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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의 동반자- 미국의 공공도서관

날마다좋은날 2009. 5. 4. 10:40

평생교육의 동반자- 미국의 공공도서관

2009년 0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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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회사 엑손 모빌이 후원한 ‘공룡 최후의 날’ 강연, 장소는 시빅센터 도서관(Katy Geissert Civic Center)
아이들은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미국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으며, 특히 영어책을 읽어 내려가는 속도는 무척 빨라졌다. 이 곳 도서관에서 수시로 빌려서 읽는 책의 영향이 크다. 영상 자료를 포함하여 1인당 50권까지 빌릴 수 있어 대출자에게는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미국의 도서관은 그 수가 많아서 어느 동네에 살든지 접근이 쉽다. 미국 도서관 협회(ALA)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의 도서관 수는 123,129개이다.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 31,000여 개보다 훨씬 많다.

도서관의 규모는 다양하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인 캐리가 결혼식을 하고 싶어했던 장소인 뉴욕공립도서관처럼 그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위용을 자랑하는 도서관도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의 공원 끝자락에 있는 헨더슨(Henderson) 도서관처럼 매일 공원에 가면서도 늘 보던 그 1층짜리 건물이 도서관인 줄 한참 동안이나 몰랐을 정도로 규모가 작은 도서관도 있다. 하지만 책이나 DVD자료를 빌리거나 앉아서 책을 읽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한국의 공립도서관은 보통 열람실, 문화교실을 포함하고 있어서-수영장이 있는 도서관도 있다-규모가 무척 큰데, 모든 공공도서관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 시설물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 도서관의 본연의 기능에 맞도록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작은 공공도서관도 한국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은 집 앞의 도서관이지만 한 개의 대출증으로 토랜스시 내의 6개의 공공도서관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한 곳에서 빌린 책은 다른 도서관에서도 반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6군데 모두를 이용한다.

매달 초 나오는 공공도서관의 행사계획표가 여러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행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사서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고 이후 책과 관련된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재미있는 강연을 들을 수도 있다. 특히 기업체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강연이나 활동은 좀 더 규모가 크고 유익하다. 도서관마다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도서관을 이용하면 거의 매주 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
한 번은 1학년인 작은 아이만 데리고 갔는데 도서관에 온 사람이 우리 밖에 없었다. 취소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친절하게 한 아이만을 위해 읽어주시고 만들기 활동도 함께 해 주셨다.

걸음걸이도 편해 보이지 않는 할머니께서 수십 권씩 책을 빌려가는 모습은 흔한 모습이고 도서관 한 켠에서 체스를 두시는 할아버지들도 볼 수 있다. 공공도서관이 한국의 경로당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흘러 한국의 도서관 어느 작은 공간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독서토론도 하는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해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게 늙을 수 있다면 할머니인 나 자신이 더 이상 신기한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무료한 존재만은 아닐 것 같다.

김민정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