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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분명한 글

날마다좋은날 2006. 1. 6. 13:38
 

1. 1.2.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분명한 글

  글은 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대화 수단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독자 한 사람을 위하여 글을 쓴다”고 하였고, 어떤 이는 “글로 말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자기의 글을 알아볼 사람이 대화할 상대’이며, ‘상대가 자기의 뜻을 알아볼 수 있게 글을 쓰겠다’는 뜻이리라.

  ‘혼자 말한다’고 하지 않고 ‘혼자 지껄인다/중얼거린다’고 한다. 마주하는 사람이 있고 서로 뜻이 통해야 말이다. 글로 말하려면 ‘말하려는 상대’부터 정하고, 상대에게 맞추어 ‘할 말’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리포트는 담당 교수가 요구하는 기준에, 학위 논문은 심사 위원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써야 한다. 논문을 교과서처럼 쓰거나, 정책 실무자에게 이론만 제시하면 볼 것이 없는 글이 된다. 일반인에게 전문 용어로 말하면 ‘저만 아는 글’이 되기도 한다.

  글 한 편을 쓰려면 남의 글을 여러 편 또는 수십 편, 때로는 100여 편을 인용하거나 참고하여야 한다. 글로 말하려면 독자의 자리에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어떤 문장/글이 읽기 어려웠고, 어떤 문장/글이 읽기 쉬웠는가?

  - 나는 남의 논문의 일부분을 또는 한두 줄을 이용하려다 쓸모없는 내용을 많이 읽지는 않았는가?

  논문으로 말할 상대는 학자, 전문가 들이다. 행여, 상대가 못 알아볼까, 기초 이론을 길게 늘어놓으면 교과서 같은 글이 된다(53쪽 참조). 책을 출판하려면 돈―2003년에 1000부를 경인쇄하면 1쪽에 약 1만 8000원가량―과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중언부언으로 글이 길게 늘어지면, 인쇄비와 품과 시간이 그만큼 더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