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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는 나와 한몸(萬物與我一體)

날마다좋은날 2009. 5. 5. 18:30

천지는 나와 한몸(萬物與我一體)

萬物與我一體

누군가 내게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을 한 권만 들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을 들겠다. 세상이 학살과 정복에 미쳐서 날뛰는 와중에도 혼자 묵묵히 황무지에 나무를 심는 엘제아르 부피에의 행위는 경이를 넘어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그가 나무를 심은 땅은 자기 소유의 땅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발에 밟히는 모든 땅이 마치 자기 땅인양 그 위에 정성스레 나무를 심었다. 수십 년 후 그곳은 새와 사슴이 뛰노는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그런데 아시아에 엘제아르 부피에를 능가하는 또 한 사람의 위인이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언젠가 KBS-TV에도 소개된 바 있는 중국의 인위쩐이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황무지보다도 더 황량한 사막에, 그것도 1400만평이나 되는 거대한 면적에 지난 20년 동안 나무를 심어 그 지독한 모랫바람도 어쩌지 못하는 숲을 만들어냈다. 이런 일들을 보면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참으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 아직 ‘내 땅’을 구하지 못한 나는 봄이 되면 심으려고 갈무리해 둔 씨앗과 덩이뿌리를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마을 앞 논밭을 지나 산기슭 과수원까지 두루 살펴보았으나 맘 놓고 씨를 심을만한 땅은 없었다. 모두 누군가의 땅이었다. 또한 경작지들이 얼마나 바싹 붙어 있는지 그 사이에 뭘 심어보겠다는 엄두도 나질 않았다. 할 수 없이 개울가로 갔다. 개울가에는 하천부지가 널따랗게 펼쳐있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언가 심을 수 있으려니 했다. 그러나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놈의 하천정비 사업으로 말미암아 개울가가 온통 시멘트와 돌덩이로 도배질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땅의 산하는 또 다른 의미에서 사람이 만든 황무지이다. 나는 시멘트로 덮여있지 않은 둑방과 천변을 따라 다니며 가지고 온 씨앗과 덩이뿌리를 조심스럽게 심어나갔다. 한참을 심다보니 문득 천지의 모든 땅이 마치 내 것처럼 느껴졌다. 죽을 때 무덤 속으로 지고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들 내 땅 내 땅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말이다. 엘제아르 부피에나 인위쩐도 틀림없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들에겐 내 땅이라는 소유의식이 없었다. 천지가 나이고 내가 천지였던 것이다. 천지를 푸르게 만드는 것이 곧 내가 사는 것이고 내가 사심 없이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천지를 위하는 것이었다.

<서울주보> 2007년 4월

서루시  2008/03/07
황대권선생님~~ 뵐 수 있는 기회가 닿기를 꿈 꾼답니다~~~~^^
이명옥  2008/04/15
사람이 만든 황무지라는 말씀이 비수처럼 가슴을 찌르는군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을 고갈시켜 만든 사막도 있구요... 현대인은 참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삭막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사람으로부터 떨쳐내며 사는 그런 존재요.
이명옥  2008/04/15
"사막을 피해 돌아가서는 숲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었더니, 그것이 숲으로 가는 길이 됐지요." 그녀가 운명 앞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었거나, 핑계가 생길 때마다 사막을 피해 달아날 궁리만 했다면 사막의 모래바람은 여전히 비웃듯 그녀를 휘둘렀을 것이며,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는 굴레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운명과 맞서, 자신의 운명의 지도를 자신의 의지대로 그려 내었다. -제 독후감의 일부입니다^^ 사막에 숲이 있다의 인위쩐 이야기로군요. 저도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을 했던 그런 책입니다. 선생님 또 뵙고 싶습니다. 언제일지는... 음... 서울 올라오실때 미리 공지 하시면 시간 맞추어 뵐 수 있을텐데요
김인동  2008/08/24
처음 나무를심으면 동네사람들이 저놈 미친놈 남으산에왜 나무심어 심은나무는 우리아름다운 금강산을 만들죠!부천명산 성주산.원미산에 복숭아동산1984년부터 매년 봄이면 복숭아나무심기행사진행...자연 숲이 우리생명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겠지요.감사합니다.남두청산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