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천배를 하는가◆
오체투지란
머리와 두 팔과 두 다리를 완전히 땅에 붙이는
불교최고의 정중한 예배법이다.
불교도들이 예배를 할 때 이렇게 온몸으로
자기를 낮추는 오체투지 예배를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부처님과 스승에 대한 최고의 존경과 귀의의 표시로서다.
경전에는 제자들이 부처님에 대한 귀의를 표명하기 위해
오체투지를 했다는 기록이 자주 보인다.
둘째는 허물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참회의 방법으로서다.
율장의 갈마법은 잘못을 범한 사람은
대중에게 허물을 고하고 참회의 예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체투지 예배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태국이나 미얀마 같은 남방불교권의 불교도들은
무릎을 꿇고 세 번 머리를 조아린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북방불교권에서는
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짚은 뒤 머리를 땅에 대는
예배를 반복한다.
이에 비해 티베트에서는 오체를 완전히 땅에 붙이는
전신예배 방식으로 한다.
특히 성지순례에 나설 때는 삼보일배 또는 일보일배를 하는데,
손과 발을 길게 뻗어 전신을 땅에 대고 예배를 한 뒤
손끝 지점에서 다시 예배를 한다.
이런 방법으로 성지를 찾아가다 보면
예배횟수는 거의 헤아릴 수가 없다.
예로부터 불자들이 경전을 읽거나 성지를 찾아갈 때는
이렇게 간절한 귀의심과 지극한 정성을 다했다.
천축으로 간 구법승들은 불탑 앞에서
온몸으로 땅을 덮으며 지극한 예배를 올렸으며(서역구법고승전)
고려 때 일여스님은
일자일배(一字一拜)로〈법화경〉을 사경했다.
(법화영험전) 또 청말의 고승 허운화상은
중국 보타산에서 오대산까지 삼보일배의 배행(拜行)을 하여
3년만에 회향을 했다.(참선요지)
수행자라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근래 우리 나라 계단에서 행자를 득도시키기 전에 하는
삼보일배는 이런 기록들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삼보일배는 아니지만 불자들에게 절을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분은 수년 전 입적한 성철스님이다.
스님은 친견을 청하는 불자가 있으면 3천배를 해야 허락했다.
달마를 찾아간 혜가가 눈 속에서 단비구법(斷臂求法)하던
정신이 있어야 설법을 들을 자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구도행으로서의 예배가 요즘 들어
약간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느낌이다.
불자들 사이에서는 절을 많이 하는 행위 자체가
대단한 수행인양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절을 잘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책자가 나오는가 하면,
3천배 참회가 수련회의 단골프로그램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3천배 경험여부가 신심이나 근기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향마저 있다.
그러나 한번을 하더라도 지극한 마음을 다하는 것이 아닌
무늬만 예배, 극기훈련처럼 하는 예배에
어떤 수행의 공덕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찍이 부처님은 장아함 〈나형범지경〉에서
‘삼독을 버리지 못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고행을 해봐야
아무런 공덕이 없다’고 가르쳤다.
간절한 귀의나 진실한 참회의 마음 없이
예배의 숫자만 채우는 것은 결코 참다운 수행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잡아함 〈손타리경〉에서는
어떤 외도가 갠지스강에 들어가 목욕을 하면 죄가 없어진다고 하자
‘그렇다면 물에 사는 고기는 가장 깨끗한 중생이란 말이냐’고
되물으면서 어리석음을 힐난하기도 했다.
이 말씀을 1천배나 3천배를 자랑삼는 사람들에게
바꾸어 적용하면 이렇게 된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한다고 수행이 된다면
방아개비가 가장 빨리 성불할 것이다.’
귀의와 참회를 위해 하는 예배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지적코자 하는 것은 숫자에 집착해서
방아개비처럼 하는 예배는 3천만배를 하더라도
불교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간절한 귀의와 진실한 참회의 마음을 표현하는 예배가 아니면
쓸데없는 고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왜 3천배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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