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동지(冬至)는 일 년의 중
옛부터 동지(冬至)는 일 년의 중 밤(어둠)의 길이가 가장 긴 날로 천지의 기운이 음에서 양으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양(陽)은 붉은색, 태양, 희망 등을 의미하며, 또 붉은 색은 태양을 상징하며 어둠을 물리치는 것을 뜻합니다. 밤이 긴 동지에 귀신의 활동이 가장 치성할 수 있는 날이라 생각하여 양(陽)의 상징인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온 집안 구석구석 뿌리고 다 함께 귀신을 물리치고자 한 풍속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귀신이란 불교용어로 표현하면 마장(魔障) 즉 삶의 난관이나 어려움을 뜻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난관과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부적이나 외부적인 도움이 아니라 평상시 내가 살아가는 마음가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상시에 늘 하심(下心)하고 조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떠한 난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잡보장경>에는 사람은 유리할 적에는 교만해지고 반대로 불리할 적에는 비굴해 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음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며 하심(下心)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삼재팔난(三災八難)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네 가지 가르침을 말합니다. 첫 번째는 계(sīla dhama)에 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베풀고 나누는 보시(dana dhama)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saddhā)에 관해 바르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늘 자비스러운(metta dhama)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자비심은 나 혼자만의 자비가 아니라 나의 자비심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안락과 평화를 나눠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괴로움을 줍니다.
항상 이 네 가지 가르침을 명심하고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계에 관한 가르침, 두 번째는 보시에 관한 가르침, 세 번째는 믿음에 관한 가르침, 네 번째는 자비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계율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계율이 필요한 이유는 나의 부주의한 행동이나 말로 인해 남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불자님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내가 부주의한 말과 행동으로 가까운 주위 분들에게 상처를 준일이 없는지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올바른 수행이고 그 어떤 부적보다 뛰어난 효과를 지닙니다. 부처님의 뛰어난 가르침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삶의 난관을 만나면 신통한 다른 방법을 찾습니다. 사실은 어떤 절대자 신(神)이나 신비한 주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상시에 하는 말 한마디, 행동하나를 불자답게 신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말 한마디나 작은 행동이라도 세상사람들과는 분명히 달라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몸은 절에 10년 20년, 다니고 있지만 내용으로는 진정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이해하고 완벽히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가슴에 담아두고 일상에서 적용해 나간다면 그 사람이 삶은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부처님 법이 아닌 다른 잘못된 것들에 의지하거나 무게 중심을 두지 마시고,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남에게 절망이나 상처 등을 주지 않았는지 자신의 발 밑을 살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계율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두 번째는 보시입니다. 보시는 베풀려는 마음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나눔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올 한 해를 지내면서 내 가족 이외에 이웃들을 위해서 베푼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성찰해 보셔야 합니다. 이 베푼다는 것이 꼭 물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도 보시입니다. 우리가 보시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내 안의 인색함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은 인색함이 없어야 살아가면서 외롭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다면 그 분들은 자신의 운명이나 팔자를 탓하기 보다는 베풀지 않았던 삶의 과보구나 하고 참회해야 합니다. 보시는 그렇게 꼭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 작은 것을 감사하고, 그 고마운 마음을 또 다시 누군가에게 베푸는 나눔의 실천입니다.
세 번째는 믿음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불・법・승 삼보(三寶)이외에는 믿어서는 안됩니다.
네 번째는 자비의 가르침입니다. 사람은 마음속에 자비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몸의 면역체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질병에 걸렸어도 마음에 자비심이 충만한 분들은 회복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반대로 자기고집이나 집착이 강한 분들은 면역력도 약해 회복의 속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첫 번째는 계율(戒律)에 관한 가르침(sīla Dhama)
두 번째는 보시(布施)에 관한 가르침(dana Dhama)
세 번째는 믿음(信)에 관한 가르침(saddhā Dhama)
네 번째는 자비(慈悲)에 관한 가르침(metta Dhama)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가르침을 명심한다면 어떠한 난관이나 고난도 슬기롭게 이겨나가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에 따른 동지를 맞이하여 우리 불자들은 지난 한 해 어두운 마음을 참회하고 반성하며, 다음 해에는 밝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길 서원하는 날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