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민신문 2005. 10. 3.
일본연수기① 지난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간 다녀왔던 일본의 자연농법 연수는 처음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땅속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데 작물이 잘 자란다는 것은 한국에서 기존에 농업을 행하던 사람이라면 혼란스러운 개념이다. 그러나 자연은 항상 정직하다는 것과 동시에 대자연의 거룩한 힘을 또다시 실감케 하는 일들이 일본에서는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 연수 참가자들은 전국적으로 과수, 쌀 등의 유기재배에서부터 유기퇴비 개발자, 유통·판매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류가 참여했으며, 올해 처음 자연재배를 시도해 작년보다 더 많은 양의 쌀을 수확한 70대 노인도 포함됐다.
기존농업 발상의 전환
한마디로 예술자연농법, 즉 자연재배는 기존 농업에 대한 발상의 반대 개념이다. 기존의 우리는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사용했고, 땅을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 퇴비를 넣었다. 즉 한국의 농업은 ‘투입’의 개념이다. 그러나 일본의 예술자연농법에서는 ‘무투입’ 개념으로 땅의 유기질을 빼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제거하는 ‘치료의 차원’이 아니라, 발병자체를 없애는 ‘예방의 차원’이다. 그것은 인간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을 튼튼히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본연수 참가자들은 실제로 아무것도 넣지 않은 땅에서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았고, 수많은 메뚜기가 뛰어다니는 논에서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당근이 파릇파릇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결국 ‘땅의 문제’다. 기무라씨의 사과밭을 연구하던 일본의 히로사끼 대학의 연구진들은 그의 밭의 양분이 제로(0)가 아닌 일반땅의 2배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이제 국회차원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술자연농법이란?
예술자연농법은 20년이 넘게 자연재배를 연구해온 기무라씨나 가와나씨, 다까하시씨 등이 포함된 자연재배 연구회에서 명명한 농법이다. 이것을 장성의 한마음 공동체의 남상도 대표가 도입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예술자연농법의 개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농약, 화학비료는 물론 유기질 퇴비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흙의 본래 위력을 발휘해 작물을 생산하는 자연재배방법이다. 즉 대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농법을 말한다.
왜 자연재배인가?
유기재배란 3년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쓴 땅에서 유기비료로 키우는 재배방법이다. 반면 자연재배는 땅의 힘만으로 작물을 키우는 농법이다. 가와나씨가 ‘부패실험(자연재배, 유기재배, 일반재배로 키운 당근과 오이를 각각 병에 넣고 1일 1회 뚜껑을 열어둠. 10일 후, 자연재배 작물은 약간 말랐을 뿐이고 유기재배는 많이 썩어 있었다. 일반재배는 약간 썩었을 뿐이다)’에서 밝혔듯이 질소함량이 가장 많은 유기재배작물이 가장 먼저 썩는다. 질소는 체내에서 아미노산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마이드(질소화합물)란 1급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 반면 자연재배로 키운 작물은 절대 썩지 않고 발효될 뿐이다. 우리가 자연재배 작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경험적 지식은 내려놓자” -아오모리현 기무라씨의 사과밭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현. 기무라씨가 사과밭에 농약과 비료를 안한지는 30년이 넘는다. 처음 7년동안은 사과를 하나도 따지 못했다. 그가 실패한 원인은 병균을 없애려고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은 현재 히로사끼 대학에서 연구중인 밭으로 대학연구원들은 ‘질소를 안넣으면 농산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때문에 기무라씨 밭의 땅의 양분은 제로‘0’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다른 밭보다 양분이 2배나 많다는 것. 그는 사과뿐만 아니라 녹차, 옥수수, 감자, 토마토, 쌀 등도 모두 자연재배로 생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사과는 일반사과보다 비싸다. 수확량은 일반 사과의 70% 수준이지만 가격면에서는 더 높아 현재 그의 지갑은 항상 두둑하다.
“로타리칠 때는 최대한 거칠고 굵게” -아키타현 이시야마씨 농장(쌀)
밥맛이 좋은 ‘고시히까리’로 유명한 곳이 아키타다. 그러나 이시야마씨가 생산하는 품종은 ‘사산이시끼’다. 이것은 원래 비료는 적게, 수확은 많은 품종이다. 그는 일반농사를 지어오다가 14년전부터 유기농 전환에 이어 3년전부터 자연재배로 바꿨다. 그가 봄에 하는 일은 가늘게 잘려진 볏짚을 논에 깔고 계속 뒤집으며 말리는 것이다. 논이든 밭이든 제초작업을 한 후의 풀은 항상 완전히 말린 후 사용하는 것이 그들의 비법이다. 그리고 로타리(논갈기)는 최대한 굵고 거칠게 한다. 논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풀문제가 해결된다. 올해 한국에서는 벼멸구가 극성인 반면 일본에서는 이나고지균(깜부기)이 많았으나 그의 논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자연재배는 그만큼 병해충에 강하다.
“비독을 없애라, 그리고 다신 넣지 마라.” -요코하마 프란츠 가와나씨 ‘Natural Harmony’매장
가와나씨의 ‘Natural Harmony’는 그의 4개의 가게중 가장 큰 매장으로 8년전 문을 열었다. 이곳은 건강한 생활은 의식주 3요소가 전부 갖춰져 있는 쇼핑몰로 몇 개 회사의 대표들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1층에는 생활환경과 관련된 식품, 의류, 건축 등의 매장이 있다. 2층에는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이 있다.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갤러리 공간도 있다. 기무라씨의 사과가 이곳에서 1개에 400엔에 팔린다. 쥬스는 1500엔에 팔리는 데 그것도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작년에 생산된 이시야마씨의 쌀은 이미 팔려 없는 상태다. 이곳에서는 가와나씨의 ‘부패실험’의 결과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퇴비는 이용하는 것 아니라 ‘활용’하는 것” - 나리타시 다카하시씨 농장(근채류)
자연재배로 근채류 키우기 20여년. 원리·원칙을 내세우는 다까하시지만 가계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그의 농장에선 잡초를 볼 수 없다. 물론 제초제로 작업한 것이 아니다. 자연재배로 인해 잡초가 거의 안난 까닭도 있지만 모두 손으로 뽑아 없앤 것이다. 그들이 설명하는 자연재배의 원리는 두 가지다. 첫째 땅의 비독(질소성분)을 없애라. 둘째, 다시 넣지 마라. 또한 퇴비는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호부터 차분히 연재·설명될 것이다. 일본에서 성공한 4사람의 자연재배 노하우가 하나씩 밝혀진다.
김은정 기자 pinkcolor@jsnews.co.kr
▲ 다카하시씨 농장의 당근밭.
▲ 기무라씨 사과밭의 땅을 파보았다. 흙이 까맣고 부드러우며 따뜻했다.
▲ 이시야마씨가 키우는 벼. 메뚜기가 여기저기서 뛰어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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