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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9일 오후 03:10

날마다좋은날 2016. 7. 9. 15:10

살 빼는 방법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사밧티의 한 왕은 탐욕에 가득차 눈은 물건에 현혹되고, 귀는 소리에 혼란되었으며, 코는 향기에 집착하고, 혀는 다섯 가지 맛에 탐착하였으며, 몸은 실컷 촉감을 향락하였다.

끼니 때마다 진수성찬을 대하고서도 만족할 줄을 몰랐고, 그 가짓수와 분량은 갈수록 늘었지만 왕은 항상 허기증으로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었다.

몸은 자꾸 살이 찌고 불어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몹시 괴로워하였다. 한번 누우면 일어날 줄을 몰랐다. 왕의 몸이 자꾸 불어감에 따라 그의 수레도 자꾸 큰 것으로 바뀌어갔다.



그는 어느 날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체중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세존이시여,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무슨 죄업 때문인지 몸이 저절로 자꾸만 불어나 동작이 몹시 불편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일로 사람들은 살이 찝니다. 첫째는 자주 먹기 때문이고, 둘째는 잠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셋째는 잘난체 거드럭거리기 때문이고, 넷째는 걱정 근심이 없기 때문이며, 다섯째는 일하지 않고 놀기 때문이오. 이 다섯 가지가 사람을 살찌게 하는 것이니, 만약 살을 빼고 싶거든 먼저 먹는 음식을 줄이고, 잠을 덜 자고,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백성들의 일에 대해서 걱정 근심을 하고, 놀지 말고 일을 하시오. 그렇게 하면 그전과 같은 몸매를 지니게 될 것이오.”



부처님은 게송을 읊으셨다.



사람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을 보고 적게 먹을 줄 알면

그로 인해 살찌는 일 없고

소화 잘 되니 목숨 보전하리라.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요리사를 불러 말했다.

“이 게송을 잘 외워두었다가, 내게 음식을 내올 때에는 먼저 이 게송을 들려다오.”

그 후부터 요리사는 음식을 내올 때마다 목청을 돋우어 이 게송을 읊었다. 왕은 이 게송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하루 한 숟갈씩 줄여 차츰 적게 먹었다. 그래서 살이 빠져 그전처럼 되었다.

왕은 기뻐하면서 몸소 걸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드렸다.



부처님은 왕에게 물으셨다.

“수레와 말과 시종은 어디 두고 혼자서 걸어 왔습니까?”

왕은 말했다.

“전날 부처님의 훈계를 듣고 그 가르침대로 행하여 몸이 그전처럼 가벼워졌습니다. 이 일이 기뻐서 수레와 시종을 물리치고 제 발로 걸어왔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육체의 탐욕만 기르면서 복된 일을 생각지 않소. 사람이 죽으면 정신은 떠나고 빈 껍데기인 몸뚱이만 무덤에 버려지는 것이오. 그러므로 지혜있는 사람은 정신을 기르고, 어리석은 사람은 육신을 기릅니다. 만일 그런 줄 알았거든 성인의 교훈대로 나라를 다스리시오.” <법구비유경 광연품(廣衍品)>



경전에는 현명한 군주보다는 어리석은 군주가 많이 등장한다. 세습적인 전제군주 시절이라 현실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경전을 결집한 사람들의 의도적인 배려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군주가 어리석으면 백성들이 입는 피해가 그만큼 클 것이므로 군주의 어리석음을 미리 일깨워주자는 뜻이 개재되었을 법도 하다. 부처님이 말씀한 체중 조절법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에 속한다. 당연한 상식이 부처님의 입을 빌어서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왕이 요리사를 불러 식사 전에 게송을 외우게 하는 묘사는 무슨 코미디의 한 장면같아 우리에게 웃음을 짓게 한다. 어리석으면서도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왕이 요즘의 교활한 통치자들에 비하면 훨씬 인간적이다. 필자에게 만약 무대예술에 대한 소질이 있다면 이런 소재를 가지고 멋진 코미디를 한 편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한 편의 드라마이니까.





출전 : 인연이야기(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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