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친환경농업 이대론 안된다 4. 일본유기농업-땅과 사람, 도시인과 농촌사람이 함께 어우러진다
강진신문 2005. 12. 1.
평범한 일본의 유기농재배농민들,,,대박은 없다
직접 뛰며 단골 확보....정부. 지자체 지원도 전무
여러 가지 작목 함께 유기농재배....유기농민들 대단한 자부심 인상적
일본 동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신주쿠현의 이세탄 백화점. 지하 2층의 슈퍼마켓 채소코너 한켠에 모니터가 꽤 큰 컴퓨터가 놓여 있다. 언뜻 보면 채소가격을 계산하는 컴퓨터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화면에 농민 얼굴 사진이 나오고 옆에 자막이 나온다.
▲ 일본 동경 중심가의 백화점 채소코너에 유기농산물의 생산농민과 재배과정을 소개하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저를 믿고 안심하고 구입 하십시오“
컴퓨터 화면은 잠시 후 농민 부부가 밭에서 활짝 웃으며 당근을 들고 있는 사진이 나오더니 곧바로 당근을 재배하는 사진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씨앗을 뿌리는 모습, 물을 주는 모습, 유기퇴비를 주는 모습, 수확하는 모습, 수확해 트럭에 싣는 모습이 단계적으로 나온다.
당근이 끝나면 시금치가 나오고, 시금치 후에는 보리쌀, 고구마순으로 소개는 계속된다. 해당농산물에는 일본유기농업인증협회의 인증을 받은 ‘JAS’의 마크가 선명하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 중 이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백화점 유기농 채소점에 등장한 컴퓨터는 일본 농민들이 유기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바둥거리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경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도치키현의 가누마시 센도마을. 이곳에서 22년째 30여가지의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44세의 다시마씨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태연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인터넷으로 주문 받을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시금치 밭을 한 번 더 돌아보겠습니다. 그런 것 관심 없습니다”
▲ 다시마씨가 자신이 재배중인 유기농 채소를 뽑아 뿌리를 살피고 있다.
일본에서 꽤 유명한 유기농민으로 알려진 다시마씨는 유기농산물 판매 방법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맥. 한번 먹어 본 사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인맥을 관리해 철따라 나오는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유기농업인의 생산물 유통방법이다. 다시마씨의 낡은 책상에는 택배 주문장이 10여장 놓여있었다.
역시 일본유기농인증협회가 일본의 유기농선두주자로 꼽고 있는 시모쯔카군 리부촌의 나카야(56)씨는 일주일이면 한번정도 대도시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며 직접 세일즈에 나선다.
그때 가장 중시하는게 자신을 믿고 농산물을 구입해 달라는 것이다. ‘JAS’ 인증 마크는 기본이고 여기에 인맥까지 확보하는 케이스다.
어두워 질때까지 밭에서 일하다 캄캄해서야 자신의 집으로 기자를 데리고 간 나카야씨는 “유기농산물은 농산물 가격을 농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말했다.
고정 고객관리를 잘 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만 굳히면 그 이후에는 농민이 제시한 가격이 일정부분 높더라도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카야씨는 여기에 조금 배짱있는 도시민 접근방법을 선택한다. 나카야씨는 몇일전 고객들에게 돌린 것이라며 한 장의 유인물을 보여주었다.
내용은 11월 말은 생강을 수확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므로 시간있는 사람은 와서 좀 도와달라는 것이다.
와서 일을 해주어도 수고비는 없고 간단한 식사정도가 제공된다. 한마디로 공짜로 부려먹는 일이다.
그런데 나카야씨는 이 방법으로 톡톡한 효험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공짜로 일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유기농생산을 체험하려는 도시인들이 서너명씩은 꼭 찾아오고 있다.
이 사람들은 나카야마씨의 유기농산물을 사먹는 사람들도 있고 주변의 권장을 받고 찾아와 체험을 해보고 나서는 고객이 되는 경우도 있다.
▲ 나카야씨가 이쿠꼬, 아스꼬씨등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
나카야마씨에서 수개월씩 머무르며 유기농산물 재배방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구라오카 이쿠꼬(26)와 구라오카 아스꼬(26)라는 쌍둥이 자매가 동경에서 이곳까지 찾아와 4개월째 유기농업을 현장에서 배우고 있었다.
언니인 이쿠꼬씨는 “유기농산물에 관심이 많아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직 확실한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며 “나카야마씨에게서 농사기술도 배우지만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부지런함도 배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처럼 일본의 유기농 역시 이렇듯 현지인들로부터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유통문제는 이 나라에서도 여전한 숙제다. 일본농산물의 대부분을 한국의 농협에 해당하는 JA가 담당해주고 있지만 유기농산물만은 아직까지 예외다.
일본에서 유기농업이란 말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1971년에 발족한 일본유기농업연구회부터. 자부심으로 가득찬 유기농업 농민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수천년전부터 내려오는 관행농업에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기농업의 오래된 역사 만큼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농협(JA)이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일본 농업에서 유기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0.16% 정도에 불과하다.
▲ 일본 도심 주택가에 들어선 유기농산물 전문매장. 보통 200여가지 이상의 유기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대도시권의 유명한 백화점이나 할인매장등에서도 유기농산물의 유통은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신주꾸의 이세탄 백화점의 경우 두평 정도의 매장이 마련됐을 뿐이고, 바로옆의 인근 다른 대형 백화점은 JSA마크가 붙은 농산물이 하나도 없었다. 큰 할인점들도 마찬가지다.
대신 체인형태의 소규모 매장이 주택가에 하나 둘 있는게 유기농산물의 주요 유통망이 되고 있다. 사이다마현 우라이구의 비오마르슈 유기판매점은 동경 인근을 중심으로 4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취급하는 유기농산물과 공산품의 종류가 200여가지에 이른다.
이 곳을 거래하는 농민수는 100여명으로 각 농산물에 JAS마크를 달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회사측은 농민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유기농인증협회와 연계해 농민들의 유기농 실천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비오르마르슈 유기판매점 재배인 아키오시(여.52)씨는 유기농 재배농민들의 관리장부를 보여주며 “유기 농산물 판매가 줄지도 않고 크게 늘지도 않는다”며 “손님들이 생산자의 얼굴을 보고 농산물을 고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 유기농산물 전문판매점에서는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가공한 공산품도 판매된다.
실제로 매장에 진열돼 있는 농산물에는 대부분 농민들의 사진과 ‘이 제품을 저를 믿고 구입하십시오’라는 마크가 부착돼 있었다. 기자가 만난 다시마씨의 사진도 그가 내놓은 고구마와 함께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나오는 한 주부를 만나 무엇을 샀느냐고 물어보자 “가격이 비싸 자주 사먹는 편은 아니다. 할인매장에 가도 좋은 농산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유기농산물 매장은 이곳을 지날때나 들리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상점에서 유기농산물의 가격은 일반농산물 보다 적게는 50%부터 많게는 배가 넘은 것도 있었다. 농산물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이곳에서 150엔하는 사과 하나가 근처 할인점에는 70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쌀의 경우 5㎏ 기준으로 유기농쌀이 4천574엔에 판매 됐지만 역시 같은 할인점에서는 1천980엔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전문매장에서 판매되는 유기농제품의 가격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유기농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함께 부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기자가 만난 세사람의 유기농 농민중에 “유기농산물 재배해서 돈은 좀 벌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긍정적인 표정을 한 경우는 없었다. 15년째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다시마씨도, 18년째인 나카야씨도 그저 농촌의 허름한 집에서 손톱에 검은 흙을 끼운채로 그렇게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민이었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체계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역시 기자가 만난 유기농농민들은 정부지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심도 없다”는 투였다.
발로 뛰는 것으로 유명한 나카야상은 “한 작목에서 손해를 볼 때도 많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작목을 같이 하기 때문에 한쪽에서 손해 볼때는 다른 작목으로 메꿔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일본에서 유기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는 당연히 많을 것 같고 이에따라 유기농민들의 소득도 덩달아 뛰어야 말이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소득의 나라 일본에서 유기농산물 비중과 유기농산물의 소비가 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주민들은 일반 농산물이 유기농산물이 아니여도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저농약 식품들도 JAS로부터 단계적 심사를 받으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 유기농산물과 저농약 농산물이 구분없이 유통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둘러 본 각 백화점 식료품점과 할인매장 식료품등에는 유기농산물이 아니더라도 농민들의 사진이 생산자의 이름으로 붙어 있으면서 좋은 가격에 팔리는 상품이 많았다. 농산물에 따라서는 일반농산물이 JAS마크가 붙어 있는 것 보다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었다.
▲ 일본의 농촌거리에서 쉽게 만나는 농산물 직판 안내 광고물들.
결국 기자가 한정적으로 돌아본 일본 유기농업 현장은 평범한 길을 가고 있는 농업의 한 분류였다.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려니와 그것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것도 아직은 아니였다. 유기농민들은 일반 농산물 보다 20~30% 정도의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수확량이 70~80%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유기농재배 농민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깨끗한 농산물을 먹인다는 목표도 분명했다.
센도마을의 다시마씨는 “내 농산물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있었고, 이바라키현 쯔꾸바시의 5명에 불과한 유기농산물생산조합은 “유기농업을 하겠다는 한사람의 농민이라도 있다면 손을 잡고 끌어주는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어느 잡지의 인터뷰에 자신들의 사명감을 천명했다.<일본=주희춘 기자>
강진신문 2005. 12. 1.
평범한 일본의 유기농재배농민들,,,대박은 없다
직접 뛰며 단골 확보....정부. 지자체 지원도 전무
여러 가지 작목 함께 유기농재배....유기농민들 대단한 자부심 인상적
일본 동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신주쿠현의 이세탄 백화점. 지하 2층의 슈퍼마켓 채소코너 한켠에 모니터가 꽤 큰 컴퓨터가 놓여 있다. 언뜻 보면 채소가격을 계산하는 컴퓨터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화면에 농민 얼굴 사진이 나오고 옆에 자막이 나온다.
▲ 일본 동경 중심가의 백화점 채소코너에 유기농산물의 생산농민과 재배과정을 소개하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저를 믿고 안심하고 구입 하십시오“
컴퓨터 화면은 잠시 후 농민 부부가 밭에서 활짝 웃으며 당근을 들고 있는 사진이 나오더니 곧바로 당근을 재배하는 사진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씨앗을 뿌리는 모습, 물을 주는 모습, 유기퇴비를 주는 모습, 수확하는 모습, 수확해 트럭에 싣는 모습이 단계적으로 나온다.
당근이 끝나면 시금치가 나오고, 시금치 후에는 보리쌀, 고구마순으로 소개는 계속된다. 해당농산물에는 일본유기농업인증협회의 인증을 받은 ‘JAS’의 마크가 선명하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 중 이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백화점 유기농 채소점에 등장한 컴퓨터는 일본 농민들이 유기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바둥거리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경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도치키현의 가누마시 센도마을. 이곳에서 22년째 30여가지의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44세의 다시마씨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태연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인터넷으로 주문 받을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시금치 밭을 한 번 더 돌아보겠습니다. 그런 것 관심 없습니다”
▲ 다시마씨가 자신이 재배중인 유기농 채소를 뽑아 뿌리를 살피고 있다.
일본에서 꽤 유명한 유기농민으로 알려진 다시마씨는 유기농산물 판매 방법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맥. 한번 먹어 본 사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인맥을 관리해 철따라 나오는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유기농업인의 생산물 유통방법이다. 다시마씨의 낡은 책상에는 택배 주문장이 10여장 놓여있었다.
역시 일본유기농인증협회가 일본의 유기농선두주자로 꼽고 있는 시모쯔카군 리부촌의 나카야(56)씨는 일주일이면 한번정도 대도시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며 직접 세일즈에 나선다.
그때 가장 중시하는게 자신을 믿고 농산물을 구입해 달라는 것이다. ‘JAS’ 인증 마크는 기본이고 여기에 인맥까지 확보하는 케이스다.
어두워 질때까지 밭에서 일하다 캄캄해서야 자신의 집으로 기자를 데리고 간 나카야씨는 “유기농산물은 농산물 가격을 농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말했다.
고정 고객관리를 잘 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만 굳히면 그 이후에는 농민이 제시한 가격이 일정부분 높더라도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카야씨는 여기에 조금 배짱있는 도시민 접근방법을 선택한다. 나카야씨는 몇일전 고객들에게 돌린 것이라며 한 장의 유인물을 보여주었다.
내용은 11월 말은 생강을 수확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므로 시간있는 사람은 와서 좀 도와달라는 것이다.
와서 일을 해주어도 수고비는 없고 간단한 식사정도가 제공된다. 한마디로 공짜로 부려먹는 일이다.
그런데 나카야씨는 이 방법으로 톡톡한 효험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공짜로 일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유기농생산을 체험하려는 도시인들이 서너명씩은 꼭 찾아오고 있다.
이 사람들은 나카야마씨의 유기농산물을 사먹는 사람들도 있고 주변의 권장을 받고 찾아와 체험을 해보고 나서는 고객이 되는 경우도 있다.
▲ 나카야씨가 이쿠꼬, 아스꼬씨등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
나카야마씨에서 수개월씩 머무르며 유기농산물 재배방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구라오카 이쿠꼬(26)와 구라오카 아스꼬(26)라는 쌍둥이 자매가 동경에서 이곳까지 찾아와 4개월째 유기농업을 현장에서 배우고 있었다.
언니인 이쿠꼬씨는 “유기농산물에 관심이 많아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직 확실한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며 “나카야마씨에게서 농사기술도 배우지만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부지런함도 배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처럼 일본의 유기농 역시 이렇듯 현지인들로부터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유통문제는 이 나라에서도 여전한 숙제다. 일본농산물의 대부분을 한국의 농협에 해당하는 JA가 담당해주고 있지만 유기농산물만은 아직까지 예외다.
일본에서 유기농업이란 말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1971년에 발족한 일본유기농업연구회부터. 자부심으로 가득찬 유기농업 농민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수천년전부터 내려오는 관행농업에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기농업의 오래된 역사 만큼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농협(JA)이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일본 농업에서 유기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0.16% 정도에 불과하다.
▲ 일본 도심 주택가에 들어선 유기농산물 전문매장. 보통 200여가지 이상의 유기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대도시권의 유명한 백화점이나 할인매장등에서도 유기농산물의 유통은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신주꾸의 이세탄 백화점의 경우 두평 정도의 매장이 마련됐을 뿐이고, 바로옆의 인근 다른 대형 백화점은 JSA마크가 붙은 농산물이 하나도 없었다. 큰 할인점들도 마찬가지다.
대신 체인형태의 소규모 매장이 주택가에 하나 둘 있는게 유기농산물의 주요 유통망이 되고 있다. 사이다마현 우라이구의 비오마르슈 유기판매점은 동경 인근을 중심으로 4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취급하는 유기농산물과 공산품의 종류가 200여가지에 이른다.
이 곳을 거래하는 농민수는 100여명으로 각 농산물에 JAS마크를 달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회사측은 농민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유기농인증협회와 연계해 농민들의 유기농 실천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비오르마르슈 유기판매점 재배인 아키오시(여.52)씨는 유기농 재배농민들의 관리장부를 보여주며 “유기 농산물 판매가 줄지도 않고 크게 늘지도 않는다”며 “손님들이 생산자의 얼굴을 보고 농산물을 고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 유기농산물 전문판매점에서는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가공한 공산품도 판매된다.
실제로 매장에 진열돼 있는 농산물에는 대부분 농민들의 사진과 ‘이 제품을 저를 믿고 구입하십시오’라는 마크가 부착돼 있었다. 기자가 만난 다시마씨의 사진도 그가 내놓은 고구마와 함께 눈에 띄었다.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나오는 한 주부를 만나 무엇을 샀느냐고 물어보자 “가격이 비싸 자주 사먹는 편은 아니다. 할인매장에 가도 좋은 농산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유기농산물 매장은 이곳을 지날때나 들리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상점에서 유기농산물의 가격은 일반농산물 보다 적게는 50%부터 많게는 배가 넘은 것도 있었다. 농산물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이곳에서 150엔하는 사과 하나가 근처 할인점에는 70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쌀의 경우 5㎏ 기준으로 유기농쌀이 4천574엔에 판매 됐지만 역시 같은 할인점에서는 1천980엔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전문매장에서 판매되는 유기농제품의 가격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유기농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함께 부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기자가 만난 세사람의 유기농 농민중에 “유기농산물 재배해서 돈은 좀 벌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긍정적인 표정을 한 경우는 없었다. 15년째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다시마씨도, 18년째인 나카야씨도 그저 농촌의 허름한 집에서 손톱에 검은 흙을 끼운채로 그렇게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민이었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체계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역시 기자가 만난 유기농농민들은 정부지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심도 없다”는 투였다.
발로 뛰는 것으로 유명한 나카야상은 “한 작목에서 손해를 볼 때도 많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작목을 같이 하기 때문에 한쪽에서 손해 볼때는 다른 작목으로 메꿔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득수준이 높은 일본에서 유기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는 당연히 많을 것 같고 이에따라 유기농민들의 소득도 덩달아 뛰어야 말이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소득의 나라 일본에서 유기농산물 비중과 유기농산물의 소비가 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주민들은 일반 농산물이 유기농산물이 아니여도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저농약 식품들도 JAS로부터 단계적 심사를 받으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 유기농산물과 저농약 농산물이 구분없이 유통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둘러 본 각 백화점 식료품점과 할인매장 식료품등에는 유기농산물이 아니더라도 농민들의 사진이 생산자의 이름으로 붙어 있으면서 좋은 가격에 팔리는 상품이 많았다. 농산물에 따라서는 일반농산물이 JAS마크가 붙어 있는 것 보다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었다.
▲ 일본의 농촌거리에서 쉽게 만나는 농산물 직판 안내 광고물들.
결국 기자가 한정적으로 돌아본 일본 유기농업 현장은 평범한 길을 가고 있는 농업의 한 분류였다.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려니와 그것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것도 아직은 아니였다. 유기농민들은 일반 농산물 보다 20~30% 정도의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수확량이 70~80%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유기농재배 농민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깨끗한 농산물을 먹인다는 목표도 분명했다.
센도마을의 다시마씨는 “내 농산물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먹을 자격이 없다”고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있었고, 이바라키현 쯔꾸바시의 5명에 불과한 유기농산물생산조합은 “유기농업을 하겠다는 한사람의 농민이라도 있다면 손을 잡고 끌어주는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어느 잡지의 인터뷰에 자신들의 사명감을 천명했다.<일본=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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