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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환경정책

날마다좋은날 2005. 11. 26. 17:32
세계화와 환경정책


1. 세계화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화 논의는 주로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세계화라는 문제의식이 시장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화 논의가 경제학자나 기업인에 의해 주도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화라는 담론에 철학적 메스를 대거나(임홍빈, 2002), 사회운동 차원에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논하는 등(제러미 브레처 외, 2002), 다양한 측면에서의 세계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은 세계화를 세계경제의 통합이라고 정의하는 경제적 측면의 논의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네트워크의 구축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과정으로 파악한다.3) 정구현 외(2002)는 세계화 대신 글로벌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글로벌화란 국경이 낮아지고 시간과 공간이 축소되어 지역 및 국가간에 상호 연관관계가 증가하며, 거래 및 왕래의 빈도 및 양이 급증하고 이에 수반하여 다양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인간관계, 경제사회구조 및 국제질서가 크게 변화하는 과정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Keohane과 Nye에 의하면 세계화란 세계주의가 증대되어가는 과정이다(김관호, 2003: 6). 여기서 세계주의란 여러 대륙에 있는 국가들이 서로간의 상호의존이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상황이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상품과 자본, 정보와 지식, 인력, 환경물질 등의 흐름을 통하여 형성된다. 이러한 정의에서 보면, 환경적 세계주의는 생물화학적 물질의 흐름을 통해 형성되는 네트워크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화와 관련된 연구성과는 수없이 많다. 국내만 보더라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공하는 전국대학소장자료검색 서비스에 의하면, 세계화 관련 학술논문이 932건에 달하고 학위논문도 704건에 이른다. 경제일반과 기업경영은 물론이고, 중앙 및 지방행정, 노동, 교육, 보건의료,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의 세계화 연구가 1990년대 초반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세계화 논의를 종합해볼 때, 세계화는 한 국가의 정치경제 체제를 개방해 핵심 경제권 국가들의 제품과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고 나아가 워싱턴과 뉴욕, 그밖의 자본주의 중심지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결정과 진전에 따라 국가의 정책이 좌우되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피터 고완, 2001). 하지만 세계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이미 16세기 또는 19세기말에도 세계화의 경향이 존재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교통통신의 비약적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사람들의 삶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넓고 깊고 빠르게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세계화에 특별히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찬근, 2000). 세계화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보지 않고 오히려 세계화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민족주의가 강화되어 자유시장경제에서 이탈하고 정치적 독재로 귀결되는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제임스, 2002). 조지프 스티글리츠(2002)는 세계화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세계화는 공존과 조화의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 요소간의 대립과 갈등의 측면도 가진 복합적인 과정이며, 동시에 세계로의 통합과 지역으로의 분산이 공존하는 중첩적인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김두식, 1997: 293). 세계화과정에서 세계주의와 국지주의가 갈등하는 이른바 세계화의 딜레마가 생기기도 한다(성경륭, 2001). 세계화에 대해서는 전통경제학자의 논리와 환경론자의 논리가 대립하고 있기도 하다(정회성, 2002).


2. 세계화와 환경문제

  세계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적지 않게 있다. 김두식(1997)은 사회학적 측면에서 세계화과정에서의 사회발전과 환경문제를 다룬 바 있으며, 강희갑(1998)은 법학적 시각에서 환경법의 세계화와 국제환경법을 다루고 있다. 전형권(1999)은 정치학적 입장에서 환경문제의 세계화와 국제정치적 성격을 논의하고 있으며, 황의서(1999)도 정치학적 관점에서 세계화시대의 환경의제를 다루고 있다. 한면희(2002)가 철학적 측면에서 세계화시대의 환경정의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면, 정회성(2002)은 전통경제학자와 환경론자의 대립적 시각 속에서 세계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위와 같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세계화와 환경의 관계에 대한 학술적 연구들이 있어왔지만, 세계화와 환경정책간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환경정책의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측면에서 세계화와 환경문제를 논한 논문은 찾아볼 수 없다.  

  대체적으로 환경론자들은 세계화에 부정적이다.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2003)는 식량 제국주의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고, 헬레나 노르베리-호지/ISEC(2002)는 세계화의 질곡 속에서 풀뿌리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무한한 경제성장과 국경 없는 자유무역의 조급증 논리에 사로잡힌 정부들이 무소부재의 세계화 경제를 만들기 위해 지역 및 국가경제 사이의 장벽을 계획적으로 없애는 과정에서 작은 것과 지방적인 것들은 사라지고 이것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프렌치(2001)는 ‘세계화의 생태학’을 논하면서 세계화가 여러 분야에서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통경제학자들은 무역으로 새로운 기술의 이전을 촉진하고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주므로 세계화는 환경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론자들은 자유무역이 국가간 소득격차 증대, 환경보전적 전통사회와 가치체계의 붕괴, 환경오염산업의 범지구적 확산을 통해 환경파괴가 심화된다고 다시 반박하고 있다(정회성, 2002).

  현재의 세계화과정은 세계자본주의의 재구조화과정이며 이러한 재구조화과정은 기존의 불평등구조를 확대재생산하는 초국가적 활동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세계체제에서의 불평등구조가 현존하는 오늘날의 세계화과정에서는 초국적 기업, 소비주의, 환경주의로 대변되는 초국적 활동들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 방식에 따라 초국적 차원에서 개별국가 혹은 개별사회의 발전유형과 환경주의 및 환경문제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김두식,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