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까치밥 남겨놓는 참농심 전하는 유기농 곶감

날마다좋은날 2005. 11. 19. 15:40
제 목
까치밥 남겨놓는 참농심 전하는 유기농 곶감
등 록 일 2005-11-4

문풍지 사이로 찬바람 솔솔 부는 긴긴 겨울밤. 우는 아이를 달래볼 요량으로 늘어놓는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에 곶감과 호랑이는 단골손님이다.


감은 차령산맥 이남의 온화한 기온에 안개가 적은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대추(棗), 밤(栗), 배(梨)와 함께 곶감(?)은 약방의 감초처럼 차례상에 오른다. 곶감을 빠뜨리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1년 중에 몇 번 있지 않은 진수성찬에 건음식만을 먹게 됨에 따라 놀랜 속을 달래주기 위함일 게다.


홍시는 경북 상주가 유명하며, 단감은 경남 진영이 알려져 있다. 떫은 감은 소금에 절여 먹기도 한다. 감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 위에 까치를 위한 겨울양식으로 ‘까치밥’ 몇 개를 남겨놓는 훈훈한 농가의 인심은 여백이 넉넉한 동양화 같다. 언젠가 감이 익으려면 한 달가량이나 남았는데도 시장엔 벌써 빨갛게 익은 감이 팔리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익기도 전에 성장조정제를 뿌려 따서 유통과정에 들어가는 순간 카바이트라는 몹쓸 약품과 함께 2~3일 다니는 동안 다 익는단다.


친환경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감은 시중에 나도는 감과 다르다. 감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낙과방지제를 치지도 않고, 성장조정제를 쓰지 않으며 나무와 그 주변에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감을 나무에서 빨갛게 익혀 때가 되어서야 딴다. 감을 손수 깎아 바람과 햇볕이 잘 드는 서늘한 곳에 매달아 말린 곶감 역시 유황을 피워 인위적으로 빨리 말린 것과는 애초에 다르다. 따라서 비타민C가 귤 못지않으면서도 당도가 높다. 또한 탄닌 성분은 장의 수축을 도와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올 겨울엔 곶감이나 하나 먹으며 추억을 되살려보자.


중국산 곶감은 너무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하고 겉에 흰가루가 너무 많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파란 곰팡이가 뒤덮고 있으면서도 꼭지가 크게 남아 있고 모양과 색깔이 거무튀튀하다. 이걸 숨기기 위해 밀가루에 버무려 놓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완형(한살림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