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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미인 가래떡

날마다좋은날 2009. 5. 19. 17:30

‘오색미인’은 기존의 흰 가래떡에 직접 가꾼 유기농 브로콜리와 고추, 단호박 등 가루와 비트를 생으로 갈아 넣어 버무려 낸 오색 떡. 부재료뿐 아니라 원재료도 무농약·유기농 쌀을 쌀눈이 붙어있는 9분도 상태로 도정해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보례마을은 지난해 ‘오색미인’에 대한 상표·제조특허를 출원하고 올초부터 시장에 내놓았다.

이날 마을 어른 5명이 매달려 뽑아낸 떡은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뻤다. 고운 빛깔도 빛깔이지만 쫄깃쫄깃한 식감에 재료마다 제각각의 풍미와 감칠맛이 담겼다.

노란색 단호박떡은 은은한 호박향이 감돌고, 초록색 브로콜리떡과 생 비트를 갈아 넣은 비트떡은 특유의 풋풋한 향내가 느껴졌다. 특히 유기농 고춧가루를 넣은 빨간 고추떡은 매콤함으로 입맛을 돋웠다.

33년째 한가지골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이해극(60) 전국유기농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상표·제조특허출원을 받기 위해 외부 기관에 의뢰해 소비자 대상 구매의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의외로 고춧가루를 섞은 빨간떡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특유의 매콤함이 떡과 어우러져 적당히 얼얼한 맛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농협이 한가지골의 1촌1명품으로 선정한 ‘오색미인’은 올 1월1일을 전후해 떡국 떡과 떡볶이 떡으로 포장된 상품이 400세트나 팔렸다. 이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다시 찾으면서 지난 설을 앞두고 4700세트가 동이 났다. 설날에만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리자 지역 농협조합에서 이만하면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아직 ‘연습게임’이라 여겼는데 설명절에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단순히 멋내기용으로 색깔을 물들인 것이 아니라 천연 유기농 부재료를 통해 색과 맛, 건강을 두루 겨냥한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가지골은 앞으로 유통채널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공항 면세점 입점이나 일본 등 해외 수출을 시도할 희망을 품고 있다. 1촌1명품으로 선정돼 농협의 지원으로 제작한 포장재에 한글과 일본어를 병행 표기한 것도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일본 화과자는 화려하긴 해도 대부분 인공색소와 설탕 등에 의존한 맛과 색이라 곁에 두고 수시로 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장식용 ‘오색미인’ 주역 이해극 유기농생산자협회장군것질거리에 가깝잖아요. 우리 전통의 흰 가래떡에 천연 유기농 재료를 더한 ‘오색미인’은 맛과 색을 살리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먹을거리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24가구가 모여 사는 한가지골은 예로부터 ‘약샘’이라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데다 오랫동안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유기사료만으로 땅의 힘을 키우며 유기농 엽채류와 브로콜리를 생산, 이를 재료로 한 가공식품에 도전해왔다. 현재 마을 안에 한국유기농업협회 연수원과 유기농 식당 ‘산아래’, 친환경 황토방 등을 조성해 해마다 많은 유기농 생산자와 소비자의 견학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농업경제연구원의 농산업경제연구센터와 1사1촌 결연을 하면서 친환경농업과 농식품 유통 분야의 정보를 접하고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도 했다.

한가지골은 ‘오색미인’을 시작으로 유기농산물을 다양한 형태로 2차 가공해 ‘유기농마을’로서의 신뢰와 정체성을 마을의 명품으로 키워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