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발표회 : 유기농산물의 유통(마케팅)활성화 방안
유기농업연구회 학술발표회 자료집 2005. 8. 1.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 박정민*, 정연철, 김영욱, 김정환, 김일수, 허병길, 한기석
목 차 Ⅰ. 서론 Ⅱ. 본론 1. 유통의 형태변화 2. 유기농산물의 특성과 유통원리 3. 친환경농산물 생산동향 4.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실태 5. 유통의 문제점 6. 유통 개선방향 Ⅲ. 결론 참고문헌
Ⅰ. 서론
우리의 먹을거리는 어떠한가? 해외로부터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포스트하비스트(수확 후 농약처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근래 다이옥신 오염파동, 환경호르몬 잔류농약 검출, 유전자조작 농산물 및 식품 수입, O-157,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 등 각종 수입농산물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리고 국내 농산물도 화학비료와 농약 등 합성화학물질이 다량 사용되어 맛과 영양가치가 떨어지고 그 안전성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농업과 먹을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지금 우리들의 밥상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또 식생활의 혼란과 식량자급율 저하 등 그 심각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생산농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토양의 건강함과 비옥함을 빼앗아버리는 근대화학농업이 아니라 순환과 공생, 자립을 소중히 여기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각종 먹을거리를 둘러싼 사회적인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안전한 먹을거리, 즉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과 요구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생산자와 그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유통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문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신뢰성, 가격, 이용 편의성 등의 유통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Ⅱ. 본론
1. 유통의 형태 변화
우리 사회의 변화, 발전에 따라 유통도 그 흐름을 같이 해 왔다. 원시 수렵사회에는 '시장'이 없었다. 농경사회에서부터 생필품을 위주로 한 극히 초보적인 유통이 5일장, 7일장의 정기시장 형태를 통해 이루어졌다.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유통은 본격적으로 발달하였다. 산업화에 따라 도시화가 진전되고, 도시화에 따라 물자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이윤의 개념이 생겨나고, 마케팅의 영역이 확보된 것이다. 생산의 보조적인 수단으로써의 '유통'이 아니고 생산 활동과는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유통업이 생겨난 것이다. 이후 공업의 발달에 기인한 산업문명의 출현에서부터 고도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소위 '공급과잉시대'를 맞는다. 생산 그 자체보다는 판매를 위한 생산이 되어야 하고, 판매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필요(Needs)에 부합해야만 한다. 즉, 소비자의 필요를 신속, 정확하게 생산에 반영할 수 있는 유통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유통업 진출이 늘어나고 소비자는 왕, 신, 고객감동 등의 '소비자 주권시대'를 구가한다. 대형점, 창고형 매장, 가격파괴, 체인화, 대형화 등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컴퓨터의 보급,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도래하는 사이버, 정각(正覺) 사회를 맞아 사이버마켓, 사이버 월드를 통한 글로벌마켓, 글로벌화한 원마켓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2. 친환경유기농산물의 특성과 유통원리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생산량을 이전에 미리 정해둘 수밖에 없고, 농산물이 남아돌 때에는 생산물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지속적인 관계로 정보의 신뢰성과 만족성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친환경유기 농산물의 직거래유통이 도모될 필요가 있다. 일반도매시장에서는 겉모양에 편중해 품질과 재배방법 등의 상품정보가 적고 사용가치의 평가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친환경유기농산물과 같이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상품은 일반도매시장보다는 직거래방식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환경농산물은 소량․다품목으로 유통되며 일반농산물에 비해 외관상 품질이 떨어지는 관계로 시장 및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직거래형태의 시장 외 유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장외 유통이 갖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경우, 산지에서는 판로부족 현상이 발생되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구색 및 적기 구입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또한 동일한 생산자가 여러 유통조직과 거래하며 같은 품목에 대해서도 유통조직간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규모 거래로 인해 빈번한 집배송으로 유통비용 중 운송비의 비중이 크다.
3. 친환경농산물 생산동향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도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환경농업에 참여하는 농가가 늘고 있으며 매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여 전체농산물에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2.2%에 달하고 있다.
<환경농산물의 농가수․생산량 추이 〉
연도별 ‘99 ‘00 ‘01 ‘02 ‘03 농가수(호) 1,306 2,448 4,678 11,892 23,309 생산량(톤) 26,643 35,406 87,279 200,374 365,849 비 중(%) 0.1 0.2 0.4 1.1 2.2
4.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실태
친환경유기농산물은 주로 다품목 소량으로 생산․유통되며, 대체로 일반농산물에 비해 낮은 수량과 생산과정의 노동시간 증가를 반영하여 가격이 비교적 높은 편이고 외관상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유통이 아니라 다양한 직거래형태의 시장외 유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유통경로도 유통주체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첫째, 생산자의 직접 배송 및 택배 배달을 통한 유통이다. 이것은 아직 조직화, 규모화되지 못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배송 또는 택배를 통해, 또는 종교․사회단체의 계절 행사나 일회성 판매를 통해 직거래되는 유통방식이다. 소비자의 요구에 의한 생산되는 것이 아니므로 생산자가 소비자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일반농산물과 친환경유기농산물 간의 품질차이와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사용가치 등에 대해 홍보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둘째, 한살림과 생협 등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관계와 제휴관계를 토대로 하는 유통이다. 이것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결합․제휴하는 직거래유통으로서 시장유통에서 평가되지 않는 부분을 상호 교류와 신뢰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협의하여 생산계획량(공급예정량)을 확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생산자는 책임생산하고 소비자는 책임인수하는 거래관계를 말한다.
셋째, 전문유통사업체를 통한 유통이다. 이 전문유통사업체는 소매점과 택배사업을 통하거나 대형유통업체의 전문코너를 통해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자체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넷째,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등을 통한 유통이다. 대형식품매장에서 직영하기도 하지만, 환경농업단체가 친환경유기농산물의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에 친환경유기농산물 전문코너를 임대하여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친환경유기농산물 전문판매점을 통한 유통이다. 최근 생기고 있는 소규모의 친환경유기농산물 전문판매점들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친환경유기농산물 유통의 한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
여섯째, 농협 전문판매장과 하나로클럽을 통한 유통이다. 최근 농협은 하나로클럽과 하나로마트에 친환경유기농산물 전문 취급코너를 설치하면서 지역농협과 결합하여 친환경유기농산물 유통 규모화를 지향해가고 있다.
일곱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유통이다. 수많은 친환경유기농산물 전문 인터넷 쇼핑몰이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일정한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유통규모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팜, 62농닷컴, 무공이네농장, 애드팜을 비롯한 20~30여개의 친환경유기농산물 전문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친환경유기농산물 생산농가가 직접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전자상거래를 모색하는 겨우도 있다. 심지어 해외 유기가공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쇼핑몰도 등장해 있다.
여덟째, 식품가공업체를 통한 유통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식품 안전성문제가 시대적 이슈로 자리 잡아가면서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을 제조해 출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친환경유기농업의 생산기반이 취약한 탓에 대체로 외국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풀무원, 이롬라이프, 남양유업, 매일유업, 파르퇴스유업 등에서 생산자와 직접 계약․수매하여 녹즙과 생식 및 이유식의 가공원료를 확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홉째, 공영도매시장을 통한 친환경유기농산물 유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시장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일반도매시장을 경유한 유통량도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 유통상의 문제점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친환경농산물 유통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측면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이유로는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소비가 되지 않으면 친환경농업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도 적정가격을 유지해야 하고, 품질 및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며, 구입 및 이용의 편의성이 있어야 한다. 또 친환경농산물 유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적합한 물류시설 및 장비와 물류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큰 비용부담이 따르므로 물류기반과 물류조건이 취약한 실정이다.
둘째, 현재 친환경농산물의 수집·분산기능이 유통조직별로 다품목 소량이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과다한 유통비용이 발생하여 소비자 가격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 생산지에서는 판로부족 현상이 발생되고 있으나 소비지에서는 물품의 다양성과 그 물량이 부족한 현상이 발생되기도 한다. 즉 수급조절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유통조직별 수급불균형에 의한 결품과 과잉 현상이 발생하여 소비자의 불만을 야기하게 된다.
셋째, 친환경농산물의 적정가격 형성·유지는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또 친환경농산물의 가격결정을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가 친환경농업의 재생산과 지속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도농간 신뢰관계와 제휴관계를 토대로 하는 직거래유통의 경우 대체로 생산비 보장방식에 따라 생산자 가격을 책정하고, 여기에 기준 마진율 20%를 적용하여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식품매장과 같은 상업적 직거래의 경우, 정확히 가격결정방식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너무 높게 소비자 가격이 형성되고 있어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면이 없지 않다.
넷째, 정부에서 친환경농산물의 표시·인증을 통한 친환경농산물의 차별성 부각과 품질경쟁력 제고를 말하고 있지만, 현재 비교적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하기 쉬운 채소류(주로 엽채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친환경농산물은 일반농산물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전체적으로 친환경농업 및 친환경농산물의 수준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기술의 안정화와 생산방법 및 농법에 대한 끊임없는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6. 유통 개선방향
가. 친환경농산물 소비자 교육·홍보 강화
사회적으로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친환경농산물의 차별성과 우위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평가를 얻어내지 못하여 구매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농산물의 안전성과 친환경성, 그에 따른 차별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소비자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여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환경농업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친환경농업 소비자교육, 친환경농산물 소비촉진 홍보캠페인(다양한 방법을 연구하여), 친환경농산물 홍보장터, 매스컴 광고(라디오와 TV 등), 인터넷 광고(유명 사이트에 배너광고) 등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교육 및 홍보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식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친환경농산물 교육·홍보 관련 정부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나. 친환경농산물의 대량 소비처 개척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친환경농산물 유통방식 외에 단체급식과 같은 대량 소비처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및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단체급식, 학교급식용 식자재를 부분적이더라도 친환경농산물로 전환하는 일은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와 유통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근래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학교급식용 식자재를 국내농산물, 특히 친환경농산물로 전환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장래 친환경농산물 수요자를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은 단순히 그 취지만을 알리고 이해시키는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강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추진되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법제도화시켜 나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다. 친환경농산물의 전자상거래 적극 추진
가까운 장래 컴퓨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생활도구가 될 것이며, 정보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만남이 될 것이다. 정보화의 물적 기반은 정착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터넷 마인드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인구는 날로 점증하고 정보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친환경농산물 전자상거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농산물 주 소비계층이 비교적 네트워크에 익숙한 젊은 주부계층이라고 볼 때, 친환경농산물 전자상거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살림, 생협 등과 같은 직거래유통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전화주문방식이 인터넷 주문방식으로 전환되고 인터넷을 통한 가입회원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친환경농산물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 수준에서든 생산자 수준에서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라. 소비자와 자신있게 교류할 수 있는 생산지 만들기
소비자는 직접 친환경농업 생산지를 방문하여 생산자의 의식과 생각, 생산과정과 생활방식, 고로(苦勞) 등을 알고서 감동을 느끼고 친환경농산물을 신뢰하게 된다. 또 지역농업과 그것을 둘러싼 상황을 알고 농업문제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이런 내용을 이웃 소비자들에게도 알려 친환경농산물을 이용하도록 권유하게 된다. 이처럼 소비자와 자신 있게 교류할 수 있는 생산지를 만드는 일은 가장 적극적인 홍보 전략이자 판매 전략이다.
마.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확보
소비자들은 친환경유기농산물 재배유형별 용어와 표시의 혼란으로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정의와 재배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폭넓은 친환경유기농산물 표시인증에 대한 소비대중의 인식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친환경유기농산물 품질관리제도를 대중매체나 소비자교육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생산현장 견학, 농사체험, 일손 돕기, 각종 농업관련 이벤트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다양한 교류활동을 통해 충분한 정보소통 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차별성 및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식품영양학적․작물학적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부문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 폭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바. 도농간 신뢰관계와 제휴관계를 토대로 한 직거래유통 활성화
앞으로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상호이해를 도모하는 직거래유통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첫째, 대체로 친환경농산물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일반농산물에 비해 10~30%정도 낮은데다 병충해나 기상조건에 따른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예약 소비처 없이는 친환경농업을 시도하거나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생산과정의 차이에 따라 생산비가 일반농산물보다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자가 가격형성과정에서 자신의 사정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거래형태가 되어야 재생산이나 지속적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구입·이용하는 입장에서도 생산자와의 직접 교류를 통해 생산과정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갈 수 있고, 또 친환경농업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기본적인 생각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대체로 친환경농산물 가격이 일반농산물 가격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데, 시장경쟁가격에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의 친환경농산물 구매의사를 지속적으로 유지, 확대해가기 위해서는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는 거래형태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 친환경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사업 지원·육성
친환경농산물을 가공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을 많이 만들고 그 식품가공사업을 지원·육성하는 일도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 매우 적극적인 방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살림이나 생협의 경우에서 쉽게 파악되듯이 우리 콩이나 밀, 김치 원료 등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는 가공원료로 사용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또한 실제 친환경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므로, 가공원료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은 기존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생산지와 새롭게 참입하는 생산지의 생산기반을 안정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가공시설, 세제혜택, 가공기술, 포장재 제작 등과 관련한 정책지원규모를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아. 환경보전형 지역농업시스템을 형성시키는 친환경농산물 유통 전개
우리나라에서 유기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농업생산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즉 소지역 범위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생산자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고, 농가수준에서나 지역수준에서 경종부문과 축산부문, 임업부문, 가공부문을 도입하여 잘 결합시키는 지역복합적인 순환형 농업, 즉 환경보전형 지역농업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소지역 범위에서 그 순환의 범위를 더욱 넓혀나가고 유기적 복합의 보다 큰 연관을 형성하여 유기농업 및 환경농업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자연조건과 농업자원조건, 지역의 유기농업 기술역량 등을 고려한 다양한 작목 도입이 필요하며, 유통관계에 있어서도 지역농업 전체를 염두에 두는 거래관계와 거래방식, 즉 지역종합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친환경농산물의 유통과 환경보전형 지역농업시스템의 형성을 밀접한 관계성이 있어야 하므로 지역의 생산자와 생산물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유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 친환경농산물 정책지원자금 개선
현재 유통조직별로 각각 소규모 물류시설을 설치하고 독자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 물류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물류기반과 물류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장래 가능한 범위에서 공동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공동 물류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원활한 수집·분산기능의 수행, 물류비용의 절감, 적정가격의 형성·유지, 수급조정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합한 정책사업 도입과 개선, 융자조건의 완화 등을 강구해야 한다. 더욱이 친환경농산물 유통과 관련한 전산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하드웨어를 마련하는데 현재 유통조직의 형편상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적절한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Ⅲ. 결론
오늘날 숨쉴 공기, 마실 물, 기르는 땅, 먹는 밥 등 우리의 생명을 만들고 유지해주는 것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병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생명의 발현이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이 먹는 것을 바로잡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 일은 다름 아닌 먹을거리를 만드는 농업을 죽임의 농업이 아니라 살림의 농업, 즉 친환경농업으로 바꾸는 일이다. 또한 각종 먹을거리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와 유통활성화를 위한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다고 할 것이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사회임을 함축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정보가 흐르고 모이는 곳을 찾아 시대변화를 남보다 앞서 감지하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바이어들은 한결같이 생산자들이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소비자 선택의 우위를 점하려면 무엇보다 안전성과 상품의 신뢰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품질이 규격화된 고품질 농산물과 생산이력제 관리상품, 지역명품, 친환경농산물을 주력상품으로 삼겠다는 얘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비자 선호도가 ‘질과 가격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도 귀담아들을 부분이었다. 이러한 정보들의 공통적인 시사점은 농산물도 이제 제품 차별화를 통해 자기만의 시장을 스스로 넓혀나가려는 ‘적극적인 마케팅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진정한 차별화는 생산자·판매자가 ‘파는 상품’이 아닌, 소비자·구매자가 ‘사고 싶은 상품’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소비자와 대형 유통업체·도매시장의 구매패턴에 맞추려는 생산자의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커진 시장지배력으로 산지와 생산자를 종속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 불합리한 유통을 강요하는 부작용의 소지도 있고 또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은 경계해야 한다. 규모의 경쟁력과 브랜드파워를 높이고 시장대응력을 키워 생산자 이익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 바로 산지 조직화임을 농업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문헌
김 호,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촉진과 유통혁신 방안”, 「2001년도 상반기 심포지움 및 학술발표대회 자료집」, 한국유기농업학회, 2001. 박현태,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한 유통활성화 방안”,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촉진 방안 토론회 결과보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00. 2 조완형, “친환경유기농산물 소비․유통의 실태와 활성화 방안”, 2005. 3 농림부, “친환경농산물 유통실태 조사결과”, 2004. 8 농민신문, “소비자를 읽어야 경쟁력이 보인다” 200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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