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통의 모델도시 브라질 꾸리찌바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차량보다는 보행자 우선에 주안점
박용남〈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브라질 남부 빠라나 주의 주도인 꾸리찌바 시는 총 면적이 우리나라 대전시보다 작지만 인구는 훨씬 많은 대도시이다. 남미의 변방에 위치한 제3세계의 전형적인 도시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꾸리찌바에 보내는 찬사는 매우 화려하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꾸리찌바는 지구촌에서 가장 완벽한 대중교통과 녹색교통의 모델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을 시민들이 존경받으면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든 이들은 세 번이나 시장을 역임한 자이메 레르네르와 그의 동료들이다. 이들은 꾸리찌바를 5개 주요 간선교통축을 따라 선형성장이 가능하도록 토지이용과 교통계획을 완전히 통합시켜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도시교통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70년대 초반부터 약 30여 년 동안 주요 간선교통축을 따라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건설하고, 지구간 순환버스 노선을 도입했으며, 지선 노선도 완벽하게 구축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간선으로부터 지구간, 지선이나 위성도시간 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대형 버스터미널을 5개 주요 교통축의 양끝에 건설했고, 급행버스 노선을 따라 대략 1.4~2㎞마다 중형 터미널을 입지시켜 승객들의 환승 편의를 획기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1990년대에는 승객들이 버스를 타기 전에 요금을 지불하는 원통형 정류장을 갖춘 직통급행버스체계를 도입했다. 이 체계의 핵심이 되는 원통형 정류장에는 버스승강대와 동일한 높이의 플랫폼과 장애인들이 승·하차를 쉽게 할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가 구비되어 있고, 정류장 규모도 보행밀도를 감안해 2~3개를 붙여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승객들의 승·하차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엔진의 공회전을 방지해 대기오염을 약 30% 정도 저감시켰으며, 보통의 가로에서 운행하는 완행버스와 비교해 3배나 많은 승객을 수송하고 있다.여기서 더 나아가 270명의 승객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이중굴절버스를 도입하였는데, 이 버스는 5개의 옆문을 가지고 있어 이전보다 승·하차 시간을 훨씬 더 줄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간선급행버스(Bus Rapid Transit) 시스템은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건설비가 훨씬 저렴하고, 버스를 최우선시하면서도 시스템의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어 운영·관리비도 월등히 적다.
꾸리찌바시의 교통부문 혁신은 앞에서 언급한 버스교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신 및 육체적 장애인의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특수교통통합체계를 갖고 있고, 노인·장애인·병약자 등 교통 약자들이 언제든 전화를 하면 특수차량이 직접 달려가는 수요반응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연장이 115㎞나 되는 자전거도로망이 완비돼 있으며 세계적인 규모의 보행자천국이다. 일명 ‘꽃의 거리’라 불리는 이 보행자 전용공간은 총 1㎞로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있는 세계 최초의 보행자 전용도로인 라인밴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이렇듯 꾸리찌바가 지난 30여 년 동안 추진해온 교통분야에서의 혁신적인 조치들은 자가용보다 대중교통, 그리고 동력차량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최우선으로 주어졌다. 그 결과로 꾸리찌바에서는 다른 도시들처럼 자가용으로 인한 도시교통문제가 거의 없고, 자전거도로와 보행자광장이 도로망과 적절히 통합되어 대중교통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어진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