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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되찾자” 도쿄도의 혁신

날마다좋은날 2009. 5. 22. 13:57

“푸른 하늘을 되찾자” 도쿄도의 혁신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 도입으로 자동차업계 대전환 이끌어

일본 도쿄도는 엄격한 자동차배기가스 배출 규제로 자동차업계의 대전환을 이끌었다.

이시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5월의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지역정치 논의가 뜨겁다. 정작 관심은 어떤 사람이 출마하는가에 집중돼 있고, 지방선거를 통해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가라는 정책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1990년대 지방자치의 초기단계와 비교해보면 지방자치가 주민들의 생활로부터 점차 멀어져가고 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주민들의 생활요구에 직접 호응할 때 비로소 지방자치는 다시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주민의 요구에 호응하여 정부와 기업을 다같이 바꾸어낸 지방자치 정책사례로 1970년대 초 일본 도쿄도의 자동차배기가스 규제를 들 수 있다. 맑시스트 경제학자 미노베 료우키치는 1967년 사회당과 공산당의 공동 지원하에 도쿄도지사에 당선되었다. 그의 치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배기가스 규제정책은 지방자치의 참신한 면모를 보여주는 쾌거였다. 발단은 미국의 상원의원 에드먼드 머스키가 중심이 되어 제정한 1970년 자동차배기가스규제법의 발효였다. 이 법은 자동차 배기가스,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질소화합물의 배기가스를 5~6년 내에 90%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것을 규정했으나, 자동차업계의 강한 반발로 규제시간을 3년 연장하고 허용 오염농도를 0.04ppm에서 0.05ppm으로 완화한다는 식으로 후퇴했다. 일본도 머스키법에 따라 자동차배기가스 규제를 실시하려 하였으나,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미국도 후퇴한 마당에 일본이 앞서서 머스키법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푸른 하늘을 되찾겠다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미노베 지사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찾고 있었다. 1970년에는 광화학스모그가 발생해 도쿄 시내에서만 5208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대기오염 문제가 날로 심각성을 더했다. 자동차배기가스를 규제하지 않고는 청정공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환경학자, 의사, 경제학자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머스키법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2년여의 검토과정을 거쳐 머스키법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일본경제단체들은 맹렬하게 저항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법을 제정할 수 없고 법률적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미노베의 입장은 확고하였다. 수년 내에 0.04ppm의 기준을 지킬 수 없는 기업의 자동차에 대해서 도쿄도는 차량 구매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그러자 수개월 내에 혼다자동차에서 0.04ppm의 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통보해 왔다.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차체의 무게를 줄여 소형자동차를 개발하고 저공해 엔진을 개발했다. 자동차업계의 저항은 강했지만 시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도쿄도는 자동차 구매 수단을 동원헤 업계를 압박했다. 도쿄도의 확고한 배기가스 규제정책은 기업의 입장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환경정책의 전환을 가져왔다. 일본의 많은 혁신지자체는 도쿄도와 함께 중앙정부보다 더 강력한 환경기준을 적용했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의 원칙은 모두 주민생활 최우선주의였다. 그리고 1973년의 석유위기가 닥친 뒤. 일본 소형 자동차는 미국시장을 석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