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乙未)년, 온순함과 순박함으로 상징되는 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양처럼 싸움에 약한 동물도 없습니다. 사자·호랑이·승냥이·여우·늑대 등 맹수에게는 가장 쉽게 당하고 마는 짐승이 바로 양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국의 고경(古經)에는 온순하고 순박한 일반 백성을 바로 양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산도 양이 백성이라고 곧바로 지칭했습니다.
“토호(土豪)들의 무단(武斷)적인 행위는 연약한 백성들에게는 승냥이나 호랑이와 같다. 승냥이나 호랑이의 피해를 제거하여 양처럼 온순한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을 목민관이라고 부른다. (土豪武斷 小民之豺虎也 去害存羊 斯謂之牧 : 禁暴)”
이렇게 보면 양이 바로 백성들임을 금방 알게 해줍니다. 관리(官吏)들과 결탁한 지방의 토호들은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깡패’같은 존재들인데, 일반 백성들은 이들의 횡포에 견딜 수 없어 괴로워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온순한 양을 잡아먹거나 해치는 승냥이나 호랑이에 비유하여 이들의 폭력이나 횡포로부터 백성들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막아주고 보살펴주는 지도자들이 바로 목민관이라는 정의를 내렸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통치자이자 지도자들인 목민관이 어떤 인품과 능력을 지녀야 포악한 승냥이나 호랑이를 제압할 수 있을까요. 다산의 『목민심서』는 어떤 지도자가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한 집중적인 지혜를 제공한 책입니다.
“뭇사람을 통솔하는 방법은 위엄과 믿음뿐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믿음은 정성(성실)에서 나오니, 정성스럽고 청렴할 수 있어야만 모두를 복종시킬 수 있다. [馭衆] ”라고 말하여 성실과 청렴, 그 덕목을 지닌 지도자만이 양같이 순한 백성들이 안락하게 살아가게 할 수 있다는 명쾌한 답을 내렸습니다.
을미년, 양들의 해입니다. 그런 새해가 밝았습니다. 양들이 마음 놓고 살아갈 세상을 바라고 싶은데 그럴 가능성이라도 있는 해가 될는지요. 최고 통치자로부터 모든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제발 거짓말부터 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면 어떨까요. 정성과 성실이 결여된 거짓말 세상에서 어떻게 믿음을 찾아낼 수가 있습니까. 높은 사람일수록 입만 열면 믿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지도자들은 정성과 성실성을 잃었는데, 누가 그런 지도자를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승냥이나 호랑이들이 으르렁대는 무섭고 험악한 세상에 음전하고 온순한 양들이 살아갈 금년 한해는 두렵고 무섭기만 합니다. 청렴으로 위엄을 되찾고, 성실성으로 믿음을 회복하여 가련한 양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새해를 설계해주면 어떨까요.
요즘처럼 믿음을 상실한 세상이 언제 또 있었던가요. 약속한 일들이 어느 것 하나 실천된 것이 있었던가요. 토호들이 국가보안법까지 휘둘러대자 양민들인 양들이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 오늘의 돌아가는 세상 모습입니다. ‘거해존양(去害存羊)’, 양들이 존재할 길을 열어줄 지도자들을 대망하면서 한 해가 제대로 열리기만을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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