 관행농법으로는 쌀개방 시대에 못 살아남는다"면서 "제가 나서서 '히트'해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을 보여주면 동네 분들도 따라오겠죠"라며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 이씨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유기농쌀 생산면적을 5천평 이상으로 늘린 뒤 경기도 인증을 받아 브랜드화하는 한편 콩ㆍ팥 등 곡물로 무농약 재배를 확대한 뒤 메주 등 농산물 가공상품까지 만들어 파는 '유기농 마을'을 만들 계획이다.

이런 이씨에게 한국 농업정책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씨는 두차례 견학을 했던 일본을 예로 들어 "일본 농민들은 농협이 권한 작물만 키우면 농협이 나머지를 도맡아 종자대금을 공제한 뒤 수익금을 통장에 입금해준다"며 "작물선정부터 판매까지 도맡는 한국 농민은 '마법사'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제 죽어야지'라는 노인들의 말이 사실은 '나 살고 싶다'는 말인 것처럼 농민들이 '이제 농사 안 짓겠다'는 말도 사실은 마음에 없는 말"이라며 "농사꾼이 어떻게 논밭을 떠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