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농업’ : 집약적 농업과 유기농업 사이의 제3의 길
Emmanuelle Jardonnet
[Agroinfo 주] 프랑스는 최근 환경이나 식품안전성 등을 고려하면서도 유기농업 보다는 덜 엄격한 개념의 ‘합리적 농업 (agriculture raisonnée)’을 제도화하는 법령을 공표한 바 있다. 프랑스는 ‘합리적 농업’을 영위하는 농가에 대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이들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서도 새로운 품질인증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유기농업의 경우와 같이 아직까지는 유럽연합차원에서 공식적인 품질인증제도로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나, 프랑스는 향후 이를 유럽연합 차원에서 제도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L'"agriculture raisonnée" : une troisième voie entre l'intensif et le biologique
르 몽드 (Le Monde, 2002.8.3)
농식품의 소비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농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집약적 농법으로 인해 초래된 농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의 위기와 여전히 낮은 생산성으로 대안적 농업으로서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유기농업의 한계 사이에서 이 ‘합리적 농업’은 차츰 미래의 농법으로서 지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1950년대 이후 프랑스 농업은 도시화, 산업화돼가는 인구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점차 집약적인 농업으로 변해갔다. 보다 높은 생산성을 얻기 위해 농업경영규모는 점차 확대돼 갔으며, 이것은 농업생산성을 해치는 모든 요소들(병충해와 잡초 등)과 투쟁하기 위한 비료와 농약사용의 증대를 의미했다. 이와 같은 농업관행이 과도해지면서 수질오염과 생물다양성의 파괴, 토양침식과 같은 환경문제들이 발생했으며, 특히 질산비료의 과다한 사용은 수질오염을 가중시켜 왔다.
유기농업은 환경을 존중하는 생산양식으로서 생태학적 균형을 유지하고, 토지비옥도를 자연적인 방식으로 재생하는 동시에 동물의 후생을 존중하는 농법이다. 유기농업을 실시하는 농민들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대신에 적절한 윤작체계의 도입, 녹색비료의 사용, 작물보호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유기농 축산농가들은 가축사료의 90% 이상을 유기농 사료를 이용하는 한편, 항생물질 투여회수를 일년에 2회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유기농가들은 이처럼 일반 관행농법 보다도 훨씬 많은 관심과 열정을 작물과 가축에 쏟아 부어야 한다. 여전히 충분한 것은 아니나 프랑스의 유기농업은 1995년과 200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프랑스에는 현재 약 7000여 유기농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 농가의 1%에 불과하다.
‘지속적’ 또는 ‘통합적’이라고도 표현되는 이 ‘합리적 농업’은 각 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경종농업과 축산을 조화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초에 탄생한 이와 같은 ‘합리적 농업’의 개념은 환경보호와 농산물의 품질, 농업생산성의 문제를 조화시키기 위해 탄생한 개념이다. 합리적 농업은 농식품산업의 성장과 농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점증하는 요구 등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의 대안적 해결책으로 비쳐지고 있다.
‘합리적 농업’은 비료와 농약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토지비옥도 문제를 지역 사정에 맞게 해결하고, 자연적 저항성을 갖춘 품종을 선택하거나 기계적인 방법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농법을 채택하고 있다. 축산의 경우에는 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가축들을 기르고, 녹색사료와 농축사료를 균형있게 먹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합리적 농업’은 이처럼 지역의 기후조건이나 자연조건은 물론 재배작물과 사육가축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정밀하고도 지속적인 관찰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합리적 농업은 이처럼 모든 과학적 지식을 통합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합리적 농업은 집약적 농법과 유기농법 간의 타협의 산물이다. 유기농업의 문제는 그것이 생산성이 매우 낮은 농업과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이며, 생산원가가 불가피하게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은 유기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동시에 대안적 농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합리적 농업은 일반농법에 비해 생산비가 3-4% 정도 높은데 그치는데 반해, 유기농업은 30% 정도나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합리적 농업에 대해서도 여전히 약간의 유보적 입장은 존재한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합리적 농업’의 제도적 구속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며, 합리적 농업에 부과되는 의무사항의 절반가량이 단순히 규정에 대한 존중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 ‘합리적 농업’ : 집약적 농업과 유기농업 사이의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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