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메밀
■메밀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국수, 부침개, 묵 등 각종 음식에 널리 쓰이는 먹거리입니다.
■또한 요리에 이용되는 것은 주로 낟알이지만 잎, 줄기, 꽃, 낟알 껍질까지 어느 것 하나 버려지지 않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어린잎은 새싹으로, 다 자란 잎과 줄기는 풀사료로, 꽃은 차와 꿀로 이용됩니다. 낟알 껍질은 베갯속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메밀의 낟알 껍질로 속을 채운 베개는 가볍고 부서지지 않으며 통풍이 잘돼 여름철에 많이 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메밀은 크게 일반메밀과 쓴메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 단순히 메밀이라 부르는 것은 일반메밀입니다. 쓴메밀은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쓴맛이 나지만 낟알을 차로 마실 경우 쓴맛이 없습니다. 최근 들어 일반메밀보다 쓴메밀에 루틴이 약 100배나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루틴은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뇌출혈 등의 출혈성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능도 뛰어납니다.
■메밀의 어린 식물체는 줄기에 비해 잎이 커서 성숙한 식물에 비해 단위무게 당 루틴 함량이 높으며, 씨를 뿌린 후 35~45일에 최대 함량을 보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잎, 잎자루, 줄기, 뿌리 순서로 루틴 함량이 높으나 꽃이 피는 시기에는 루틴의 68%가 꽃에 존재해 꽃의 루틴 함량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메밀에는 루틴 외에도 피로 해소와 염증 완화에 뛰어난 비타민 B군과 우리 몸의 세포와 호르몬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필수 아미노산, 마그네슘이나 칼륨 같은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일반메밀(좌)과 쓴메밀(우) 식물체
♠재배시기에 따른 품종 구분과 품종별 특징
■메밀은 재배시기에 따라 여름에 수확하는 여름메밀, 늦가을에 수확하는 가을메밀로 나누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육성된 주요 메밀 품종으로는 여름메밀인 ‘양절메밀’과 ‘양절메밀2호’, 가을메밀인 ‘대산메밀’과 ‘다원’ 등이 있습니다.
■‘양절메밀’은 봄 파종과 여름 파종이 모두 가능한 여름메밀이며 루틴 함량이 높은 품종입니다. 1995년 장려품종으로 농가에 보급되었습니다. 생육 일수는 60~70일로 짧고, 줄기 길이는 짧아 쓰러짐에 강한 편입니다.
■그 후 수확량을 증가시킨 품종으로 ‘양절메밀2호’가 육성되었습니다. 가을메밀인 ‘대산메밀’은 메밀 새싹용으로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생육 일수는 ‘양절메밀’보다 약간 더 긴 74일이고, 줄기 길이가 길며 싹틈 비율이 높아 새싹 재배에 적합합니다.
일반메밀 품종별 꽃과 종자 특성
♠메밀 재배에 알맞은 토양 조건
■메밀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낟알을 많이 수확할 수 있는 생육기간이 짧은 작물입니다. 따라서 지하수위가 낮은 토양, 부식물 함량이 많은 토양, 산성인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합니다. 하지만 석회석 함량이 높은 토양이나 점토가 많아 다습한 토양에서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물빠짐이 좋은 곳이 메밀 재배에 적합한 토양입니다.
■메밀을 재배할 때는 토양 비옥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료를 약간 주어도 되나, 충분히 비옥한 토양에서는 비료를 살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메밀 영양 생장이 과다해지면 쓰러짐이 심해지고 낟알의 수확량도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콩 복합비료를 재배면적당(10a) 25~50kg씩 살포할 때 낟알 수확량이 가장 높았습니다.
♠품종 및 지역에 따른 파종기와 생육 초기 재배법
■메밀은 품종과 지역에 따른 씨뿌림 시기 선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름메밀인 ‘양절메밀’은 남부 지역에서는 4월 상중순에, 중북부 지역에서는 4월 하순~5월 상순에 파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메밀은 중북부 지역에서는 7월 중하순에, 남부 지역에서는 8월 상중순에, 제주 지역에서는 8월 하순~9월 상순에 파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종기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개화 최성기에 고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메밀은 생육 기간이 60~80일로 짧으므로 곡류, 채소류, 두류, 감자류, 유지작물류, 사료작물 등의 전후 작물로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메밀의 생육 초기에는 제초 작업을 철저히 해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메밀과 잡초와의 경합을 막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솎음과 김매기를 1~2회 해줍니다. 솎음 작업은 출아 후 15~20일에 실시해야 합니다.
■메밀은 생장 속도가 빨라 잡초를 억제할 수 있으나 다습한 기후에서는 잡초 발생과 생육이 왕성하므로 물빠짐을 원활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물빠짐이 불량한 곳에서는 이랑을 높게 만들어 메밀을 재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맞은 수확기와 수확 방법
■메밀은 무한형 개화 습성으로 인해 낟알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성숙합니다. 따라서 꽃, 녹색 낟알 및 성숙 낟알이 동시에 같은 식물체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너무 일찍 수확하게 되면 덜 여문 낟알이나 수분 함량이 많은 잎과 줄기 때문에 낟알을 건조·저장하는 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따라서 메밀 낟알이 75~80% 성숙했을 때 수확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메밀은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중순 전에 콤바인으로 수확하거나 낫으로 베어 곧바로 탈곡한 뒤에 건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수확이 너무 지연되면 낟알이 땅에 많이 떨어져 수확량이 심하게 줄어듭니다. 콤바인을 사용할 때는 낟알의 수분 함량이 16% 이하가 될 때 수확하는 것이 좋습니다.
■껍질이 벗겨진 낟알은 10일 정도 건조하고 콤바인의 실린더 회전 속도는 600rpm이 적당합니다. 그 이상이 되면 낟알에 금이 가거나 깨지게 됩니다. 껍질을 벗긴 낟알을 건조시킬 때는 건조기 내 온도가 45℃ 이상이 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루틴이 풍부한 메밀 새싹 재배 방법
새싹기(위)와 모 기르기 상자(아래)를 이용한 메밀 새싹 기르기
■메밀을 일정한 습도와 온도에서 발아시키면 메밀 새싹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메밀뿐만 아니라 메밀 새싹 효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메밀 낟알보다 메밀 새싹에 루틴이 27배 정도 더 많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메밀을 새싹 채소용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밀을 새싹 채소용으로 재배할 때는 낟알용 재배보다 파종을 촘촘히 하는 것이 좋고, 파종 깊이는 2~3cm가 적당합니다. 영양가 높은 양질의 메밀 새싹 생산을 위해서는 토양이 비옥할수록 좋습니다. 비옥하지 않은 토양에서 메밀 새싹을 재배할 때는 콩 복합비료를 재배면적당(10a) 25kg씩 살포해서 초기 생육을 촉진시켜야 합니다. 또한 토양이 마르지 않도록 신경 써서 물을 주어야 합니다.
■메밀 새싹은 꽃봉오리가 맺히기 전 줄기 밑부분이 녹색을 띠고 있을 때 수확해야 합니다. 생육하는 동안의 환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파종 후 15~30일에 수확하면 신선한 새싹 채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메밀을 약초용으로 재배하고자 할 때는 메밀이 싹을 틔운 지 35~45일이 지난 뒤에 루틴이 많이 들어 있는 어린잎과 꽃봉오리를 수확해야 합니다. 그 후로는 루틴 함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루틴 생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시기에 수확해야 합니다.
메밀 새싹 샐러드 재료: 메밀 새싹(한 줌), 적양배추(1장), 오이(¼개), 파프리카(½쪽), 무쌈(6장), 겨자(½큰술), 간장(1큰술), 맛술(½큰술), 매실청(½큰술)
만드는 법 1. 적양배추, 오이, 파프리카를 깨끗이 손질해서 가늘게 채 썬다. 2. 겨자, 간장, 맛술, 매실청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무쌈 위에 메밀 새싹과 손질해놓은 채소들을 가지런히 올린 후 돌돌 말아 그릇에 담고 소스를 뿌려준다.
메밀차 재료: 메밀 낟알(½큰술), 물(1컵)
만드는 법 1. 메밀 낟알을 그늘에서 2~3일 동안 건조시킨다. 2. 냄비에 넣고 10분 정도 약한 불로 볶는다. 3. 찻물이 노랗게 우러날 때까지 10~20분 동안 끓인다.
<글 : 김수정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033-330-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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