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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작성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 (1)

날마다좋은날 2009. 7. 28. 18:35

논문 작성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 (1) [싸이컴 공동] 이공계, 표현의 날개를 달아라 (15) 2009년 07월 28일(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특히 현대인들은 문자로 소통한다. 현대인들은 이제 대화나 통화 대신 핸드폰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로 이야기하고, 서류철을 직접 들고 가 결재를 받는 대신 전자 결재 시스템을 통해 보고한다.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는데, 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전공자들의 경우, 글을 써 본 경험도 적고,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낮아 현대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획에서는 이공계 전공자들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파악하고, 이들이 좀더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註]

“학교 다니긴 어때? 힘들지 않아?”
커피 브레이크 시간, 표현정이 물었다.

“회사랑 같이 다니려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학교 다니니 재밌어.”
“그래 잘 해봐. 보통 귀찮아서라도 안 하려고 할 텐데 이것저것 열심히 하려고 하니 대단하다.”

“대단하긴, 뭘. 아 참. 나 이번에 저널에 페이퍼 하나 프로포잘 냈어.”
“그래? 학교 다닌지 몇 달 안 되었는데, 벌써 데이터 모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지난번 연구소에서 프로젝트 하던 거 하나가 중단된 게 있었거든. 회사에서야 제품 개발하고 크게 상관없는 프로젝트니까 중단시켰던 건데, 학교에서는 나름 논문거리가 될 것 같아서 추가 실험 몇 개 더 해서 보내려고.”
“그거 잘 됐네. 페이퍼 나오면 다 네 실적에 추가되는 거니까. 잘 해 봐.”

“잘 하긴, 에디터한테 리젝트나 안 당했으면 좋겠다.”
“리젝트는 무슨, 너 실력 있잖아. 기다려 봐, 곧 억셉트 되었으니 프루프 리딩(proof reading)이나 한 번 하라고 연락 올 거야.”

문득 전이공이 물었다.

“근데 말야, 지금 막 떠올랐는데,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을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글쎄... 아무래도 그냥 이해하긴 힘드려나?”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전공용어로만 배웠더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음.. 일단 저널(journal)은 학술지로 말하면 되고, 페이퍼(paper)는 그냥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종이나 신문쯤으로 알 테니, 논문이라고 해야 하겠지. 프로포잘(proposal)은 연구계획서인데, 여기서는 연구계획서뿐 아니라 논문 심사 낼 때도 그냥 ‘프로포잘 낸다’고 하니, 구별해서 써줘야 할 거 같애. 그리고 리젝트(reject)는 ‘논문 게재 거부’일 테고, 억셉트(accept)는 ‘논문 게제 허가’가 되겠지. 마지막으로 프루프 리딩(proof reading)은 우리 말로는 ‘퇴고’ 정도 되지 않을까?”

“헉, 그게 더 어려운 거 같애.”
“어렵긴, 모두 일반적으로 쓰는 단어인데, 어렵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그런 말들을 잘 안 써봤기 때문일 거야.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쓰는 용어들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 테고. 결국 효과적인 표현이란 상대의 언어와 나의 언어를 잘 알고, 가능하면 상대에게 맞춘 표현 아닐까 싶어.”

표현의 포인트는 익숙함

표현정과의 대화 다음날, 다시 학교 연구실로 출근한 이공에게는 계속 그 말이 맴돌았다.

"그래, 결국 문제는 ‘익숙함’이었던 것 같애. 내게 익숙하지 않은 말은 일반적인 단어라도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고, 익숙한 단어는 어렵더라도 쉽게 이해되는 것처럼. 표현의 포인트는 거기에 있었던 거 같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머리 속이 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석사 때 논문 처음 쓸 때는 참 막막했었지. 논문의 형식이나 용어들이 너무나도 낯설어서 말야. 그냥 대충 내 맘대로 썼다가 선배들한테 한 소리씩 들었고. 처음 논문이랍시고 몇 날 며칠을 낑낑대며 만들어서 교수님께 자랑스레 내밀었을 때, 교수님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 황당해 하시던 표정이라니. 흐흐’

결국 그날, 교수는 전이공과 같이 실험했던 박사과정 선배를 불러서 야단을 쳤다는 후문이 있었다. 후배가 혼자서 낑낑대며 만들 때 옆에서 도와주지 않고 방관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화가 난 선배가 며칠간 쥐잡듯 이공을 잡았지만, 별다른 도움은 되지 못했다.

그 선배 역시 그렇게 선배들이 논문을 쓸 때 어깨 너머로 배우거나 기존의 논문들을 흉내내어 쓰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논문 쓰기에 익숙해졌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따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공에게 이를 전달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공은 그래서 이번에 논문을 쓸 때에는 아예 처음부터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까지 정리해가며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하면 논문을 쓰는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처음 논문에 도전하는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아무리 쉬운 단어라도 평소에 익숙하지 않으면 낯선 느낌이 든다. 글을 처음 쓸 때의 낯설음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림:Rei) 

먼저 이공은 논문의 개요를 훑어 보았다.

보통의 논문은 제목(Title)-초록(Abstract)-도입부(Introduction)-연구방법(Method)-실험 및 결과(Result)-결론(Conclusion)-참고문헌(Reference) 등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제목에서는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함축하여야 하고, 초록에서는 연구 전체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어야 한다.

논문의 전체 구성

즉, 초록은 연구 주제의 목적과 결과, 알아낸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연구 전체를 개괄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도입부에서는 이 연구를 수행하게 된 이유와 목적, 연구의 동기와 필요성, 이 연구가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실시된 선행연구들을 소개하여 연구 결과를 이해하기 전 알아야 할 사전 지식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방법에는 연구에 사용된 도구들과 연구가 시행된 시간 및 장소, 연구 방식과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여기에 적힌 방법만으로 실험하면 누구든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실험과 결과에서는 실험에서 연구의 가설을 설명하기 위해 시행했던 시험들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결과들을 보여주어야 하며, 각 실험들은 사진이나 그래프, 표 등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는 실험을 결과들을 통해 맨 처음 제시했던 연구의 필요성이 증명되었음을 밝힌다. 단, 모든 연구가 가설대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설과 어긋났다면 이를 그대로 밝히고 어긋난 이유를 살펴서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본 연구의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로 연구되어야 할 사항들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참고문헌을 달아, 본인의 연구가 기존의 이론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음을 알리고, 타인의 연구결과를 함부로 도용하지 않는다는 윤리의식을 포함시켜야 한다.

1) 제목 잡기

➀ 제목은 새롭게
- 일반적인 글은 제목에서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문의 경우, 제목은 베일에 싸인 얼굴이 아니라 드러난 맨얼굴이다. 얼굴은 사람을 구별하는 주요한 요소이듯, 제목 역시 논문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논문을 읽을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이 연구를 통해 새로이 발견된 사실을 제목에 넣어주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 연구가 종결된 뒤에야 제목으로 쓸 사실들이 발견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가설에 바탕하여 가제를 정한 뒤, 나중에 고치는 것도 방법이다.

- 예를 들어, ‘홍삼 성분이 피부 세포의 사멸에 미치는 연구’라는 제목보다는 ‘홍삼에서 추출한 X성분의 효능-피부세포의 노화 억제’ 등으로 다는 것이 좋다.

➁ 제목은 간결하게
- 쓸데없는 장신구만 주렁주렁 달았다고 예뻐지진 않는다. 제목이 너무 길면 뚜렷한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므로 제목은 가능하면 함축적이고 간단하게 다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제목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 말 것.

- 예를 들어, ‘인도의 수마트라에서 서로 다른 깊이의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반도까지 유입될 때 계절별ㆍ지역별ㆍ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나타나는 영향’보다는, ‘해저지진의 진원지 깊이에 따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라고 간결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2) 서두 쓰기

➀ 문제와 필요성을 제기한다.
순서상으로는 제목 다음에 초록이 와야 하지만, 초록은 그 특성상 가장 마지막에 쓰여져야 하므로, 서두부터 시작한다. 서두에서 가장 먼저 써야 할 것은 자신의 연구의 정당성을 밝히는 일이다. 자신의 연구가 왜 필요한지를 읽는 이에게 설득시키는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연구를 했다고 하더라도 연구의 방향성이 명확치 못하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마추어의 호기심 탐색은 될 수 있어도 논문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두에서는 자신이 왜 이 연구를 시작했는지, 어떤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 등을 서술해야 한다.

➁ 선행연구들을 정리한다.
아무리 중요하고 필요한 연구라 할지라도 과거에 동일한 연구가 행해졌다면 이를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선행연구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 분야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필요한 분야임을 다시금 각인시킴과 동시에, 자신의 연구는 선행연구와 차별성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➂ 가설과 실험의 순서를 밝힌다.
이렇게 연구의 필요성과 독창성을 제시한 뒤에는, 앞으로 자신이 어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순서대로 어떤 실험을 할 것이고, 어떤 조사를 할 것이며, 어떤 연구를 할 것인지를 제시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에 나올 본문의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