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맹자

날마다좋은날 2005. 12. 21. 18:44

맹자, 『맹자』


백성을 생각하는 행복론

"개나 닭 말이나 돼지 같은 동물들이 어느 날부터 배를 채울 만큼의 물질을 가진후에, 세상에 널려 있는 온갖 물질에 대하 욕심을 가지고 모으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혹 문명의 주체가 인간에게서 그들로 전환되지는 않을까"

물욕은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자연스런 욕망

행복의 조건을 정신적 영역에서 찾는 것이 지고한 담론으로 사고되어 왔던 경향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낫다고 주장했지만 물질에 대한 원초적 욕망, 배고픔의 고통 속에서 과연 정신의 자유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반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논의의 타당성을 배제하더라도 관성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상식을 뒤집는 반론은 어떤 주제에서나 가능하다. 자연스런 소유에의 욕구가 인류 문명사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욕망은 진화의 손길로 다듬어졌다. 개체들의 생존과 종족의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것들은 살아 남은 것이다. 따라서 물욕을 억누르는 일은 힘만 들고 효과는 없다. 물욕의 본질을 바로 보고 그것과 타협하는 것이 순리다.

그리고 물욕이 크게 해로운 경우는 언뜻 생각하기보다는 훨씬 드물다. 돈은 대체로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해야 벌 수 있다. 비록 어느 사회에서나 나쁜 짓으로 돈을 버는 일에 매달릴 때 사람은 죄를 가장 적게 짓는다. 그리고 하이에크가 지적한 것처럼 사치는 물질적 풍요에 선행하는 현상이다.

사회와 문명은 욕망을, 그것이 성욕이는 물욕이든 공명심이든 버리라는 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의해 유지되거 발전해 온 것이 아니다. 자식들은 자신보다 좀 낫게 살기를 바라면서 땀흘려 돈을 번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해 온 것이다. 이제는 그런 선남 선녀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돈을 벌게 하라.

- 복거일, 『자연스러운 물욕』

이 글은 경제학적 관점으로 물욕의 본질을 예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삶의 요건으로서의 물질을 정신주의, 내지는 종교의 허울로 매도하지 말라는 주장은 다소 도발적인 느낌이 들지만 전혀 무모한 내용은 아니다. 청렴이나 무소유의 무조건적 맹종 또한 편향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중국의 현실주의 철학자인 맹자 또한 행복에 관한 정신주의적 관점을 배격하고 백성의 행복과 예에 대해 진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식을 좇는 사람에게 그들의 물질적 조건은 어쩌면 정신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겠지만 대다수의 백성들은 배고픔을 참고 예를 좇을 수는 없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다.

일정한 생업이 없어도 일정한 마음을 가지는 자는 오직 사라야 할 수 있지만, 백성의 경우에는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이 없게 됩니다. 일정한 마음이 없게 되면 치우치고 편벽되고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니, 죄를 진 뒤에 쫓아가 잡아서 형별을 가한다면, 이것은 백성을 그물을 쳐서 잡는 것입니다. 어찌 어진 사람이 임금의 지위에 있으면서 백성을 그물 쳐서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훌륭한 임금은 백성의 생업을 제정함에 있어 반드시 위로는 부모를 섬길 수 있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식을 부양할 수 있게 하여, 풍년에는 배불리 먹고 흉년에는 죽음을 면하게 하였습니다. 그러한 뒤에 백성을 인도하여 선에 이르도록 하였기 飁문에 백성들이 따르는 것이 쉬운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백성의 생업을 제정함에 있어 위로는 부모를 섬길 수 없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식을 부양할 수 없게 하여 풍년이 들어도 고생해야 하고 흉년이 들면 죽음을 면치 못하게 앞니다. 이때에는 오직 죽지 않고 살려고 애를 써도 힘든 판국인데, 어느 겨를에 예를 다스리겠습니까?

왕께서 어진 정치를 행하고자 하신다면 어찌하여 그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 오무 정도 되는 택지에 뽕나무를 심으면 쉰 살 된 노인이 비단옷을 입을 것이며, 닭·돼지·개와 같은 가축들의 번식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면 일흔 살 된 노인이 고기를 먹을 것이며, 백무의 밭을 경작하는 데 그 농번기를 빼앗지 않으면 식구의 가족이 굶주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학교 교율을 부지런히 하여 효도와 공경의 도리를 반복해서 가르친다면 반백이 된 노인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고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노인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하고서도 왕노릇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윗글에서 드러나는 맹자의 주장을 정리하고 오늘날 맹자의 주장에 어떤 설득력이 있는지 생각을 해 보자.

·삶에 필요한 물질의 중요성은 막연한 물질주의로 치부될 수 없다. 물질주의는 그야말로 물질로 모든 가치가 통하는 물질 과잉 상태, 혹은 그러한 조건만을 추구하는 사고를 의미한다.

왕도와 패도

맹자는 공자보다 훨씬 혼란한 시대에 살았는데, 관습적으로 공자가 죽은 때를 기점으로 전국 시대라고 한 시대가 시작된다. 맹자의 눈에는 정치 유형들의 시펙트럼에서 양 극단에 위치하는 두 가지의 정치가 있었다. 한쪽 끝에는 '왕도' 정치가 중국인들의 이상화된 역사 기억속에 있었다. 다른 쪽 끝에는 노골적인 무력에 의한 정치〔패도 정치〕가 있었는데, 그것은 군사적 실력자, 즉 패자에 의해서 왕의 이름으로 시행되었다. 이 당시 사회는 점점 던 군사화되어 갔으며, 패도 정치가 더욱 많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전쟁의 폭력이 더 빈번히 발생했다. 맹자는 폭력과 무질서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겪는 고통에 아주 민감했다. 그래서 그는 힘에 의한 정치의 해악을」 끊임없이 비난했다. 맹자는 정명론을 이용하여, 왕답지 못한 통치자는 더 이상 왕이 아니며, 백들에게는 그런 왕에게 저항하고 반란을 일으킬 권리가 있음을 밝혔으며, 필요하다면 반란 과정에서 그를 죽이기까지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정명론에 따르면 " 폭군을 죽이는 것은 왕을 죽이는 것이 아니기 "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맹자는 정치적 급진론자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의 입장은 철학적으로는 급진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고, 몇 가지 점에서 공자보다 좀더 보수적이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맹자는 지금가지 나왔던 어느 이론보다도 철저하게 민본주의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즉 그는 반란권의 논리적 확장을 통해 백성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통치자는 가장 덜 중요한 요소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통치자에게 그 지위를 부여해 준 천명은 백성들의 만족의 표시와 같다고 말했다. "하늘은 백성이 듣는 것처럼 듣고 하늘은 백성이 보는 것처럼 본다."고 함으로써 맹자는 백성을 통리를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하늘 그 자체의 기준으로 삼았다. 맹자의 '하늘'은 자연 또는 윤리적 우주 질서 전체를 의미했다 이렇게 인간이 그 모든 것의 중심척도라면 이것은 철학적으로 인본주의에 관한 다할 나위 없이 단호한 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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