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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동물 이름 짓는 방법, 범과 이리가 만나면 호랑이?

날마다좋은날 2014. 8. 1. 19:21



 

울창한 숲 사이로 ‘맴맴’ 거리는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면, 진정한 여름임을 실감합니다.  

학창시절, 우렁차게 울리는 매미 소리 덕분에 식곤증을 이겨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많은 분들이 아는 것처럼 매미라는 이름은 매미의 울음소리인 ‘맴맴’에서 유래했어요.

“내가 기억하는 매미 소리는 다른데?”라는 의문을 가지셨다고요?

신기하게도 매미는 종류에 따라 울음소리가 조금씩 달라요.

‘쓰름쓰름’ 우는 매미는 쓰름매미, 매 맞는 개의 비명처럼 깽깽거린다는 깽깽매미도 있습니다.

매미 같은 곤충들은 우는 소리를 본 따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우화에 자주 등장하는 긴 부리의 두루미는 트럼펫 나팔처럼 ‘두루루루 뚜루루루~’라고 울어 ‘두루미’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재미있고도 신기한 동물나라 이야기들이 많으니, 아이들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_^

 

 


1. ‘어원’에 따라 이름 붙이기


 

1) 범과 이리가 만나면 '호랑이'?  

‘호랑이’라는 말에서 한자 호(虎) 하나만으로도 표시할 수 있는데 왜 랑(浪)이 붙었을까요? 랑(浪)은 호랑이와는 다른 ‘이리’를 뜻하는 한자인데 말이죠. 1461년 세조 때 편찬된 <능엄경언해>에서는 호와 랑은 각각 다른 동물을 지칭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범과 이리, 이와 같은 동물을 두루 포함해서 지칭하면서 ‘호랑’이라고 쓰던 것이 점차 굳어져 ‘호랑’ 자체가 ‘범’을 뜻하는 단어로 변화한 것이죠. 여기에 접미사 ‘-이’는 19세기 이후에 붙었는데 이때부터 ‘호랑이’가 범과 이리라는 의미 대신 오늘날 ‘호랑이’와 동일한 의미로 변화했어요. 이처럼 두 유사한 성격을 가진 동물을 일컫는 한자가 여럿 있습니다. 시호(승냥이와 호랑이), 시구(승냥이와 개), 표호(표범과 범), 웅호(곰과 범) 등이 대표적이죠.

 


   [사진: pixabay]
 

 


  

2) 윷놀이와 ‘돼지’는 무슨 관계일까?
돼지를 뜻하는 옛말인 ‘돝(돋)’에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사 ‘-아지’가 붙어서 ‘돝아지’라고 불렀어요. 이것이 도아지, 되야지를 거쳐 지금의 ‘돼지’가 됐습니다. 아직 ‘돝’의 유래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가장 재밌는 설은 윷놀이의 도개걸윷모에서 ‘도’가 돼지를 뜻한다는 점을 듭니다. ‘돝’이 돼지를 뜻하는 한자인 ‘저猪’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저’의 옛말 소리가 ‘도’라는 점에서 ‘돝’이라는 어원이 탄생한 것이지요.  

 



   [사진: pixabay]

 

 


 

3) 고양이의 변천사 ‘고이 괴앙이 고양이’
‘고양이’는 원래 ‘괴’라고 불렸어요. 1713년 남극관이 쓴 <몽예집>이라는 책에는 ‘고려사에 말하기를 방언으로 고양이를 불러 ’고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단지 소리가 조금 빨라져서 합해 한 자로 되었다’라는 기록이 있어요. ‘괴’의 발음이 ‘고이’에 가까웠고 여기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괴앙이가 됐지요.

 



  [사진: pixabay]

 

 

19세기 문헌에서는 ‘괴앙이’가, 19세기 말부터는 '고양이'가 흔히 보였는데요. 어떻게 쓰였는지 볼까요?   

 


 

 

 


 

4) 산 속을 달리는 쥐 

 



   [사진: fotopedia]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동요 기억하시죠?^^  

 어릴 때는 산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귀여운 동물인데 지금은 다람쥐를 자주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람쥐는 ‘다람’과 ‘쥐’로 나뉘는데요. 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생쥐, 박쥐에서의 ‘쥐’를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다람’은 ‘달리기’란 뜻을 가진 명사에요. 결국 ‘다람쥐’는 ‘달리기 쥐’(즉 달리는 쥐)란 뜻인 거죠. 다람쥐의 재빠름을 비유하여 붙인 이름으로 해석됩니다.

 

다음과 같이 ‘날샌’ 동물로 표현한 문헌도 있어요.

 

 

 

 

 


2. ‘울음소리’에 따라 이름 붙이기


 

  

1) ‘지지배배’의 유래가 제비라고?
국어학자 안옥규의 <어원사전>에서 제비는 ‘졉-졉-’ 우는 제비 울음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말해요. ‘졉’이라는 의성어에 명사형 접사 ‘-이’를 붙여 ‘졉이’ 즉 제비로 불렀다는 것입니다. 지방 사투리에는 ‘벼’를 ‘베’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말에서 모음은 ‘여’에서 ‘에’로 변하기 쉽고 같은 원리로 졉이(져비)가 제비로 변했다는 것이죠. 그는 또 제비가 우는 소리를 본뜬 ‘지지배배’라는 의성어도 그 원형은 ‘졉졉비비’이며 제비라는 말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 pixabay]

 

 

2) ‘갗갗’하며 우는 ‘까치’
까치라는 말은 까치가 우는 소리 ‘갗’에서 유래했어요. 15세기 우리말 문헌에는 까치를 ‘가치’라고 쓰고 있는데 까치의 울음 소리를 흉내 낸 ‘갗’에 명사형 접사 ‘-이’가 결합한 것입니다. 즉 까치는 ‘갗갗’이라 우는 새가 되는 거죠. ‘가치’는 나중에 된소리로 변하면서 오늘날 까치가 됩니다.

 

 


3. ‘동물 특성’에 따라 이름 붙이기


 

1) 왜 ‘황’자가 들어가는 동물이 많나요? 

유독 우리 동물 이름 중에는 ‘황’자가 들어가는 것이 많아요. 대개 누렇다는 뜻의 환자 ‘황(黃)’을 붙입니다. 물고기 중에는 황어, 황복, 황새치, 새 중에는 황여새, 황오리, 황조롱이 등이 있어요. 이들은 몸 전체 또는 일부가 노란색인 게 특징이에요.

 

그렇다면 황소도 ‘누런 소’라는 의미일까요?  

놀랍게도 황소의 사전적 의미는 ‘몸집이 큰 수소’를 뜻하고 ‘누렇다’와 전혀 관련이 없어요. 황소의 황은 ‘하다’는 크다의 옛말이라고 하네요. 크게 내쉬는 숨을 뜻하는 ‘한숨’, 차나 사람 많이 다니는 큰길을 뜻하는 ‘한길’ 대전의 옛 이름 ‘한밭’처럼 황소의 황은 바로 크다는 뜻의 ‘한’이 변한 것이지요. ‘한’에서 ‘황’으로 소리가 바뀌었는데요. 지금도 함경도 지방에서는 황새를 한새라고 하며, 한새봉, 한새골처럼 지명에 한새가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pixabay]

 

사실 황소를 ‘누런 소’로만 인식하는 것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어요. 1927년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 우는 곳’이라는 표현처럼 과거에는 검은소, 얼룩소 등 다양한 색과 무늬의 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1920년대 일제가 우리의 소를 누런 소로 통일화하려는 운동 펼친 후 한반도에는 ‘누런 소’들만 남게 된 것이지요. 

 


 

2) 재빠른 몸놀림에서 탄생한 이름 ‘원숭이’
​‘잔나비띠’가 뭘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숭이띠’를 노인들은 ‘잔나비띠’라고 말해요.

왜 어르신들은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했을까요?

 

원숭이를 상징하는 신(申)은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모습을 본 뜬 글자예요. 옛날식 한자에서는 이 신을 ‘납’으로 읽기도 하지요. 여기서 ‘납’은 원숭이 뜻하는 우리 고유어입니다. 1446년 <훈민정음 해례>에 ‘납爲猿’이라는 기록이 최초의 용례예요. 또한 원숭이를 뜻하는 잔나비, 잰나비 등의 방언이 있는데 이는 ‘잔(잰)+납+이’의 구조예요. 재빠르다, 날래다 뜻의 ‘재다에서 유래한 잔(잰)과 납이 결합한 구조니 그 뜻은 ’잰 원숭이‘ 즉 ’날랜 원숭이‘가 됩니다. 나무 이곳저곳을 긴 팔로 옮겨 다니는 원숭이의 특징이 잘 드러나죠?

 

 


   [사진: pixabay]

 


3) 밤눈이 밝은 쥐 VS 밤에 활동하는 쥐
많은 국어학자들은 ‘박쥐’가 ‘밝은 쥐’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말해요. 밝은 쥐라는 말은 밤눈이 밝은 쥐인데, 사실 박쥐는 생김새가 쥐 같고 밤에만 활동하니 그렇게 부를만 하네요. 또 다른 의견에는 ‘밤’과 ‘쥐’가 합쳐진 말이라고도 해요. 밤의 조상말이 ‘받’, ‘발’이며 발쥐에서 밝쥐, 박쥐로 점차 변했다는 것입니다. ‘밤쥐’라는 해석도 밤에 활동하는 박쥐의 생태를 잘 반영했죠?

 



  [사진: pixabay]

 

 


4) 꼬리를 ‘토막’내고 도망가는 ‘도마뱀’
도마뱀은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 꼬리를 자르고 도망 가버립니다. 금방 자른 꼬리는 꿈틀꿈틀 움직이고 이것에 현혹된 포식자는 도마뱀을 놓쳐 버리지요. 16세기 문헌에서 도마뱀은 ‘도마ㅂㆎ얌’으로 나와요. ‘ㅂㆎ얌’은 뱀을 뜻하며 도마는 사물을 잘라낸 토막을 뜻하는 옛말인 ‘도막’에서 비롯한 말이에요. 도막이라는 말은 토막과 거의 같은 의미니, 결국 도마뱀의 의미는 ‘토막뱀’. 아마 꼬리가 토막토막 끊어진 모습을 보고서 이름을 붙였겠네요.

 


   [사진: pixabay]

 

 

 

 

동물원에서 ‘작명위원회’가 열린다?

새롭게 발견되거나 한국에서 처음 소개된 동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붙일까요?

 수의학박사인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님이 친절하게 소개합니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

 

 Q. 새롭게 소개하는 외국 동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붙이나요?

 A. 과거에는 새로운 외국 동물이 한국에 들어오면 해당 동물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름을 붙이기도 힘들었죠. 지금은 많은 외국 동물들에 대한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옛날과 달리 그만큼 정보의 흐름 속도가 빨라진 덕택입니다. 오래 전에는 우리나라 민물고기만 해도 같은 종의 고기를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많이 달랐다고 하거든요.

새로운 동물이 동물원에 올 때 정말 한글 이름이 없는 경우에는 동물원에서 ‘작명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구성해 이름을 짓기도 해요. 또한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에 고치기도 하죠. 예를 들면 ‘큰개미핥기’를 ‘큰개미핥개’로 바꾼 경우입니다. 국어학자 의견에 따라 핥기가 아니라 핥개가 맞다고 해서 따른 것이지요.

 Q. ‘제돌이’처럼 개체별로 따로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나요?

 A. 개체별로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렇다고 모든 동물들에게 개별 이름을 짓는 것은 아니며 아무래도 고릴라, 코끼리, 호랑이 등 주요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 부릅니다. 여기에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그리고 마이크로칩(Microchip, 피부 밑에 주사로 주입)이나 이표 등을 이용해 개체별로 주민번호 같은 ID번호를 부여해서 관리하는 동물도 많습니다.

 

 

​[참고자료 : 국립국어원 월간 <새국어소식> / <내 이름은 왜?>,이주희 지음 /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 인터뷰]  

 








 

 

 

출처 : 정책공감 - 소통하는 정부대표 블로그
글쓴이 : 정책공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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