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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인 뉴스] 비 안와도 자라는 작물

날마다좋은날 2009. 3. 25. 18:05

[사이언스 인 뉴스] 비 안와도 자라는 작물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가뭄에 강한 유전자 이용 국내연구팀 벼 품종 개발
물없이 75일 버티는 유채 바이오 에너지 새 길 열어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22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올해 물의 날을 전후해 지구촌 곳곳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중국·호주·미국 등 세계의 곡창지역에서 심각한 가뭄이 들어 밀·옥수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가뭄에도 잘 자라는 벼·유채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성과들이 잇따라 발표돼 식량·에너지 위기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갈증에 강한 작물 유전자를 찾아라

논에 비가 적게 내린다고 모든 벼가 똑같이 낱알을 적게 맺는 것은 아니다. 가뭄에 강한 벼도 있다. 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 김주곤 교수팀은 가뭄에 강한 벼들을 골라내 생명공학을 이용해 가뭄 저항성 벼 품종을 개발했다.

김 교수팀은 7년간 벼에 있는 100여개의 유전자와 씨름한 끝에 가뭄에 강한 벼를 만드는 AP2 유전자를 찾았다. 연구진은 AP2 유전자가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만든 벼가 가뭄에 어느 정도 강한지 실험했다. 실험용 벼를 논에 심고 비가 와도 맞지 못하게 투명한 차양을 설치해 인공 가뭄을 겪도록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인공 가뭄 상황에서 일반 벼들은 평균적으로 소출이 40%에 불과했지만 AP2 유전자가 강력하게 활동한 벼는 70%의 수확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관련 내용을 한국·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 특허 등록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가뭄 저항성 벼는 기근에 시달리는 세계 각국에 종자를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기술 유출을 염려해 학회에 발표하지 않고 특허를 먼저 출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환경생명연구센터 이상열 교수팀은 사막의 극한 환경을 이겨내는 선인장의 비결을 찾아냈다. 이 교수팀은 선인장이 가뭄과 고온을 이겨내는 데 AtTDX 단백질이 필수 물질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잡초의 일종인 애기장대에서 다시 확인했다. 선인장과 달리 애기장대는 유전자가 모두 밝혀져 있어 유전자 연구에 주로 이용된다.
연구진은 한쪽 애기장대는 AtTDX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유전자를 변형하고, 다른 쪽은 자연상태로 뒀다. 이후 4~5일간 물을 주지 않고 온도를 섭씨 20도에서 38도로 올려 인공 가뭄 상황을 만들었다. 실험 결과 일반 애기장대는 100% 죽었지만 AtTDX 단백질이 늘어난 애기장대는 90% 이상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연구팀은 관련 내용을 전문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7일자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AtTDX는 애기장대를 비롯해 다른 작물에서도 발견된다. 다만 양이 적어 가뭄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이 교수는 "이번에 찾아낸 유전자를 활용하면 사막에서 잘 자라는 작물을 개발할 수 있다"면서 "황사나 사막화를 예방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상대 이상열 교수는 가뭄에 강한 애기장대를 개발했다. 일반 애기장대가 고온과 가뭄에 시든 것에 비해서 가뭄 저항성 애기장대는 싱 싱함을 유지하고 있다./ 경상대 이상열 교수 제공
에너지난 해소할 작물도 개발

포항공대 생명과학부 황인환 교수와 생명공학기업인 F&P는 가뭄에 강한 유채꽃을 개발했다. 유채꽃은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 디젤과 에탄올의 원료다. 기존의 바이오 디젤·에탄올은 식용인 콩·옥수수에서 얻다 보니 식량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채꽃은 식용이 아닌 데다 농경지가 아닌 지역에서 자라기에 에너지를 얻는다고 식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없다.
유채꽃은 주로 겨울부터 초봄까지 피기에 유휴 농업 인력과 농경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 기간은 시기적으로 갈수기(渴水期)라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한 유채를 개발했다. 애기장대의 AtBG1이라는 유전자를 유채꽃에 삽입하면 가뭄 내성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실험 결과 75일간 물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75%의 수확을 거뒀다. 일반 유채라면 말라 죽을 정도로 극심한 가뭄 상황을 이겨낸 것이다. 황 교수는 "사막에 준하는 건조한 지역에서도 유채 농사가 가능한 종자를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팀 역시 수익으로 직결되는 가뭄에 강한 유채꽃 연구를 학계에 일절 발표하지 않고 지난 연말 국내외에 특허출원을 했다.