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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부모입니다.

날마다좋은날 2015. 7. 14. 09:34

Q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부모입니다. 아이가 유난히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어른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제 눈에 너무나 빤히 보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칭찬도 많이 해주고, 또 아이가 주눅들 만큼 혼낸 적도 없는데 아이가 왜 이런 태도를 보일까요?


A주변사람들, 특히 부모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아이는 부모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억압하게 되고, 욕구 불만족에 따른 부적응 현상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눈치 보는 아이가 어릴 때는 ‘남을 배려하는 사려 깊은 아이’처럼 비쳐서, 눈치 보는 행동이 별다른 문제 없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자주 살피는 것을 보고 아이에게 “너는 왜 자꾸 눈치를 보니?”, “네 생각을 말해봐”라며 핀잔을 주기 쉽습니다.

한편으로는 ‘쟤는 원래 저런 아이야’라고 낙인 찍고 아이의 순종적인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눈치 보는 행동으로 얻었던 칭찬이나 보상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또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 부모는 흔히 “아이가 달라졌어요”, “갑자기 고집이 세졌어요”, “예전에는 의젓했는데 아기 같아졌어요”라며 걱정을 합니다.

눈치 보는 아이들 중에는 성장하면서 겉으로는 위축되어 보이나 내면에는 적개심이 누적되어 은근히 말을 안 듣고, 수동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성장하면서 점차 자신감을 되찾지만, 적지 않은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무의식 속에서 매순간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장애 등의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도 모르게 매순간 눈치 속에 갇혀 사느라 피곤함을 많이 느끼고, 신체 에너지의 균형이 깨져 나이를 먹을수록 질환에 걸리기 쉬워집니다.


아이가 왜 눈치를 볼까요?
일반적으로 아이가 어른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부모가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를 보이거나, 아이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을 느낄 때입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
아이들은 부모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보통 부모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매사에 눈치를 살피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도 부모와의 관계 패턴이 똑같은 양상으로 나타나서 눈치 보는 행동을 하게 되고, 아이의 사소한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의 평가방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타인을 평가할 때도 부모와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 같은 태도는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때 정서적 안정을 느낍니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혼란에 빠져 불안한 마음으로 부모의 눈치를 살핍니다. 

자신감 없는 아이
아이들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두루 거치면서 자아상을 만들어 갑니다. 이때 긍정적인 자아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려움이나 실패에 부딪혔을 때 자신감을 갖고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자신이 잘할 때에만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불안해 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눈치 보지 않게 하려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에게 ‘왜 남의 눈치를 보느냐’, ‘왜 네 생각을 똑똑하게 표현하지 못하냐’고 다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의 태도를 나무라면 아이는 더욱 주눅 들게 됩니다.

아이가 눈치 보지 않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게 하려면 먼저 아이에게 허용적인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어떤 실수를 한 경우에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부모 스스로 이를 인정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이가 잘했을 때는 칭찬을, 실수했을 때는 격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자신감이 없으면 부모가 아이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은지, 부모가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게 행동하지는 않는지,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지나친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지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의 태도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부모의 태도를 먼저 살펴보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보세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범위를 가능한 한 넓혀주되 발생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잘 알려주고, 또한 시도한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미리 세심하게 배려해 아이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칭찬할 거리를 찾아내 격려해주고, 서투른 점에 대해서는 질책하기보다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면서 다시 해보도록 격려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이처럼 집안일을 하면서 실수하고 격려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와 주변사람들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인정, 격려를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감 있고 능동적이며, 실수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태도를 갖는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글·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