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온실가스 감축 화합물을 소가 매일 먹는 사료에 넣어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려 연구 중이다. |
캐런 보쉬맨은 캐나다 앨버타에 있는 ‘캐나다 농업·농식품부(AAFC)’의 실험실에서 소 사료를 연구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따분하겠다고? 천만의 말씀. 보쉬맨은 네덜란드 생명과학 대기업 DSM의 용역을 받아 수백만 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제적인 과학자 특별위원회 소속이다. 기후재해 방지 노력 중 세계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일지도 모른다.
연구는 전적으로 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이 좋아하는 이 우유 공급원은 반추동물이라는 동물군에 속한다. 양과 염소 등 다른 가축도 여기에 포함된다. 반추동물은 세계 기후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이 가축들이 트림과 방귀를 통해 수천t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그리고 그 트림이 사실상 동물 메탄 생산의 95% 안팎을 차지한다).
모든 반추동물의 소화관 내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섬유소의 소화를 돕는 미생물들이다. 섬유소는 녹색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성분이다. 이는 반추동물에게는 커다란 혜택이다. 땅 위에 나는 거의 모든 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능력을 이들에게 부여한다. 이들 미생물이 없으면 소는 풀을 소화하지 못한다. 문제는 미생물이 섬유소를 소화할 때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숙주동물은 그것을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모든 반추동물이 메탄가스를 배출하지만 그 양면에선 소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 한 마리가 자가용 차만큼이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덴마크의 라스무스 헬베이 페터슨 기후·에너지·건설 장관이 말했다. 동물 거름도 온실가스 배출에 한몫한다. 소 사육용 방목공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삼림벌채도 마찬가지다. “농업 및 관련 토지의 용도변경 활동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0~24%를 차지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프란체스코 투비엘로가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에 이어 2위다.”
한동안 싱크탱크와 환경단체들이 ‘금육하는 월요일(Meatless Mondays)’을 장려해 왔다. 우리가 쇠고기를 적게 먹고 그에 따라 소의 사육 두수가 줄면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한다는 생각이다. 각국 정부는 거름 저장에 관한 규칙을 강화했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쇠고기와 유제품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인구가 증가세에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선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서구식 식습관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1980~2005년 개발도상국의 1인당 우유소비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육류 소비는 3배를 웃돌았다. 13억51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에선 2010년 평균적인 중국인의 한해 쇠고기 소비량이 대략 4kg에 달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그 비율이 5.4kg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국가 특히 미국에선 유권자들에게 우유와 쇠고기 소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건 비웃음을 살 뿐 아니라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걸 모르는 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에서 가축의 장내 가스만큼 논의되지 않거나 또는 그만큼 흥미로운 분야는 없다.
FAO 통계에 따르면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 안팎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비교해 보자. 휘발유를 많이 잡아먹는 자동차에 우리가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FAO의 운송수단에 대한 추산은 다르다(승용차뿐 아니라 버스·비행기·배 등까지 포함).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4%, 다시 말해 소 장내가스의 3배 안팎에 불과하다.
이 모두가 보쉬맨을 비롯해 DSM의 후원을 받는 AAFC의 동료 과학자들이 온실가스 감축 화합물을 연구하는 까닭이다. 그 화합물을 소가 매일 먹는 사료에 넣어 먹이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이 소 사료를 바꾸려 모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 기업 발로렉스가 아마씨와 알팔파 위주의 메뉴를 개발했다. 메탄 가스 배출을 5분의 1가량 줄인다고 한다. 곡물이나 대두를 더 많이 먹여도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낙농학 저널’ 기사에 따르면 그런 식단 변화로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비율은 최대 15%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존의 풀과 건초 대신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동물복지 단체 ‘세계가축복지협회(Compassion in World Farming)’ 카를로스 곤잘레스 피셔의 지적이다.
“소들이 사료를 식량으로 변환하는 과정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소는 100㎈를 먹으면 불과 40을 우유로, 그리고 3을 쇠고기로 내놓는다”고 그가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곡물사료를 재배하는 데 추가로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스 배출이 더 많아지게 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DSM이 주목 받는다. 과거 국영 탄광회사였다가 세계적인 소재 및 생명과학 복합기업으로 아주 엉뚱한 변신을 이뤄낸 회사다. 5개 대륙에서 사업활동을 하며 연간 91억 유로(12조612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다수의 과학자를 직접 고용해 보쉬맨처럼 DSM의 후원을 받는 학자들과 함께 소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도록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연구팀은 현재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일수 있는 분말을 확보했다. “동물의 생물학적 메카니즘에 개입한다”고 보쉬맨이 말했다. “동물 위장 속에 있는 미생물들의 작용을 중단시킨다.” “실험에서 메탄가스를 최대 60%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DSM의 소-메탄 감축 노력을 이끄는 생화학자 페트라 시믹이 말했다. “ 우리의 화합물이 기대했던 역할을 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냈다. 지금은 그것을 소 사료에 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 연구 중이다.”
사료의 안전성도 테스트하는 중이다. 가축에 전적으로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으면 거의 어떤 농민이라도 그 첨가제 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은 그 우유와 쇠고기의 맛이 일반 제품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만들려 애쓰고 있다.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전혀 팔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