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스크랩] 유기농철학자 필요

날마다좋은날 2014. 9. 23. 16:00


몇 주 전, 친환경농업의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번 주에는 친환경농업 신뢰 회복 방안 두 번째로 ‘유기농 철학자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유기농업 정의 무농약이 아니네

코덱스(CODEX)의 유기농업의 정의를 살펴보면, 유기농업이란 농업 생태계의 건강, 생물의 다양성, 생물의 원활한 순환 및 토양내의 생물학적 활동을 촉진시키거나 증진시키기 위한 하나의 총체적 생산관리 체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되도록 외부 투입자재의 사용에 의존하지 않고, 그 지역 농업의 생산관리 체제를 고려해 실행할 수 있는 관리방법을 실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화학비료나, 농약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유전자 조작 종자의 활용도 되도록 하지 않는 방향으로 유기농업은 발전해 왔다. 단순히 농약, 화학비료, GM종자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유기농업이 아니라, 농업 생태계를 과거의 농법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유기농업인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되고, 생물의 원활한 순환, 토양내의 생물학적 활동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3無농업이 유기농으로 둔갑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기농업 그러니까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업인도,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도, 이를 관리 감독하는 공직자도 유기농업은 3無(농약, 화학비료, GM종자의 미사용)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들은 농약이 안 들어가 몸에 좋다며 소비하고, 어떤 소비자단체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과 관행농산물이 영양성분이 똑같다며 비싸기만 한 유기농산물 대신 관행농산물을 소비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농업에 참여하는 농업인에 대한 직불금을 대규모로 지급하고, 관행농산물 보다 조금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종자는 물론이고, 비료조차 농장에서 조제하지 않고, 모두 외부에서 매입한 농자재를 활용해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다 이야기하는 함량 미달의 친환경농사꾼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얄팍한 기초 친환경농업 철학 결국 무너져

이러한 뿌리가 허약한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와 농업인, 공직자의 인식은 함량 미달의 친환경농산물로 이어져 여기저기 하자가 발생했고,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친환경급식센터로 납품된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된 사실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친환경농산물에서 계속 클레임이 발생하자 지난해와 올해 정부 친환경농업 실태조사를 통해 대규모 인증취소, 인증기관에 대한 법적조치 등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환경농업인증 주무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친환경농업인의 숫자와 인증면적의 감소를 친환경농업의 내실화로 규정하기도 했다.

유기농기술자 아닌 철학자 필요

지금까지 정부는 농업인과 소비자가 잘 이해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으로 친환경농업의 농업 생태계와 생물다양성과 같은 가치가 아닌 단순히 3無 실현에만 초점을 맞춰 홍보해 왔다. 소비자에게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몸에 좋고, 생산자에게는 직불금을 받을 수 있고, 조금 더 비싸게 팔수 있다는 이 정도의 얄팍한 지식만을 홍보함으로써 친환경농업의 실제 가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몸에 조금 더 좋은 농산물 정도로 그 가치를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유기농과 관행농산물의 영양학적 가치를 동일하다와 같은 천박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고, 기준치 이하의 미미한 농약성분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클레임을 걸고 농업인을 범죄자 취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주도하는 유기농업정책은 유기농업의 철학은 잊고,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술자만을 양산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현재의 인증시스템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친환경농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인증기술이 아닌 친환경농업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친환경농업에 투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단순히 몸에 좋은 농산물이 아닌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농축유통신문 김재민 기자

출처 : 한국유기농업기사협회(귀농,친환경농업)
글쓴이 : 윤기호(좋은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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