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식물·약초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식물자원이 많은 한국이 ‘종자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내 농가들이 재배하는 외국산 작물에 대해 해마다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 부담이 늘고 있다.
14일 농림부와 국립종자관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자시장 규모는 식량·화훼·채소·과수 등을 포함해 연간 4600억원 정도. 지난해 우리나라는 장미 등 화훼류 5종에만 모두 50여억원의 로열티를 외국업체에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 1500억원대 시장 규모의 채소종자에선 150억원대의 로열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식물 신품종 보호를 위한 국제적 기구로국제신품종보호연맹(UPOV)이 있다. 모든 국가는 UPOV에 등록된 ‘품종보호대상’ 작물에 대해선 로열티를 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02년 UPOV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올해까지 국내에서 품종보호대상으로 지정된 작물 수는 모두 155개에 달한다. 농림부는 내년에도 딸기, 부추, 케일, 행운목 등 31개 작물을 품종보호대상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연차적으로 늘려 2009년부터 모든 작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종자산업은 외국계 종묘업체에 거의 장악된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토종업체 ‘빅4’가 다국적 기업에 줄줄이 인수됐기 때문이다. 한국종자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56개사. 이중 매출 1위 업체는 미국계 기업인 세미니스코리아로 국내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국내 종자업계 선두였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2위는 토종기업인 농우바이오(시장 점유율 22%)다. 그 뒤를 서울종묘를 인수·합병한 스위스계 신젠타코리아가 쫓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종묘회사인 다키이와 사카타 역시 국내에 진출해 있다. 이들 외국계 종자회사가 국내 종묘시장의 50~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종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종자회사 가운데 육종기술, 시설, 연구인력을 제대로 갖춰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는 상위 10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을 제외하면 종자를 수입해 파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국립종자관리소에 의하면 지난 2003년 UPOV에 등록된 한국의 신품종수는 모두 641종. 이중 등록 출원수를 보면 2002년에는 내국인 260종, 외국인 342종이었다. 또 2003년에는 내국인이 247종을, 외국인이 216종을 UPOV에 새로 등록했다. 그러나 2003년만 줄었을뿐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에 의한 ‘식물 특허’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는 식물수가 5000여개로 세계 최대 식물백화점”이라고 전제, “그러나 국제법상 변형된 식물에 대해서만 주로 특허권이 인정되고, 종사회사가 모두 외국사에게 넘어가 이래저래 위기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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