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일반

흙도 「재-테크」 를 한다

날마다좋은날 2008. 6. 7. 10:27

흙도 「재-테크」 를 한다 03/6/11 Wed 2:55 PM, 조회 : 141  

                                                                   

농경사회이면서도 유교적 선비정신을 숭상하였던 우리 선조들은  돈 즉, 재물을  

중시하지 않았다. 고고한 선비정신과 충효를 으뜸 덕목으로 삼고, 여유가 생기면 풍유와

해학을 즐길 뿐 돈은 중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돈을 손에 대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기도 하였다. 따라서 「사.농.공.상」 의 신분체계를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상인을 가장 낮은 위치에 두기까지 하였다.

세상은 많이도 변하여 오늘날에는 모두가 돈을 위해 사는세상이 되고 말았다.  

“돈”을 위해서는 체면도, 염치도 없을 뿐아니라, 친구와 친척도 없다. 심지어는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보험금의 미끼로 죽이기도 하고, 손가락이나 발목을 계획적으로

자르기도 한다. 돈을 위해 아들이 아비를 죽인 패륜 뉴스가 충격은커녕 화제거리가

되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다.

지위를 축재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못해 “돈방석”자리라며 모두들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돈 방석자리”는 공직자에 한 하지 않고, 사회 모든 구성원이

약육강식의 틀 속에 묶여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오죽하였으면 죄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도 뉘우치기는커녕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의미 깊은

항변을 남기기까지 하겠는가?

재물을 귀중히 하되, 도(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하는 기술이  “재테크”며, 과다한 재물은

재앙의 근원임을 깨우치려면, 인간은 흙의 재-테크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지구촌의

인종들이 무역전쟁의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리니 더욱 절실하다.

흙이 온갖 식물을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식물의 양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므로,

흙 속의 양분은 인간생활의 돈(재물)에 비유 할 수 있다.

흙 속의 불용태양분은 부동산과 같다. 좀처럼 쓸 수는 없지만 양분의 근원이며 언젠가

막다른 골목에서는 쓰여 질 수도 있다. 흙의 골격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는 마치

논밭과 집이 그 가정재산의 기본임과 같다.

치환성양분(置換性養分)들은 유가증권이나 정기예금과 같다. 이들은 호주머니의 현금과

같이 바로 쓸 수는 없지만 필요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듯이, 흙 알 사이의 물 속에 녹아

있는 가용성양분(可溶'性養分)이 떨어지면 곧 바로 녹아 나눌 수 있다. 치환성양분은

확산2중층이라고 하는 두 겹의 층에 각각 나누어져 담겨 있다. 속 층 깊숙이 있는 양분은

유가증권이나 정기예금과 같지만, 바깥 층의 것은 입출금이 자유로운예금통장의

돈과 같아서 필요시 즉시 즉시 찾아 쓸 수 있다.

유가증권을 현금화하려면 기간의 제약이 있고,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가서 창구

아가씨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과 같이, 치환성양분을 가용화 하려면 알맞은

수분(水分)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미생물이라는 아가씨들의 도움을 받아 저금통을

깨트려야 한다. 유기태 양분이 더욱 그러하다.

인간은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허욕이나 낭비를 위하여 정기예금이나 적금을 깨기도

하지만, 흙 속의 양분은 호주머니의 현금인 수용성양분이 일정수준 이하로 없어진

다음이 아니면 치환성 양분은 나오지 않는다. 사치와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있다. 이것이 보비력(保肥力)이며, 그 원천은 점토광물과 부식으로 된

교질(콜로이드)이 담당하고 있다.

흙은 일찍부터 재-테크의 재산 3분법에서 가르치는 부동산(불용양분),

유가증권(치환성양분), 현금(수용성양분)의 분할원칙을 실천하고 있었으며, 어쩌면

인간보다 현명한 원리로 운용하고 있다고 볼 수 도 있다. 부도나 IMF도 없으니 말이다.

토양용액 속의 가급태 양분은 매일 쓰는 호주머니의 용돈과 같이 매일 식물이 흡수한다.

인간이 필요이상의 현금을 지니고 다니면 도둑을 맞듯이 가급태 양분이 너무 많으면

빗물에 씻겨 없어진다. 이를 용탈(溶脫) 또는 유실이라고 한다.

인격이 천박한자가 돈이 많으면 교만해지고 사치와 낭비라는 해악을 끼치듯이,

보비력이 약한 흙이 가용성양분을 너무 많이 지니면 식물을 연약하고 웃자라게 하여

쓰러지거나 병들게 한다. 때로는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의

인격을 기르듯이 농부도 흙의 보비력을 높여 주려고 객토를 하고, 퇴비를 주어

땅심을 돋운다.

늙으막에 얻은 부잣집 늦둥이 도련님을 높은 담장 속에서 예뻐만 하며 금지옥엽으로

키우면 행실이 삐뚤어지듯이 농부의 지나친 욕심으로 과잉의 비료를 주고 흙 속의 과잉

양분이 유실될 수도 없는 폐쇄된 환경이 계속되면 흙은 어쩔 수 없이 염류집적이라는

병을 일으켜 농작물을 기를 수 없게되고 만다. 요즘 우리 주위의 비닐하우스 연작지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염류과잉이라는 현금과다 상태가 장기화되면 염류토나 알카리토양이 된다.

이는 수용성양분이 치환성양분으로  과다하게 역류되어 성질을 버린 흙이며, 비가 귀한

사막기후대에서나 볼 수 있는 흙이다. 인간도 지나친 재물이나 부정한 재물을 탐하면

알카리 흙과 같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해적이나 마적단과 같다. 어쩌면 교정불능한

사형수와도 같다.

 위 글은  농업과학기술원에 근무 하시는 정연태님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