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종가의 자부심, 도텐펠더 호프(Dottenfelder Hof)
유기농 종가의 자부심, 도텐펠더 호프(Dottenfelder Hof) 글·사진 | 이민호(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독일 도텐펠더 호프는 유럽 프리미엄 유기농 농장의 상징 2011년 11월 차가운 비가 내리는 프랑크푸르트에는 안개가 가득하다. 전철에 오르기 전, 도텐펠더 호프 농장장 라인하르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농장장은 아주 친절하게 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었다. 나는 그의 말대로 오후 2시 약속 시간에 딱 맞추어 농장에 도착했다. 농장 입구에서 라인하르트 씨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성이다 마치 중세 시대의 어느 촌 동네에 와있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농장장과 밝은 미소와 간단한 수인사를 나누고, 초겨울 궂은 날씨에 화초들이 다소곳해진 정원을 끼고 우리는 진짜로 중세에 지어진 농장 건물 2층에 있는 농업학교 교실로 들어갔다. 방학 중이라 텅 빈 그곳에서 나는 간단히 나를 소개하고 도텐펠더 호프에 대해 곧바로 질문을 쏟아냈다. 라인하르트 씨는 이런 인터뷰를 많이 겪은 듯 유쾌하고 진지하게 응대해 주었다.
이곳 슈퍼마켓과 빵집은 세계 최고 품질의 유기농산물을 사고자 하는 프랑크푸르트 시민들로 인해 항상 붐비는 명소다. 농장의 부속 기관으로, 독일 교육부에서 정식으로 인정해 주는 1년 과정의 국제농업학교가 있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생명역동농업을 농장 실습을 통해 배우고 체득한다. 도텐펠더 호프의 유기농 철학 도텐펠더 호프가 오랜 세월 지탱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다섯 가족이 분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사안은 가족 대표들에 의해 의견이 만장일치가 이루어져야만 결정하고 추진한다. 인근에 프랑크푸르트라는 대도시가 있어서 고급 유기농산물의 판매에 어려움이 없다. 도텐펠더 호프에서 발견한 프리미엄 유기농산물
소에게 먹일 사료용 비트 무가 농장 마당 한가득 쌓여 있었다. 소 외양간은 모든 축사가 그렇듯 지저분한 느낌이 들었다. 농장장은 축사도 오래 전부터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지저분함’의 내력을 밝혔다. 특이하게도 소마다 이름이 있고,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소의 생산이력이 관리되는 점이 남달랐다. 소든 돼지나 닭이든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밭으로 나가 풀을 뜯고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갓 태어난 송아지들은 어미 소와 함께 별도의 따뜻한 공간에서 몇 주 동안 지낼 수 있다. 그 후에는 송아지들끼리만 모아놓은 ‘어린이집’에서 생활한다. 농장장과 함께 재래식 붉은 벽돌 화로에서 빵이 구워지는 것을 구경하면서 최근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 섞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독일에서 일어난 유기농 새싹채소 식중독 사건을 계기로 유기농식품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의심하는 소비자가 있다. 도텐펠더 호프에서는 식품 안전성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을까.’ 라인하르트씨의 답변은 간단했다. “자연 상태에서 병원미생물은 공기 중에도 많이 떠다닌다. 공기에도 살균제나 항생제를 뿌려야 우리의 식품이 안전해질까? 유기농이든 일반 농산물이든, 유기농인증이나 GAP 기준을 잘 준수하면 식품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동물복지와 생물다양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가축과 작물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가장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법이다.” 농장의 빵집에서 그의 말대로 ‘가장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생산한, 프리미엄 유기농 체다 치즈 한 조각을 잘라 맛을 보았다.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향과 짭조름하고 부드러운 맛이 딱딱한 치즈 안에 꼭꼭 감춰져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맛의 기원은 농장 마당에 수북이 쌓여 있던 비트 무와 더불어 밭에서 학생과 일꾼들이 손수 키워 잘 말린 알팔파 풀맛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 원 유기농업과에서 농업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국제유기농학술상인 오피아 (OFIA)상의 코디네이터. 한국응용곤충학회 평의원.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유기농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설명> 퀸 14.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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