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세상의 중심에서 통합을 외치다
아메리카 인디언이 곰을 잡는 방법은 특이하다. 인디언은 곰을 잡기 위해 커다란 돌덩이에 꿀을 바른 후, 그것을 밧줄로 묶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 얼마 후 이를 발견한 곰은 꿀을 먹기 위해 돌덩이를 잡으려고 하는데, 이때 곰의 힘으로 인해 돌덩이는 진자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밀려갔던 돌덩이가 뒤로 돌아오면서 곰을 내려친다. 갑작스런 공격에 단단히 화가 난 곰은 점점 더 세게 돌덩이를 치지만, 그럴 수록 돌덩이는 더 큰 반동으로 곰에게 상처를 입힌다. 돌덩이와 씨름하다 지치고 상처입은 곰은 곧 죽게 된다. 이렇게 지혜로운 인디언들은 단지 돌덩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안전하게 곰을 잡는다.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은 곰과 같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인종들의 집합소로 인종 간 갈등으로 인해 발생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미국의 화약고'라고도 불리우는 인종문제는 미국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겪고 있고 또 미래에 겪게될 과제중 하나다. 점점 더 커지는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흑인들과 소수민족들에게 좌절과 분노의 불씨를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미국도, 보수적인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흑인을 위한, 백인을 위한 , 히스패닉을 위한 아시아인을 위한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입니다.
2004년 7월 2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기조연설을 남긴 오바마는 미국 대선의 태풍으로 눈으로 떠올랐다. 극심한 경기불황과 인종 갈등, 소득 격차 등의 문제로 갈등하고 분열, 대립하는 미국인들에게 '모두 같은 하나의 국민일뿐'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 4일, 마침내 그는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다. 지금은 전 세계인이 그의 이름에 열광하지만, 2000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만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言)에 미래를 담아라
말 잘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압축하여 반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청중은 선택적 지각을 한다.
화자가 전하는 메시지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오바마는 미국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능력을 입증하고, 청중에게는 변화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집권당인 공화당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단 두 단어로 압축해 보여준 것이다. 이런 것을 '의제설정'이라고 한다.
특히 정치인에게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의제를 미리 선점하고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제설정에는 프레이밍 이론이 적용되는데, 미디어가 보도한 의제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되며 나아가 그와 유사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점된 이슈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바마는 변화와 통합이라는 두 가지 의제를 설정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국제 분쟁에 개입하는 경찰국가에서 경제위기 국가로 전락햇다. 계속되는 인종 갈등과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미국의 자존심은 구겨진 지 오래되었다. 오바마는 그런 국민적 아픔과 고민을 이해하고 변화를 통한 통합이라는 의제를 선포한 것이다. 특히 오바마의 삶 자체가 '통합'이라는 키워드라 할 수 있어 그의 메세지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 미국을 넘어 세계인의 통합을 위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2008년 7월24일, 베를린 승전 탑에서 행한 그의 연설을 살펴보자.
"독일인들은 동서를 가로막고 자유와 독재, 공포와 희망으로 갈라놓았던 장벽을 무너트렸습니다. 이로써 민주주의 문이 열리고 시장도 열렸습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새로운 희망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가까워진 지구촌은 새로운 위험도 함께 동반했습니다.
이제 지구촌 이웃 간의 동반자 관계로서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길입니다. 공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삶의 조건을 진보시킬 유일한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위험과 도전은 위를 갈라놓는 새로운 장벽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부국과 빈국 사이, 토착민과 이주민 사이,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및 유대교도 사이의 그러한 장벽들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중략)
베를린 시민들이여, 세계인들이여, 지금이야말로 행동해야할 시간입니다. 우리를 묶고 있는 동시대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상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열망입니다. 그것은 공포로부터의 자유며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새로운 우리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이상들을 실현시켜왓습니다. 눈은 미래를 향하고, 가슴에는 결심을 품고 우리의 운명에 대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를 다시 한 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 연설은 오바마를 '통합 전도사'로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1963년 6월, 서베를린의 100만 명 군중 앞에서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는 말을 남긴 존 F 케네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이슈를 선점한 오바마는 놀랄만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라
소통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 입징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연설자는 청중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격려하여 특정 문제, 혹은 주제에 관하여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연설을 할때는 청중의 수준에 맞게 이야기하고 그들의 목표와 기대,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간혹 청중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혹은 무엇이 필요한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스피치방법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집중해서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들이 자신의 지적 수준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착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낯설거나 어려운 말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화자와 청중 사이에 거리를 두게하는 언어는 소통의 어려움을 불러올 뿐 아니라 화자에 대한 공신력가지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통의 달인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사고방식과 언어로 청중과 함께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한다. 특히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청중이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작은 카운터에서 1시간 간격으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유세가 있었다. 먼저 도착한 오바마는 100여 명 정도가 들어갈 강당에 300여 명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설은 ㅅ작한 오바마는 가벼운 분위기로 변화와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며 20여분 만에 연설을 마쳤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악수를 나누는 등 교감을 나누었다. 1시간 뒤 힐러리가 도착했다. 그녀는 많이 모인 사람들을 보지 흥분하기 시작했고 많은 자료와 근거를 대며 자신의 공약이 얼마나 좋은지 무려 1시간 30여분 동안 설명햇다. 그녀의 연설이 끝날 무렵 강당에 남은 사람은 처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처럼 스피치에는 환경과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장소와 시간, 청중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말을 할때는 상대방의 눈을 보며 교감을 나눠야 한다. 오바마는 한정 인원을 훌쩍 넘긴 협소한 공간에서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장시간 연설하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연설이나 설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연설이 시작되면 마음의 문을 닫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것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속성이다. 그래서 화자의 메시지를 귀담아 듣지 않고 화자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힐러리는 수용인원을 넘긴 좁은 공간에 모인 청중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앗다. 그 작은 실수로 그녀는 연설을 듣기 위해 애써 찾아온 유권자의 반을 놓치고 만 것이다.
2008년 6월 4일은 실질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를 마감하는 날이었다 당시 대의원 수에서 다소 앞서 있던 오바마와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힐러리가 각각 연설을 시작했다, 힐러리는 그동안 최선을 다한 자신을 피력했다. 나아가 경선 득표수에서 자신이 앞섯다며 "오늘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다. 이는 경선에 불복하겠다는 뉘앙스였다. 당시 미국의 언론들조차 힐러리의 경선 승복 선언을 기다렸는데,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만 전한 것이다. 반면 오바마는 자신을 길러준 백인 외조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힐러리와 클린턴을 칭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이를 인정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자며 연설을 마쳤다. 오바마는 이 연설을 통해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겸손함과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통합력을 보여주었다.
소통은 말을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 학원 선생님의 화려한 언변보다 어눌한 할아버지의 말에 윌의 마음이 더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답이나 논리가 아니라 감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말의 내용보다 감정이입이나 화자와 청주으이 교감이 더 중요하다. 오랜 시간 말을 한다고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사상 명연설로 기록되고 있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단 2분만에 끝났다.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중에서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