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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관광은 계속되어야 한다

날마다좋은날 2009. 5. 22. 13:56

사파리 관광은 계속되어야 한다

적정 규모의 관광객 유지와 지역주민 이익 창출이 과제

아프리카 사파리 관광은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규모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상백〈월간‘함께사는길’기자·아프리카동호회‘바오밥’총무〉

물결처럼 출렁이는 기린들의 조용하고도 우아한 움직임을 본 적이 있는가. 피하는 기색도 없이 인간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는 버펄로의 눈동자는? 천둥 같은 사자의 포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적은?

지구상에서 이런 일들은 아프리카에서만 가능하다. 아프리카에는 현재 국립공원을 비롯해 수많은 생태계 보호구역들이 지정돼 있다.

르완다, 우간다 접경지역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산고릴라를 볼 수 있고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서는 황량한 사막의 코끼리를 볼 수 있다. 침팬지를 보려면 세네갈, 기니, 탄자니아를, 백상어를 보기 위해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연중 첫 강우 후 펼쳐지는 환상적인 사막의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나미비아나 보츠와나를 찾으면 된다.

동부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의 사파리 관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국립공원과 이와 연결된 케냐의 마사이마라국립보호구역의 대초원에서 펼쳐지는 지구상 최대의 포유류 이동의 대파노라마는 단연 백미. 백만 마리가 넘는 누와 얼룩말, 영양들이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사바나 기후에 맞춰 목숨 걸고 이동하는 광경은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을 웅변하는 철학적 경험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수천 년을 존속해온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아직도 우리 인류가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이윤에 대한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이 크다. 케냐 정부가 동물보호를 위한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 정책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63년 독립 직후부터.

케냐는 야생동물 보호가 가져올 경제적 잠재력에 일찌감치 주목했고 환경단체들은 광활한 아프리카의 원초적 자연생태계의 보전에 발벗고 나섰다. 이렇게 환경과 경제가 죽이 맞자 번창한 것은 케냐의 관광산업이었다.

독립 30년 만인 1993년에 방문 관광객 수 82만 명에 수입은 3억6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5년에는 그 규모가 2배로 성장, 168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6억5000만 달러를 뿌리고 갔다. 케냐관광업은 GDP 15%(2004년)를 기록하며 농업 다음으로 2위를 고수하고 있다.

1961년 독립한 탄자니아는 시장경제로 출발한 케냐와 달리 사회주의 경제를 도입해 상대적으로 이윤보다는 보호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지금의 탄자니아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낙후한 교통, 통신 등 관광 인프라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케냐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야생동물 보호와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 정책은 아직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형화한 관광은 환경을 훼손하기 시작했고 하향식 야생동물 보호와 토지정책이 야기한 지역주민들과의 갈등과 충돌은 지속가능한 관광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 이윤에 집착한 결과였다.

이제 생태계 보전 노력은 ‘지역에 기반한 보호(CBC, Community Based Conservation)’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있다.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 수준의 관광 규모의 유지, 교육과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주민들의 이익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환경보호와 경제적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필수적인 생태적 관광, 지속가능한 관광의 실현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