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시신문 주최 ‘2005년 국가직 9급 합격수기 현상공모’ 수상작 - 우수상
허대철 - 일반행정, 서울·경기·인천 합격 홍익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들어가며
04년 4월말 1년여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나름대로 대기업이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에 30대 중후반, 20대 후반에까지 그 구조조정의 여파가 있는 것을 보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04년 5월부터 먼저 공부를 시작한 후배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단과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유명강사들이었지요. 7급에 맘이 있었기에 교재도 수업도 모두 7급용으로 선택했습니다.
5개월간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그때가 정말정말 중요하다고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시 수업은 보통 밤 10시가 넘어서 끝났는데 노량진에서 차가 늦게까지 있었던지라 독서실이 문 닫는 12시까지 복습을 하고 갔습니다. 예습도 중요하지만 복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시간여의 수업을 1시간 30분 정도면 거의 완벽하게 훑어볼 수 있었으니까요.
10월말 서울시 하반기 시험이 있었습니다. 10월초에 모 학원 모의고사를 쳤는데 평균 60점의 저조한 성적이 나왔습니다. 포기할 만도 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닥쳐있는 기회를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촉박했기 때문인지 공부능률은 상당했습니다.
가산점 3점이 있었음에도 결과는 2.5점차 낙방.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차있던 저는 사실 붙을 줄 알았답니다. 떨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집에서 캔맥주 한 캔으로 슬픔을 달랬습니다.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다음날 바로 독서실을 끊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주소지, 본적지가 모두 서울이었던 저는 시험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다음 시험이 4월 국가직이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에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근거 없던 자신감에도 근거가 생기기 시작한거죠. 드디어 결전의 그날, 시험을 치르면서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먼저 합격한 후배에게 얘기했더니 합격할 때가 되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과목별 공부방법
과목별 공부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려드릴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말씀드린다면 일반론적인 것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1) 복습은 수업을 들은 직후에 하시라는 겁니다. 저도 당일 못하고 다음날 오전에 복습해 본적도 많은데, 확실히 틀립니다. 하룻밤이지만 잊어버리게 되는 것도 정말 많구요. 복습만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하는 5~6회독만큼의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제 주관적인 경험이지만요.
2) 진도에 너무 얽매이시지 말라는 겁니다. 일부 분들은 동강을 들으시면서 하루에 4~5강까지 들으신다고 하는데, 실강에서 하는 정도로만 하는 게 딱 좋은 것 같습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으니 교수님들께서 그렇게 정하셨을 거니까요. 그리고 너무 많은 분량을 들으면 복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전업수험생일 경우, 종합반은 비추천입니다.
3) 학원강의에 너무 의존하지 마십시오. 물론 학원강의를 들으면 귀에 들어오고 시간은 가니까 공부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공부가 아닙니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겁니다. 안 듣는 것보다 한번쯤은 듣는 것이 훨씬 좋지만, 동일한 강의 두 번 이상은 비추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강은 강하게 추천입니다.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지요.
4) 진도가 좀 늦더라도 빠짐없는 정독을 추천합니다. 이른바 장수생들의 경우, ‘이건 아는 건데…’ 하고 스킵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상당할 겁니다. 그리고 문제에서 정작 틀리는 것도 스킵하고 넘어간 바로 그 부분이 많을 거구요. 전 5회독 정도할 때까지, 볼 때마다 그 전에 못 봤던 부분이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아마도 간과했던 부분이었겠지요. 참, 그리고 회독 수에도 연연해하지 마시구요. 대충대충 3번보다는 제대로 1번이 더 낫습니다.
5) 전략과목을 적어도 2과목은 만드십시오. 전 영어가 상당히 약해서 암기 3과목을 모두 전략과목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6) 카페에 있는 과목별 Q&A를 많이 이용하십시오. 법령 등이 어떻게 개정되었는지는 물론 여기저기를 훑어보면 잊었던 부분도 많이 상기되고 아주 좋습니다. 의문 나는 부분을 물어봐도 대부분 만족할만한 답을 기대할 수 있구요.
이외에, 가산점은 필수며 교재선택에 있어서는 정말 신중하셔야 하고, 선택한 교재에 대해서는 100% 신뢰하셔야 합니다. 나름의 암기공식을 만드실 때는 꼭 나중에 기억할 수 있는 분량만 만드시고요, 공부할 때는 가능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피해야 하구요. 서로의 입장을 잘 아는, 같은 수험생은 특히나요. 근거 없는 자신감일지언정 항상 나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성친구가 있으신 분들은 깨지지 마시고, 없으신 분들은 만들지 마시고요. 핸드폰은 가능한 정지시키는 게 낫구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합격수기를 전적으로 믿지 마시라는 겁니다. 제가 위에서 적은 내용들도 아니다 싶으면 버리시고, 맞다 싶으면 취하시구요. 각자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법이 있고 그걸 알아가는 것은 자기의 몫이니까요. 단순히 ‘아, 얘는 이렇게 했구나…’ 하고 참고만 하십시오. 저도 다른 합격수기 읽고 저렇게 생각했습니다.
제 1년 정도의 수험생활 중 하루 평균 공부시간은 8시간 정도였습니다. 하루 14, 5 시간씩 공부하고 병 나는 것보다는 그냥 꾸준히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영어단어는 노량진을 오갈 때 지하철에서 봤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이 더 창피하기는 하지만, 지하철에서 단어장을 보고 있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MP3에 제 육성의 어설픈 발음으로 단어들을 녹음해 들으면서 다녔습니다. 저처럼 작은 마음을 가지신 분들께만 추천합니다.
맺음말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공무원 시험은 거꾸로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격이죠.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여전히 그 자리지만 빠르게 뛰어 올라가면 어느 순간 목표로 한 점에 도달하게 되죠.
똑같은 거리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느냐, 빠르게 뛰어 올라가느냐는 여러분들의 선택이구요. 지금 달리십시오. 그러면 목표로 한 점은 어느새 여러분 발밑에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